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로 BIPV 시장경쟁도 본격화
곡면·대면적·고강성 모듈로 고급 설계 수요 충족
“미관·구조 대응 가능한 기술력이 유일무이한 핵심”
고난도 수요 정조준...종합 솔루션 기업 도약 목표

(왼쪽부터) 칼선의 안용진, 문지현 공동대표가 자사의 특화 BIPV 모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왼쪽부터) 칼선의 안용진, 문지현 공동대표가 자사의 특화 BIPV 모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와 KS 인증 확대 흐름 속에서 건축일체형 태양광(BIPV)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설계에 반영 가능한 심미성과 구조 안전성, 시공 대응력까지 갖춰야 하는 만큼 단순 태양광과는 완전히 다른 해법이 요구된다. 칼선은 이 복합과제를 기술력과 생산, 시공 대응력으로 풀고 있는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안용진 칼선 대표를 나주 본사에서 만나 기술·설계·제도 삼박자를 갖춘 기업으로 꼽히는 칼선의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안용진 칼선 대표는 지난달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BIPV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남들이 할 수 없는 모듈을 먼저 만들어내고 있다”며 “기술력과 생산역량 면에서 이미 기준을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칼선은 송전탑 항공조명 분야에서 출발해 2017년 전남 나주로 본사를 이전한 뒤 BIPV로 업역을 확장했다. 2021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개발과 생산을 시작했고, KS 인증을 포함한 30건 이상의 인증과 자동화 설비, 고강성·대면적 모듈까지 갖추며 빠르게 기술 내실을 쌓았다. 현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BIPV 솔루션을 공급하고, 시공까지 제공하는 종합 솔루션사로 본격적인 도약에 나서고 있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BIPV 시장 진입의 계기와 판단 기준은 무엇이었나.

“2018년부터 한전 송전탑 자가발전용 소형 모듈을 납품하던 중 태양광을 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에 맞는 모듈이 없어 수입 제품에 의존했는데, 이걸 국산화해보자는 데서 시작했다. 장비도 들여오고 KS 인증을 준비했지만, 이후 관련 규정이 사라지면서 방향을 잃었다. 그러다 건물태양광 제도화가 이뤄지고 민간 건축시장에 태양광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사업 방향을 BIPV로 틀었다.

단순 태양광이 아닌 BIPV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단순 전력 문제가 아니라 건축의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건물 외장재로 통합되는 태양광은 심미성과 효율, 안전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고난이도 분야다. 하지만 기술을 확보하면 시장 진입이 쉽지 않더라도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창업 초기 전라남도와 한전, 전남테크노파크 등에서 R&D와 시험장을 지원받으면서 빠르게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칼선의 BIPV 브랜드 '솔라스판'은 차별화된 기술을 내세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쟁력이 있나.

“기술적으로는 세 가지 핵심이 있다. 첫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강성 대면적 GTOG(Glass-to-Glass) 모듈이다. 칼선은 최대 420W급 GTOG 모듈까지 KS 인증을 획득하고, 가로 1200mm, 세로 2400mm 이상 크기의 비정형 형태도 제작 가능한 역량을 갖췄다. 나아가 3600mm 길이의 대형 곡면 유리 모듈 생산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전용 가공 장비를 도입했다. 일반 5mm 유리보다 두꺼운 6~8mm 복층유리까지 적용해 구조적 강도를 끌어올렸다. 이는 풍하중, 낙하 충격, 외부 진동 등 하중이 큰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다.

GTOG 구조는 BIPV에서 매우 중요한 선택지다. 일반적인 BAPV나 단판유리 구조와 달리, GTOG는 앞뒤 모두 강화유리로 구성돼 있어 구조적으로 균형이 잡히고 화재나 충격에도 유리 파편이 비산되지 않는 등 건축 외장재로서의 안정성이 훨씬 뛰어나다. 장기간 외부에 노출되는 BIPV 특성상, GTOG는 수분 침투나 변형에 훨씬 강해 내구성 확보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유럽이나 아시아 해안권 초고층건물처럼 풍압 조건이 극단적인 지역에선 단판유리 BIPV가 설계상 제외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싱가포르·두바이·유럽의 발주처는 GTOG 타입만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안 고층건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둘째는 자동화다. 일반적인 수작업 공정에서는 셀 배치 과정에서 사람 손이 많이 닿고, 셀 무게로 인한 처짐이나 파손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런 물리적 불안정성은 불량률로 이어지고, 일관된 품질 확보가 어렵다. 칼선은 자동 셀 스태킹 시스템과 고정밀 레이업 장비를 통해 셀, 백시트, 리본, 유리 등을 정밀하게 자동으로 조립한다. 이는 생산 공정의 안정성과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이다. 특히, 셀이 유리에 올려지는 과정부터 최종 적층까지 사람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품질 편차가 줄고,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수량을 소화할 수 있다.

