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2030년 100GW 확대 시나리오 제시
계통·시장·공급망·가격 등 4대 병목 문제 우려 제기
“인프라 선결 없인 구호에 그칠 것”...목표량 대비 기반 산업도 미비
국내 공급망 준비 부족 시 확대정책 수혜 中 등에 돌아갈수도
![새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최소 확보 용량으로 130GW를 제시했지만, 이에 앞서 확정된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속 재생에너지 설비는 불과 80.9GW에 불과하다. [출처=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0/360421_569023_1840.png)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0GW, 2035년까지 150~200GW의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을 통해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대체하고, 전력 믹스 내 친환경 전원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추가 확충의 앞길에는 적지 않은 난관과 제약이 기다리고 있다. 산업계는 “발전만 늘리면 해결된다는 접근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계통·시장·공급망·가격 등 네 가지 병목 문제를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우선 전력망 등 기반 인프라부터 시작해, 적절한 보상을 담보한 시장제도, 규제(망 안전성/인버터/차단기) 순으로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의 송·배전망은 현정부가 제시한 2035년 기준 재생에너지 최소 설비용량 130GW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신규 발전소의 계통 접속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 같은 확대 계획은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선 100GW 보급 계획은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제시한 설비용량과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11차 전기본이 제시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80.9GW 수준이다. 정부 제시안 대비 50GW 가까이 모자란 수치다. 11차 전기본의 종료 연한인 2038년 신재생에너지 확정설비 역시 125.9GW로 뒤쳐져 있다.
자연히 전기본을 모태로 설계된 ‘11차 장기송변전 설비계획’의 정합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올해 초 확정된 11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은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80.9GW)에 대비해 송전선로 총 4만7251C-km(누적기준) 등 총 72조8000억원의 투자를 전망했다. 이미 10차 계획 당시 56조5000억원 대비 16조3000억원 증가한 금액이지만, 정부안에 맞추기 위해선 수정과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1차 장기송변전 설비계획이 확정한 2030년 및 2038년 기준 송변전 설비 확충 목표치. [출처=11차 장기송변전 설비계획]](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0/360421_569024_1856.png)
문제는 이렇게 계획된 장기송변전 설비계획의 적기 확충 여부도 미지수라는 점이다.
조홍종 교수는 “호남권 재생에너지를 실어 나를 서해안 HVDC 사업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고, 여기서 연결돼 내륙으로 진입하거나 내륙 사이를 오가는 선로 역시 주민들이 굉장히 거부감이 큰 상황”이라며 “11차 전기본과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이 구체적인 투자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이행 속도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목표치는 공허한 숫자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주요 송전 프로젝트인 동해안 HVDC 사업만 해도 일부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과 주민 반발에 막혀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하는 송전망 계획도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는 거리가 멀어, 남부 지역의 ‘계통 포화’는 해소될 기미가 없는 실정이다.
조홍종 교수는 “전력 수급의 기본은 송배전과 배터리이지, 발전물량에서 찾으면 안 된다”며 “모든 계획이 순차적으로 성사되더라도 원전 출·감발 매커니즘 조율 등 복잡성이 매우 큰 작업이다. 도전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송전선로를 대체할 비선로 대안 기술(NWAs)도 말그대로 ‘대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이미 시기적으로 새 정부의 구상과 기존 계획 간 괴리가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접속제한을 풀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한전이 송전선로 외에 제공 가능한 일을 찾아야 한다”며 “선로 공급 외에도 분산계통·지역형 네트워크 등 새로운 접근이 부단히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가 전통 전원과 같이 실시간 거래와 급전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미흡하다. 무엇보다도 재생에너지 시장 통합을 다루는 장기 로드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 안목 없이 무턱대고 재생에너지를 도입할 경우 현행 계통한계가격(SMP) 체계로는 변동성 대응이 어렵고, 보상 불균형 문제도 키울 수 있다. 실제 제주 입찰시장의 난항이 계속되면서 육지 단위의 시장 개설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조홍종 교수는 “제주 입찰시장은 물리적 커테일을 제도로 옮긴 형태인데, 발전사업자 보상이 부재하다보니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육지에서도 동일한 구조가 반복되면 사업자의 참여 유인이 약화되고, 시장 리스크만 커질 것이다. 인프라가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 없이 제도만 도입하면 사업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전영환 교수도 “공급 측면에만 기울어진 현재의 전력계획도 문제”라며 “수요 유연성을 높이고, 요금체계가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시장이 작동한다. 하지만 실제 시장의 논의는 요금 유연화에도 미치지 못했고, 전 단계인 지역별 차등요금 논의도 진전이 없어 실효성 있는 수요관리 체계로 이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전력시장에 진입하지 않고도 기업이 직접 거래(PPA)하는 형태의 조달법이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가격 신뢰성과 관련 법규정의 불투명함이 남아있어 거래 비용이 커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시장의 낮은 가격을 피해 발전사업자가 몰리다 보니 비교적 높은 가격을 감내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만은 정책 신뢰성을 바탕으로 차츰 자체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은 CIP의 나설-허브 조립 협력사인 포춘일렉트릭에서 바라본 타이중항의 해상풍력항만. [사진=김진후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0/360421_569026_2036.jpg)
