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인수 3년 만에 국내 1위…올해 7000기 구축 목표
트럼프 관세정책 오히려 기회…중국산 대비 경쟁우위 확보
70여명 직영 유지보수·24시간 관제로 즉시 대응 시스템 구축
EV 시장, 캐즘 극복 조짐…“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 추진”
![오영식 EVSIS 대표 [사진=오철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08/358931_566942_2351.jpg)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계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롯데이노베이트 자사 EVSIS(이브이시스)가 지난해 SK시그넷을 제치고 국내 충전기 시장 매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2022년 롯데 인수 3년 만의 성과다. 올해 들어 전기차 캐즘이 점차 해소되고 있는 가운데, EVSIS는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영식 EVSIS 대표를 만나 성장 비결과 향후 전략을 들어봤다.
◆지난해 EVSIS가 국내 충전기 시장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롯데 인수 3년 만의 성과인데, 성장의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가 기존 중앙제어를 인수한 후 롯데그룹의 인프라와 리테일 분야 소비자 접점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여기에 기존 회사가 보유한 R&D 기술력과 스마트 팩토리 기반 자동 생산 체계가 시너지를 냈다. 특히 기존에는 제조만 했는데, 충전소 운영 사업까지 확대해 제조부터 충전 서비스까지 엔드 투 엔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가장 주요했던 것은 기술력과 고객 신뢰성이다. 우리는 70여 명을 직고용해 전국 직영 유지보수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충전기는 24시간 365일 혼자서 전기를 판매하는 자판기와 같기 때문에 즉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기차 캐즘이 올해 들어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즘을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나.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캐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의 경우 2024년 8월 인천 청라 화재 사건이 캐즘과 맞물리면서 소비자 불안감이 커졌지만, 이를 계기로 배터리사, 자동차사, 충전사 간 명확한 역할과 책임이 정립됐다. 실제로 이런 대응 덕분에 2025년 전기차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약 45% 증가했다.
캐즘 이후 중요한 것은 초기 다수층(Early Majority)을 잡는 것이다. 이들은 기술 혁신성보다 경제성과 실용성을 중시한다. EVSIS는 합리적인 충전 요금 체계와 구독 서비스, 다양한 프로모션을 운영하며, 원가 절감형 모델 개발로 CPO들의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EVSIS는 품질과 안정성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 한다. 청라 화재를 계기로 ‘얼마나 안전하냐’가 핵심 판단기준이 됐다. 이를 위해 PLC 기반 스마트제어 충전기, 24시간 중앙 관제 시스템, 전국 직영 유지보수 조직 등을 통해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세 정책이 발표됐다. 올해 해외 매출 비중 15% 목표 달성에 영향이 있을까.
“정책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친환경차 전환은 전 세계적 흐름이다. 특히 EVSIS 미국법인이 위치한 캘리포니아 등 주요 주는 여전히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연방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더라도 주정부 차원의 인센트브도 있고 NEVI 프로그램의 보조금 지급도 다시 집행될 전망이어서 시장 전체가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관세 정책 변화를 기회로 보고 있다. 현재 북미 시장 충전기 공급의 상당 부분을 중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산 충전기에는 약 3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과 높은 기술력을 갖춘 EVSIS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2024년 설립한 미국 현지 법인과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향후 관세 적용 시에도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미국 EVSIS America LLC의 운영 현황과 다른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는 어떤가.
“미국에서는 EV 에너지, EV 게이트웨이, 링크웰 등과 총 120여 대의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케이블 도난방지 기술과 메가와트급 초고속 충전기 개발 등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자동차연구원과 인도네시아 ODA 사업을 진행 중이고, 태국에서는 현대차 E-pit에 충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일본은 차데모 인증을 통해 오사카에 120kW 충전기를 설치했으며, 코이카와 협력해 키르기스스탄 등 신흥국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EVSIS의 충전기 운영 규모와 올해 목표는 어떻게 되나.
“현재 국내에서 약 6000기 이상의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7000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6500기를 설치 완료해서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2022년 인수 이후 꾸준히 확장해온 결과다.
