내년 예산에 분산편익 보상 반영 못할 듯…기재부 반대 의견
업계 “분산에너지 특구만이라도 보상해야…업계 유인책 필요”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기획재정부의 벽에 가로막혀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전락할 지경이다.
지난 10월 31일 업계 취재를 종합한 결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도 예산에 분산에너지 사업자의 분산 편익에 대한 보상을 반영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 5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통합한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안이 내년 6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분산에너지 특별법은 그동안 중앙집중형이었던 국내 에너지 체계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한 법안이다. 분산에너지에 대한 편익을 부여하고, 지방에서의 분산에너지 사용 의무화 등에 대한 내용이 법안에 담겨 있다.
전기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분산전원을 도입할 때 송전설비 건설 절감 등 각종 분산 편익은 kWh당 26.9~28.5원이 예상된다. 발전사업자들은 이러한 절감효과를 감안해 분산전원 보급의 윤활유 역할을 할 분산 편익 보조금 설치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법안은 시행을 앞둔 현시점에서는 사실상 반쪽짜리 법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업계가 핵심으로 생각하는 분산 편익에 대한 보상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국회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기재부는 분산 편익에 대한 보상에 큰 부담을 갖고 보상에 대한 내용을 시행령에서 제외할 것을 국회와 산업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행 법안에는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시행령에 이를 녹여내는 것이 중요한데, 예산 권한을 쥔 기재부에 막혀 시행령 제정도 난관을 겪을 예정이다.
법안을 관장하는 산업부도 분산 편익 보상 마련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10월 30일 ‘분산에너지 신사업 활성화 포럼’에 참석한 박상희 산업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은 “기재부와 협의했지만 예산에 제약이 따른다”며 “기재부는 편익 보상을 예산 차원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은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분산 편익 보상은)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분산에너지 특별법은 국회 통과 시점부터 이미 반쪽짜리 법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 법안에서는 제46조 분산에너지사업의 사회적・경제적 편익 확대 항목을 통해 분산 편익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정하는 기관으로 하여금 제1항에 따른 편익을 산정하게 할 수 있다. 제1항에 따른 분산에너지사업의 사회적・경제적 편익 확대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분산에너지 편익 보상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법안이 이처럼 다소 힘이 빠진 배경에는 기재부의 반대가 컸다.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편익 보상에 대한 직접적인 항목이 담기는 데 기재부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는 게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내에서는 정부 부처와 협의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분위기여서, 기재부 의견을 반영해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인 시행령을 만드는 중재안 수준의 문구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별법이 제정됐다는 가능성만을 확보한 채 추후 시행령에서 분산에너지에 대한 편익과 이에 대한 보상을 마련해야 했지만, 다시 기재부의 반대라는 높은 벽에 부딪히게 됐다.
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법이 시행되는 만큼 내년 11월 중 선정될 예정인 분산에너지 특구에서라도 분산 편익에 대한 보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를 비롯해 울산, 전남, 당진 등 다양한 지역에서 분산에너지 특구지정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첨단 기술을 활용한 분산에너지 기술의 활성화를 견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장 이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유인책 마련이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재부가 분산 편익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를 통해 SK나 GS 등 대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분산 편익에 대한 보상을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단순히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 게 아니라 분산에너지 특구에 들어오는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만큼 특별법 핵심인 분산 편익의 보상을 반영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