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한 데이터 분석이 제도 최적화·지속가능성 토대”
연구·기술개발 지원 지속...분산전원 활용 극대화
E소요량·자립률 취사 선택으로 인증 부담 낮춰
“수용성 강화 제도 개선으로 ZEB ‘일상화’ 목표”

김현철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효율과장이 실내 적정 온도 유지를 통해 에너지 절약을 촉진하는 '온도주의'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김현철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효율과장이 실내 적정 온도 유지를 통해 에너지 절약을 촉진하는 '온도주의'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발전소와의 지리적 거리는 멀고,  전력 소비는 상대적으로 많은 도심지의 건물 부문은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22.2%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시설이 들어서면서 이 수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태생적으로 탄소중립과는 거리가 있는 도심지가 대규모 수요를 감당할 청정전력을 조달하고,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많은 실정이다. 때문에 이 지역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기 위해선 남다른 상상력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이에 착안해 지난 2017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 인증 체계, 제로에너지빌딩(ZEB)를 고안했다. 건물 부문에서 필수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ZEB 정책은 2020년 로드맵 수립 및 전격 시행 이후 신축 공공건물부터 단계적인 의무화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시행 3년이 지난 2023년에는 인증 건수가 2.5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6월 말 기준 총 5907건의 인증이 완료된 상황이다. 

정책 도입 5년 차인 올해는 통합 인증제를 통해 연면적 1000㎡ 이상의 민간 신축 건축물의 의무 인증이 시작된다. 공공부문 인증 등급 상향, 민간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 강화를 통해 본격적인 ‘제로에너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ZEB 의무화의 문턱에서 효율 기술, 재생에너지 보급을 뒷받침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김현철 에너지효율과장을 만나 향후 정책 운영방향과 사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설계·건축만큼 운영 지속가능성도 중요”

김현철 에너지효율과장은 ZEB 정책 성공의 열쇠로 ‘데이터 관리’를 첫손에 꼽았다. 올해부터 의무화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데이터 기반의 성과 검증과 정책 효과 파악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김 과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성과 검증과 정책적 대응이 ZEB 확산의 핵심”이라며, “공공기관과 민간 건축물 모두에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및 재생에너지관리시스템(REMS)를 통해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ZEB 설계와 건축 단계에서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서 설계·시공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관리 체계는 단순한 에너지 소비량의 확인을 넘어 전력수요 패턴과 부하를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도 취지인 전력망 안정화와 전력수요 분산 등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이를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갈 것”이라며 “정밀한 데이터 관리는 건물 간 차등 요소를 줄이고, 효율적인 정책 대응 및 결정을 가능케 하는 주춧돌”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현행 제도 아래에선 인증 시 전자식 원격검침계량기 또는 에너지관리시스템 설치만 확인하고, 운영 단계는 문제점 개선을 위한 차원에서 샘플 조사만 실시했던 점도 보완에 나설 방침이다.  

인증 당시의 자립률 유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등의 정보를 확인하고, 설비의 운영 효율 관리가 가능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전자식 원격검침계량기 또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의 설치기준도 건물 규모별로 효과를 분석해 재정립 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연료전지·BIPV 뒷받침해 기술 한계 극복할 것”

건축물 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일 핵심 수단으로는 연료전지와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이 꼽힌다. 하지만 해당 기술은 경제성과 효율 등 기술적 한계로 실제 보급 확산까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연료전지는 발전과 열을 동시에 생산하며 최대 80% 수준의 높은 발전효율을 자랑하지만, 경제성과 복잡한 운영 방식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사용연료인 가스 공급단가의 문제로 일부 건물에선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기존 건물에서 활용 중인 소규모 연료전지보다 효율이 높은 10kW 이상 중대형 연료전지도 건축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중대형 연료전지에 대한 표준 및 인증기반 구축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며 “해당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규격 제정 후 이를 건물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BIPV 역시 건축물의 안전을 위한 불·난연 자재 사용 의무 등 건축 규제가 강화되며 안전 기준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김 과장은 “산업부는 그간 BIPV 안전성 강화를 위해 국가 연구과제를 통한 급속차단장치 개발, 화재 안전시험을 위한 BIPV 실증센터 구축 등 안전 기준을 정립해 왔다”며 “이밖에도 BIPV의 경제성 확보와 안전성 강화를 위한 기술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무화’ 앞서 수용성 강화 방안도 충분히 고려 

도심지 중에서도 초고층 건축물은 자립률 향상을 위한 발전원 조달이 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해 통합 인증의 취득 기준을 완화해 제도 수용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김현철 과장은 “기존 인증 체계에서는 건축물이 ‘1차 에너지소요량 기준(에너지효율등급 1++등급 이상)’과 ‘에너지자립률(20% 이상)’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취득이 가능했기 때문에 1차 에너지소요량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운 건축물은 인증 취득이 불가능했다”면서도 “통합 인증체계는 소요량과 자립률 기준 중 유리한 기준을 취사 선택 후 인증 신청이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렵더라도 건물 자체의 패시브·액티브 요소의 성능을 강화해 소요량을 충족한다면 ZEB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탄소중립에 성큼 다가서기 위해선 ZEB가 우리 생활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국민 여러분의 관심 속에 ZEB 인증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수요도 꾸준히 늘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민과 더 가까이 다가서 일상과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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