목표 달성을 위해 충전소 서비스 전략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사용자 중심의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 운영에 중점을 두고, 원터치 충전(PnC), 충전 예약·대기, 롯데 통합멤버십 L-포인트 결제, 주차 자동정산, 구독 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말 그대로 ‘생활 속의 충전’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롯데그룹과의 시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룹이 보유한 약 16만7000개의 주차면을 기반으로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전 지점에 EVSIS 충전기를 설치 완료했고, 이런 그룹 인프라가 목표 달성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현재 기술 개발 성과와 차세대 충전 기술 전략은.
“현재 56명의 R&D 인력이 다양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당사 충전기는 차량과 통신이 가능한 PLC 모뎀을 탑재해 충전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과충전 방지와 화재 예방이 가능하다. PnC 기술과 도난방지시스템(ATS)도 적용했으며, 국제표준 CCS와 북미 규격 NACS를 모두 지원한다.
특히 전기차 충전기의 핵심 부품인 파워모듈 국산화와 PLC 내재화를 달성한 것이 큰 성과다. 이번 환경부 충전기 수주 물량에는 국산화 파워모듈 및 자체개발 PLC가 적용된 제품을 공급해 기술적 성과와 품질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기아, BMW, 벤츠, 테슬라 등 국내외 11개 완성차 제조사와 호환성을 확보했다.
미래 기술로는 대용량 상용차, 전기버스, 전기선박, 공항 차량 전용 충전기 등 다양한 모빌리티를 위한 충전 인프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충전 시간을 5분 이내로 단축한 1MW급 초급속 충전기와 V2G 충전기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말 그대로 충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들이다.”
◆현재 정부 정책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것은 해외 인증 취득 비용 지원 확대다. 충전기는 국내 인증 및 해외 인증을 각 모델마다 모두 받아야 하는데, 한 모델당 국내는 4개월 4000만원, 해외는 6개월 6000~7000만 원이 소요된다. 현재 해외 인증의 경우 5년간 총 2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지만,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지원 규모 확대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현행 보조금 정책은 충전기 보급에는 효과적이지만, 일부 사업자가 보조금 수령 후 유지보수를 소홀히 하거나 고장 충전기를 장기간 방치하는 모럴해저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설치 실적뿐 아니라 운영·유지관리 역량을 평가하고, 이를 반영한 운영 보조금 형태의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사업 모델과 IPO 계획은.
“ESS(에너지저장장치)와 태양광을 결합한 재생에너지 통합형 충전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V2G(Vehicle to Grid) 기술 등 차세대 에너지 활용 솔루션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승용차를 넘어 전기버스, 트럭, 선박, UAM(도심항공교통)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버스 분야를 비롯해 한강 리버버스 프로젝트, 공항 지상조업차량용 충전 솔루션 등 상용차 부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IPO는 현재 시장 상황과 경쟁사 동향을 지켜보며 추진하고자 하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2025년 EVSIS의 핵심 목표와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3년 후 EVSIS가 어떤 모습이 되기를 원하나.
“EVSIS는 단순한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를 넘어 ‘토털 에너지 솔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충전 인프라가 단순한 에너지 공급을 넘어 사용자 경험 중심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 변화를 선도해 나가고자 한다. 소비자에게는 ‘어디서든 쉽고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브랜드’, 파트너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기술과 운영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다행히 전기차 시장 상황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현재는 캐즘을 극복하는 과도기 단계지만, 2025년 하반기부터 2026~2027년까지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EVSIS는 이 시점에 맞춰 경제성, 브랜드 인지도, 품질안전이라는 세 가지 핵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초기 다수층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AI, V2G, 메가와트급 초고속 충전 등 신기술을 접목해 충전 업계의 혁신을 이끌어 나가겠다.”
He is...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롯데건설 ▲롯데건설 정책본부 ▲롯데정보통신 IoT 컨버전스 팀장 ▲롯데정보통신 스마트시티 부문장 ▲EVSIS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