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예방형 충전기, 기존 보조금에 최대 40만원 추가
올해 구축 충전기, 화재 예방 기능 사실상 ‘무용지물’
OEM 비협조로 데이터 수집 ‘난항’...호환성 문제도
과도한 인증 절차도 부담...”모뎀 인증이 합리적“
저가 PLC 사용, 미래 충전 서비스 확대에 걸림돌

2024년 전기차 완속충전시설 보조금 지원 단가. 화재예방형 충전기는 기존 완속충전기 보조금에 최대 40만원을 추가 지원 받을 수 있다. [제공=환경공단]
2024년 전기차 완속충전시설 보조금 지원 단가. 화재예방형 충전기는 기존 완속충전기 보조금에 최대 40만원을 추가 지원 받을 수 있다. [제공=환경공단]

환경부가 전기차 화재예방형 충전기 보조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스템 미비, 데이터 수집 한계, 기술적 호환성 문제 등으로 당장 화재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인증 절차의 비효율성과 저가 PLC 모뎀 사용에 따른 장기적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어 제도의 실질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8일 전기차 화재예방형 충전기 보조사업 모집 공고를 발표하며 지원단가를 공개했다. 보조금은 최대 40만원으로 기존 완속충전기 보조금에 추가하는 방식이다. 신청은 8일부터 시작됐으며 800억원 예산이 소진될때까지 진행된다.

화재예방형 충전기는 충전 중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차량정보, 누적주행거리, SOH, SOC, 전류, 전압, 온도 등)를 수집하고 충전을 제어해 화재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이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올해는 시스템 구축이 절반만 진행돼 운영서버까지 배터리 데이터 전송만 가능한 상태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한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환경부 서버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구축돼야 하지만 이 사안은 내년에 진행된다. 이는 올해는 실질적인 화재 예방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전기차 제조사(OEM)들이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실제 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화재 예방이 되지 않는 화재예방형 충전기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에 이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 충전기 제조사들은 과충전 방지(SoC 95% 전력 차단) 기능이나 충전케이블에서 온돗 값을 측정해 전력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적용해 실질적인 화재 예방이 가능한 충전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기술적 호환성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출고되는 전기차에는 PLC 모뎀이 탑재되어 있지만, 데이터 송신을 위해서는 펌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구형 전기차의 경우 하드웨어 스펙 부족으로 업데이트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물론 이 조치들도 전기차 제조사가 협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에 한 전문가는 “차라리 모든 차량에 장착 가능한 무선 OBD 방식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빨라야 내년에나 무선 OBD 방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인증 절차의 비효율성도 문제다. 현재 화재예방형 충전기 출고 시 KC안전인증, 계량형식승인, OCPP 인증에 추가적으로 화재예방 시험인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PLC 모뎀이 단순 통신 모듈임에도 교체 시마다 충전기 전체 인증이 필요해 매번 수백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PLC 모뎀을 필요 시 타 업체 제품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충전기 전체 인증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통신모듈 인증을 별도로 하고, 장착 시 화재예방 시험성적서만 추가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최근 등장한 저가 PLC 모뎀도 새로운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 제품은 화재예방형 충전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배터리 데이터 전송만 가능해 ISO/IEC 표준 준수 여부가 불확실하다. 이는 향후 V2G, PnC 등 확장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PLC를 사용한 충전기는 향후 전력 서비스 연계 충전기로 사용할 수 없어 다시 설치해야 할 수 있다”며 “화재예방형 충전기 설치 시 제대로 된 PLC 모뎀을 사용해 추후 확대 적용이 가능한 충전기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화재예방형 충전기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실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의 정책은 단기적인 해결책에 치중한 느낌”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모두 고려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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