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에 있는 한빛원전 전경. [사진=한수원]
전남 영광군에 있는 한빛원전 전경. [사진=한수원]

대표적인 경직성 전원으로 꼽히는 국내 원자력발전소가 출력을 신속히 조절하는 탄력운전 개발을 시작하면서 전력 계통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7월 30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업계에 따르면 7월 28~29일 이틀간 한수원과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8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원전 탄력운전 기술개발’ 사업 착수회의가 열렸다.

이번 사업은 기술개발(1단계)과 실증사업(2단계), 상용화 확대(3단계) 등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탄력운전 개발 마일스톤’ 중 1단계에 해당한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APR 원전의 노심·계통 설계, 안전 해석 및 운전지원 계통 설계 등 탄력운전에 필수적인 실증 기술개발을 목표로 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2029년 탄력운전 실증을 위한 규제기관 인허가 단계를 거쳐 2035년부터 탄력운전의 상용화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APR 원전의 유연성 강화다. APR 원전의 출력을 연간 200회가량 시간당 최대 25%p의 속도로 50%까지 낮추는 게 구체적인 개발 목표다. 봄·가을철 경부하 기간에 가동 원전의 출력을 시간당 3%p 속도로 80%까지 낮춰왔던 점을 떠올리면 원전의 출력 증·감발 유연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태풍과 산불, 발전소 과도상태 등 현실적인 이유로 그동안 매 18개월 주기로 27일 정도만 출력감소 운전이 가능했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최근 원전, 재생에너지와 같은 경직성 전원이 크게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온 전력 당국에 반가운 소식이다. 전력거래소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에 따르면 올해 어린이날 연휴인 5월 4일 오후 1시 무렵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0%에 이를 정도였다. 문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계속 늘어날 일만 남았다는 점이다. 11차 전기본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2030년 50.6%, 2038년 64.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올해 봄철 경부하기를 맞아 원전은 사실상 매주 주말과 연휴 기간에 1~2GW 규모의 출력감소 운전을 해왔다. 특히 평일에도 수백MW씩 출력을 감발하며 재생에너지 확대 여파가 원전에 미치는 영향이 부쩍 커졌다. 이 가운데 탄력운전 기술을 확보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전의 전력계통 기여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된 탄력운전 기술은 APR1400 노형이 탑재된 신한울 1·2호기와 새울 1·2호기, 새울 3·4호기, 신한울 3·4호기 등 총 8기의 원전에 적용될 예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APR1400과 체코 수출 원전(APR1000) 등 2개 노형을 상대로 기술개발을 시작했다”며 “신한울 3·4호기 이후 건설되는 원전은 건설 단계부터 탄력운전 기술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탄력운전은 11차 전기본을 수립할 때도 논의된 사항”이라며 “앞으로 주말과 평일에 원전 출력감발이 빈번하게 이뤄지면 탄력운전 수요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사업자의 경제성이 나빠지는 만큼 보상 제도도 추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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