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 리쇼어링·제조기반 강화로 전력기기 투자 확대될 것
AI 자산관리 알고리즘 기술 기반 S/W 플랫폼 ‘ARMOUR+’ 개발해 사업화 추진
美에 765kV 변압기・리액터 가장 많이 공급…향후 그리드사업 참여 위한 파트너십 강화
다변화된 시장・제품 포트폴리오 확보…경쟁사 대비 성장성 높은 사업구조 보유

효성중공업은 올 1분기에 1조원이 넘는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2%나 상승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2년 전부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북미 지역의 초고압 전력기기 수주잔고가 매출에 반영됐고, 북미 및 인도법인의 수익성 개선 상승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효성중공업의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은 2024년 14.2%에서 2025년 17.9%, 2026년 21.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북미 시장의 수요 확대에 대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 예상되는 여러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회사의 지속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창간 61주년을 맞아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로부터 북미 시장에서의 대응 전략과 함께 해외수출과 미래전략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 북미 전력시장은 '전력 슈퍼사이클'로 불릴 만큼 전력인프라 업계 입장에선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부과가 시행되면서 글로벌 경제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전력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북미 전력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확장 등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 신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 및 발전용량 증설 등으로 2035년까지 연평균 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부과 확대 등 대미 수출 여건의 변동성이 높아졌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 정책과 제조기반 강화 기조로 미국의 전력기기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북미 전력시장의 변화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먼저 현지화 전략 강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생산과 공급망의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효성HICO 공장 중심으로 변압기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하기 위한 추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미의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고객 신뢰 기반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등 통상 리스크를 헤징할 수 방안을 고객사와 계약 과정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북미 전용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수익성과 수주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필수 전력기기에 대한 관세 면제를 포함해 정책적 지원 확보를 위해 국내 기업, 정부 기관, 협회 등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북미 지역 고객사와의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 대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 미국 시장의 혼란으로 인해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이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외에 다른 어느 지역을 타깃으로 삼고 있나.
“미국 이외에도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 인도 등 여러 지역에서 시장선도업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VOC(고객의 목소리, Voice of Customer) 경영전략에 맞춰 전 세계 15여개국에 영업·엔지니어링 거점을 구축하고 있고, 미국, 인도 등 해외 생산 거점을 운영하는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량을 늘리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적극적인 유럽시장에서는 네덜란드R&D 센터를 통해 고객과의 기술교류 및 친환경, 전력자동화 공동 솔루션을 개발 중이고, 영국,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과 고객관계를 구축하며 장기계약을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도시개발과 산업화를 위해 전력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사우디, UAE 등 중동시장,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 기존 화석연료 중심에서 친환경적인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인도와 오세아니아 시장 등에서도 현지 거점을 중심으로 사업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북미지역에서 또 하나의 이슈가 바로 765kV 사업이다. 한전에 따르면 미국 내 4개 지역에 총 8153km(510억 달러)의 765kV 그리드사업이 예정돼 있는데, 효성중공업의 사업참여 전략은.
“우리는 765kV 사업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12년 미국에서 765kV를 증설한 이후 미국에 가장 많은 765kV 변압기와 리액터를 납품한 공급사이고, 멤피스 공장은 현재 미국 내에서는 유일하게 765kV 변압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이다. 765kV 그리드 사업을 계획중인 고객들과 사업 구상 단계부터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는 등 긴밀한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 우리는 765kV 전력기기 선도기업으로서 미국 765kV 송전그리드 확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며, 초고압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미국 시장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게 바로 유럽 지역이다. 효성중공업은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유럽의 문을 두드리며, 다양한 레퍼런스를 쌓아온 것으로 아는데요. 유럽 시장에 대한 목표와 향후 시장 확대 전략은.