셋째로 접합소재도 차별화를 꾀했다. 칼선이 사용하는 PVB(Polyvinyl Butyral) 소재는 접합력이 뛰어나 파손 시에도 유리 파편이 흩어지지 않고 부착된 상태를 유지해 안전성을 극대화한다. 난간용 접합유리 등 고안전 건축 마감재에서 사용되는 방식과 같은 수준이다. 압착 온도와 시간 조건이 까다롭고 기포 발생 우려도 있지만, 칼선은 고온·장시간 압착 공정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칼선은 하반기 중 국내 최초로 곡면 유리용 커브드 BIPV 모듈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전기 생산이 아닌, 곡면 외장재와 건축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키는 고도화된 제품이 될 것이다.”

칼선의 대면적 GTOG 모듈. [출처=칼선 홈페이지]
칼선의 대면적 GTOG 모듈. [출처=칼선 홈페이지]

▶수주 실적과 생산 능력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성과가 궁금하다.

“솔라스판 베이직부터 스페셜, 컬러, 허니컴, GTOG 스페셜 등 다양한 제품군을 토대로 올해 수주량이 작년 대비 2.5배 성장했다. 실제 설계 반영 중인 프로젝트는 더 많다. 수도권에서 빌딩·데이터센터·공공건축 설계 반영 요청이 늘고 있다.

수주물량이 빠르게 늘면서, 또 높아진 기술력을 실현하기 위해서 생산라인도 대폭 확충하고 있다. 이달에도 라미네이터와 태빙머신 등 신규 설비를 추가 도입 예정이다. 자동화 기반이라 동종 업계 대비 인력이 적게 들어가면서도 같은 생산량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일반 판형이 아니라 이형, 곡면, 컬러 등 특수 규격에 대응 가능한 장비가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최근 독일 인터솔라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해외 시장에선 어떤 기준과 수요를 확인했나.

“올해 인터솔라 유럽에서는 BIPV의 흐름이 명확했다. ‘곡면’과 ‘컬러’, 그리고 ‘건축 통합’이라는 세 키워드가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곡면 유리를 적용한 커튼월에 맞출 수 있는 BIPV 모듈은 여전히 드물고, 실제로 독일 현지 설계사들도 이를 제작 가능한 업체가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칼선은 이 부분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이달 중 가공장비를 도입하면 앞서 언급한 커브드 모듈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단순한 평판 모듈이 아닌, 실제 곡면 구조물에 대응할 수 있는 태양광 외장재는 유럽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높다는 반응을 얻었다.

현지 설계사들과 디자이너들이 건축 통합에 대해 국내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모듈 효율이나 전기 생산량이 아닌, 건축물 외피와의 일체감, 컬러 다양성, 곡면 시공 가능성 등이 주요 검토 항목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칼선이 개발한 GTOG 컬러모듈, 허니컴(HNC), 대면적 스틸일체형 제품 등이 큰 관심을 끌었고, 실제로 몇 건의 도면 기반 견적 요청도 받았다.

이미 해외 시장에선 납품 성과도 확보했다. 미국 텍사스와 브루나이 등지에 컬러 BIPV 모듈을 공급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UN 조달시장 진입도 준비 중이다. 특히, UN 시장은 친환경 건축 자재의 성능과 안정성 인증을 요구하는 만큼, IEC-TUV 국제인증 확보가 필수적이다. 칼선은 올해 안에 인증 확보를 마무리하고, 이후 미국과 유럽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칼선이 바라보는 BIPV의 미래와, 산업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BIPV는 아직 틈새시장이다. 하지만 ZEB 의무화와 민간 건물 확산이 현실화되면, 지금의 단열재처럼 필수재가 된다. 중요한 건 기술뿐 아니라 설계와 공법까지 아우를 수 있는 대응력이다. 칼선은 단순 제조업체가 아니라, 건축 대응 기술 기업으로 가려 한다. 전기공사·창호공사 면허도 있고, 직접 시공한 켄텍·남원이음센터 사례도 있다. 당장은 생산과 기술개발에 집중하지만, 종국엔 설계-자재-시공까지 묶는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국내 발주처와 설계사들이 ‘그게 가능한가?’라고 물을 때 ‘칼선은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미관과 기술을 동시에 충족하는 해법, 곡면·컬러·대면적 등 설계자들의 상상에 가까운 조건에 대응하는 기술을 앞서 준비해 두는 기업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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