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정부 부처 개편을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부문을 분리하고, 환경부 일부와 통합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전력망 포화, 재생에너지 보급 지체, RE100 대응 등 현안이 쌓인 가운데 이제라도 에너지전환에 맞는 조직 개편이 거론된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기후’라는 상징이 앞세워진 구상이 실질적인 에너지 거버넌스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기후는 지향점이다. 그러나 에너지전환, 전력망 확충, 각종 인프라 구축 등은 기후 담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에너지 정책은 계통과 시장, 산업과 세금, 기술과 안전을 모두 엮는 고도의 전문영역이다. 기후 중심 거버넌스로는 이 복합적 구조를 감당할 수 없다. 기술과 계통, 시장과 산업을 통합적으로 조율할 체계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처럼 산업부는 전력, 환경부는 감축, 기재부는 예산, 국토부는 입지를 따로 담당하는 구조로는 실행력을 담보할 수 없다. 단순한 부처 간 통합이 아니라, 전력정책과 재생에너지 산업, 기술개발과 수요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해야 한다. 독립된 에너지부가 컨트롤타워의 중심으로서 기능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번 논의가 또 하나의 조정형 행정으로 그칠 가능성이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고, 그 중심에는 기술 기반의 정책 역량과 에너지 전문가의 실무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당장 출력제어나 계통 병목 같은 현안만 봐도 전문성과 통합성이 결여된 정책 구조의 한계가 드러난다.

이 논의가 정쟁의 도구로 변질돼서도 안 된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발전원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며 일관된 전략이 훼손돼 온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에너지는 특정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 전략이다. 조직 명칭보다 중요한 것은 기능과 책임의 재설계이며, 기후를 위한 에너지를 실현할 독립 거버넌스야말로 지금 필요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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