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용량 112MW 규모 ESS 내달 중 상용 “송전·발전제약 완화 기여”
전국 최대 규모, 전 노선 설비 확보로 첨단 달리는 계통운영 자랑
무고장 8배수(5600일) 달성 코앞…협력사 상생으로 안전 확보 노력

배주호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 전력관리처장이 소내 설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촬영=김진후 기자]
배주호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 전력관리처장이 소내 설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촬영=김진후 기자]

지난 8일 찾은 충청남도 예산시 예산변전소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을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장은 현재 95%의 공정률을 지나면서 82MW 규모의 배터리 컨테이너 21동과 관리동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 변전소는 지난해 옥내화 공사로 생긴 유휴부지를 예비력 확보의 전초기지로 삼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면서, 기존 부지의 전환을 통해 민원 소요도 최소화했다. 수십기의 철탑과 고압 구조물이 빼곡했던 이곳은 주변 권역의 배전업무를 소화하는 것을 넘어 오는 4월 상용운전에 돌입한 뒤 재생에너지 완충지대로서 기능할 전망이다.

배주호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 전력관리처장은 “ESS 기지로 탈바꿈한 변전소는 남부·서부지역의 발전력과 수도권의 전력수요를 조율하는 ‘수도권 조류’ 한가운데에 있다”며 “ESS는 0.2초라는 초단시간 내에 계통 내 예비력을 공급하고, 발전제약을 완화하는 중책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세종충남본부는 기존에도 주파수 조정을 목적으로 한 24MW급 ESS(신계룡변전소)를 운영 중이었다. 이러한 운영 노하우에 더해 한전의 총 1.3GW 규모 공공 ESS 구축 계획(~2026년)을 실행에 옮기면서 예산변전소의 ‘변신’도 주목받고 있다. 예산변전소 ESS의 경우 향후 수요 확대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최대 112MW까지 확충할 수 있다. 

전력시장과 계통운영은 시대적 변화라는 도전을 맞고 있다. 급속히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와 부족한 계통 인프라는 고품질 전기의 원칙인 ‘수급균형’의 적으로 떠오른 상태다. 현재로선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간헐성 문제로 인해 태양광 발전소의 강제 출력제어, 전통 발전소들의 발전제약도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잉여전력 및 발전제약을 완화할 수단이 필요해졌고, 그 대안으로 예산변전소를 비롯한 공공 ESS 구축에 대한 요구도 커진 것이다.

배주호 처장은 “이곳 ESS를 방패삼아 타 발전기의 제약 손실도 줄일 수 있고, 계통에 연계된 약 3GW 규모의 권역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원들도 안정적인 발전기 운영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변전소 관리동에선 각각의 배터리팩에서 전송하는 초당 수십만개의 정보를 처리하는 관제장치가 바삐 돌아가고 있다.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주수조 등 설비가 컨테이너에도 빼곡했다. 또 실시간 충방전을 가능케 하는 직류-교류 양방향 전환설비 등도 가동 전까지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췄다.

예산변전소에서 상용운전을 기다리고 있는 82MW 규모의 ESS 설비 전경. [촬영=김진후 기자.]
예산변전소에서 상용운전을 기다리고 있는 82MW 규모의 ESS 설비 전경. [촬영=김진후 기자.]

이 같은 ESS 확충의 배경에는 대전세종충남본부가 위치한 중부 지역의 특성도 작용하고 있다. 대전세종충남본부는 수도권의 관문으로서 주요 설비가 밀집한 지역이다. 전국 최초 특수 송변전설비인 북당진 500kV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변환소와 신중부-신안성 등 765kV는 물론 154kV, 345kV 등 모든 종류의 송전선로가 이곳을 지난다.

배 처장은 “수도권 융통선로 7개의 절반가량인 3개를 운영할 만큼 계통운영의 요충지로서 책무와 역할이 크다”며 “특히, 관할 권역과 수도권은 물론 미래 수요가 발생할 경기도 평택 삼성 반도체 단지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내륙 HVDC 변환소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본부가 책임지고 있는 권역 내에는 보령·태안·당진 등 해안가 대규모 발전단지가 다수 포진해 있다. 본부는 이를 위해 총 3823C-㎞의 송전설비 221회선과 77개의 변전소를 운영 중이다. 268뱅크의 변압기와 3306대의 차단기로 처리하는 변전용량은 3만2750MVA에 달한다. 이는 전국 최대의 송변전 설비 규모로, 그 종류도 500kV급 HVDC, 765kV 신서산, 당진화력 변전소, 오는 4월 상업운전에 돌입할 북당진변환소 등으로 다양하다.

이를 수용할 수요 자원도 넉넉하다. 대전광역시는 고품질 전력공급이 필수인 과학·첨단산업 중심지인 대덕연구단지, 대덕테크노밸리 등 첨단 연구 단지와 정부청사 등 행정기관이 집중돼 있다. 이웃한 세종특별자치시는 23개 정부기관, 16개 국책연구기관, 향후 이전 예정인 국회 세종의사장을 필두로 2030년까지 80만명의 인구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작년 피크 시기 권역 최대 부하는 8729.7MW로, 동시간 전국 부하 8만3916.8MW의 10.4% 규모다.

수요단의 핵심은 최근 정부가 17조2000억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조성 계획을 밝힌 ‘천안·아산 디스플레이’ 첨단전략산업단지다. 이곳 산단은 OLED, Q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중심무대로, 글로벌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 최대 설비구축 실적에 비례하는 운영관리 역량도 본부의 강점이다. 본부 전력관리처는 지난 2022년 11월 전사 최초로 무고장 7배수(4900일)을 달성하고, 올해 10월 무고장 8배수(5600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시기별·설비별로 다각화된 예방활동에 있다. 예방진단은 물론 고장사례를 분석하고 조치하는 데 특화된 인력 확보가 비결이다. 실제 담당 직원의 89.8%는 송변전 교대근무 자격을 취득했고, 정기적으로 고장복구 모의훈련에 참여해 정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대규모 고장발생 시 발동하는 5단계 대응절차 매뉴얼을 비롯해 산불 비상대응체계, 황새 자연방사에 따른 조류 고장유발 재발방치대책 등도 자랑이다.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에 따라 협력사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상생·안전 토양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자기규율 안전관리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근로감독 임금·관리체계 컨설팅·정부정책 참여 독려 등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동반해 자발적인 안전관리 구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배주호 처장은 “빈틈없는 계통 운영 역량과 높은 신뢰도를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위탁 설비 전담 체계 구축으로 본사 재무위기 극복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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