“유럽 전력시장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고, 세계 유수의 전력기기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략적 핵심 시장이다. 효성중공업은 2008년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이래,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과 고객 맞춤형 전략을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하며 유럽 내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특히 영국과 북유럽에서는 대용량 초고압변압기, 차단기, 에너지저장장치 공급을 통해 주요 전력 회사들과 신뢰관계를 확보한 상태이고,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축적해 왔다. 최근에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서유럽 주요 국가와의 장기공급계약도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2023년 설립한 네덜란드 유럽R&D 센터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친환경 차단기, 탄소 저감형 제품 등 ESG 기반 솔루션 수주도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현지 거점을 중심으로 고객 관계와 사업 역량을 강화하며, 유럽 전역으로 시장 기반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연말 효성중공업은 AI 기반의 전력설비 예방진단 자산관리 솔루션인 알프스(ARPS; ARMOUR Plus SEDA) 첫 수출에 성공한 바가 있다. 이를 기점으로 효성중공업도 전통제조업을 넘어AI 플랫폼 기반의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같은 구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전력 그리드 시장에서 디지털 투자는 2030년까지 연평균 17.5%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2016년 국내 최초로 전력설비 자산관리시스템 ‘ARMOUR’(아모르)를 독자 기술로 개발해 AI 기술기반 전력설비 솔루션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24년 5월에 ‘ARMOUR’와 한국전력의 예방진단 시스템 SEDA를 통합한 ARPS솔루션 개발을 완료했고 말레이시아에 수출도 했다. 새로 개발한 ARPS솔루션은 연내 완료를 목표로 실증이 진행 중이고,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서도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전력설비의 운전데이터, 이력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상태를 평가하는 AI 자산관리 알고리즘 기술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ARMOUR+’(아모르플러스) 개발을 완료하고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ARMOUR+’는 각 기능을 모듈화해 레고 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어 다양한 산업에 적용이 가능하다. 이에 향후 전력설비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설비와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1월 대한전선과 전력분야 기술협력과 신사업모델 발굴을 위한 MOU를 맺은 바 있다. 이때 주목을 받은 것이 효성중공업의 아모르와 대한전선의 케이블진단모니터링 시스템을 결합해 고도화된 전력 인프라 관리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것이었는데, 이후 구체화된 성과물이 있나.
“당사가 개발한 AI 기반 설비 상태분석, 조기 이상감지, 잔여수명 예측 등 고도화된 기능을 갖춘 차세대 플랫폼 ‘ARMOUR+’(아모르플러스) 솔루션과 연계해 개발 중이며, 연내 개발완료 및 론칭을 목표로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통합솔루션은 케이블을 포함한 전력설비 전체에 통합관리가 가능한 자산관리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효성중공업은 200MW용 전압형 HVDC 변환설비 개발을 지난해 완료했다. 서해안 HVDC 사업에 효성중공업의 변환기술이 적용될 수 있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술력 확보는 당연하고 향후 산업부와 한국전력의 동의, 막대한 자금투자 등이 선행돼야 하는데, 앞으로 효성의 HVDC 사업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나.
“HVDC는 AI 등 전력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송전망 포화를 해소하고 전력 안정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솔루션이다. 현재 HVDC 기술은 3~5개의 일부 외국 기업만 보유한 상태로, 국내 시장도 그 동안 외국계 기업에 의존해 온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당사가 자체 기술로 200MW 전압형 HVDC를 성공적으로 실증 완료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고객들도 당사의 성과를 주목하고 협력을 진행하기를 요청하고 있다. 국내외 HVDC 수요는 GW급까지 대용량화 되는 추세이기에, 우리는 빠른 시일내에 GW급 기술을 개발할 것이며, HVDC 기술 국산화를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전력인프라 업계는 최근 시장 등에서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규모에 비해 시가총액이 적어 자본시장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효성에 관심이 있는 투자가와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전력시장의 호황을 AI 데이터센터 및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연계한 사이클 정도로 이해하고 계시는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기에너지 위주의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변화를 위한 투자로 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전기에너지 위주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기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전통적인 그리드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그리드 안정화 솔루션과 에너지저장장치 등 그리드를 안정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한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시장은 이제 열리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전력솔루션 선도기업으로 국내 경쟁사보다 다변화된 시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안정적이면서도 성장성이 높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제품 공급을 넘어 전력망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 전기에너지 사회의 글로벌 인프라를 책임지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확고히 다져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