정부가 대규모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국내 산업 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내수 경제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거대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의 공급망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중국 기업의 국내 태양전지(셀) 점유율은 지난해 95%를 넘어섰다. 5년 전만 해도 50%에 달하던 한국산 셀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한 것.
최근 중국산 제품은 비단 가격뿐 아니라 발전효율 등 품질까지도 국내 산업을 웃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에 국내 제조업계 또한 태양광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준비 없는 태양광 시장 확대의 수혜는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교적 공급망이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되는 풍력산업의 기술력도 중국에 뒤처지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 시장을 육성하며 공급망 기업을 배양했다.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이제 한국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 활성화가 예정 보다 늦어지면서 국내 자체 공급망 성장은 더딘 실정이다. 풍력 발전의 핵심인 터빈의 경우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 정도만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발전효율과 비용절감을 위해 14MW 이상 터빈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제품은 10MW 규모에 불과하다.
터빈의 크기, 이용률, 신뢰도 등 모든 면에서 아직 유럽, 중국 기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도 시장 속도를 늦추더라도 국산 터빈 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풍력발전 보급에 가속도를 붙이려는 정부 정책을 재빨리 따라가기는 현실적 제약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홍종 교수는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국내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급격한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보급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인프라, 규제, 시장가격, 사회적 수용성, 과학적 기술검증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원별 LCOE 변화 추이. [제공=한전 경영연구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0/360421_569025_1942.png)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전력가격 상승도 고민할 부분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재생에너지가 전통전원(석탄 등 화석연료)을 대체할 경우 필연적으로 타 발전기의 기동정지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값싼 발전기의 기동을 줄이기 때문에 곧 전기요금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더불어 신규 전력망에 대한 부담도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이 해외와 같이 ‘압도적’으로 저렴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와 거리가 멀다.
현재 국내 태양광과 풍력의 LCOE는 각각 태양광 100~200원, 육상풍력 200~300원, 해상풍력 300~500원대 정도로 추산된다. 태양광은 중국산 저가 모듈을 대량으로 들여오며 LCOE가 가파르게 하락한 반면 해상풍력은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아직 초기 LCOE을 유지하고 있다.
비용하락은 재생에너지 보급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간헐성과, 망 보강 등에서 추가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발전원 자체의 LCOE를 낮춰야만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LCOE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 한전 경영연구원이 펴낸 '2024년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및 경제성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태양광의 kWh 당 LCOE는 61원, 육상풍력은 48원, 해상풍력 111원에 불과했다.
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에 따라 국내에서도 시장이 커지면 국내 LCOE 또한 글로벌 수치를 따라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앞으로 시장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선 정부의 명확한 방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거나 시장을 직접 운용하는 대신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영환 교수는 “국내 재생에너지 가격이 외국과 차이 나지 않아야 국내 산업에 경쟁력이 확보되며 기업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며 “전기위원회 전기감독원을 독립 기구로 둬 전문기관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게 하면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LCOE를 하락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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