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구 인하대학교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
                강천구 인하대학교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

최근 기후변화 중요성이 강조되고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탈탄소화를 실천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넷제로 트래커에 따르면 애플, 구글, BMW을 포함한 총 428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RE100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RE100 기후그룹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아시아 기업들의 참여가 급증하면서 미국(23.1%), 일본(20.2%), 영국(11.1%), 한국(8.5%), 대만(7.5%), 독일(4.25%)의 순으로 참여도가 높다. 우리 기업은 올해 3월 기준 총 36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세계 RE100 참여 기업의 2022년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40TWh로 전체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조달은 주로 인증서 구매(41%)와 전력구매계약(PPA)(31%)이 활용되고 있다.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재생에너지 이용은 9%에 그쳐 주요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편이다. 

이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부족한 재생에너지원으로 인해 가격이 비싸며, 조달 제도가 주요국에 비해 늦은 2021년부터 마련됐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제조기업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면서 RE100에 가입한 제조업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공급망을 포함해 탄소중립 경쟁력을 획득하려는 고객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RE100 참여 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조달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 RE100협의체에 따르면 국내 제조 수출기업의 16.9%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고 있으며, 그 중 41.7%가 올해 또는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받고 있어 기업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관련 데이터 제출도 함께 요구받고 있어 수출기업의 전방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RE100에 대해 알고 있는 기업은 절반도 안되고 제조 수출기업 가운데 약 9%만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것은 향후 재생에너지 이용 계획 조차 없는 기업이 절반 이상(52.8%)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수출기업 가운데 14.6%RE100을 이행 중인데 규모와 수출액이 큰 기업 일수록 RE100 이행 수단을 활용하는 비율이 높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면적과 높은 전력 소비량, 부족한 재생에너지원 등으로 인해 가격이 높고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이 낮아 태생적으로 수급 여건이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에서도 국내 대표 전력발전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의 경우 RE100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을 또 하나의 기회로 선점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대표 발전 공기업인 남동발전의 신재생에너지개발처는 RE100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전력공급 실거래를 통해 공급 영향력을 높혀 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2022년 5월 국내 최초 시범거래로 삼천포 태양광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특수목적법인(SPC)사업으로 기존 고정가격 계약 단가 이상의 전력구매계약(PPA) 시장 확보시 매출 증대도 가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1월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 사업자 자격을 취득하여 삼성전자, LG화학 등 민간기업과 RE100 공동 대응을 위한 포괄적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부가 RE100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 에너지정책을 제대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발전공기업 등 공기업을 선두로 민간과 함께 협력하는 정책으로 나가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히 발전원, 에너지 차원의 문제를 넘어 기간산업과 국가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후위기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벗어날 길이 없고 그 변화의 중심에 재생에너지가 있다. 따라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우선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홍보와 교육 및 컨설팅, 금융지원 확대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과 인프라 확충에 힘써야 한다. 기업들도 단기적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국내외 재생에너지 이용 기준 충족을 통한 시장 점유율 향상과 친환경 이미지 제고 등의 관점에서 재생에너지 구매 방안 마련을 실천해야 한다. RE100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정부의 더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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