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올해 의무공급량 6381만9293MWh 확정공고…전년 대비 1.6% 증가
신규 설비 등 제외하면 오히려 47MWh 가량 줄어…계통제약 등 영향 ↑
원전·재생에너지 비중 늘수록 이 같은 형상 심화 전망…RPS 역할다했나

올해 RPS 의무공급량이 소폭 증가했지만, 신규 공급의무사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한수원)
올해 RPS 의무공급량이 소폭 증가했지만, 신규 공급의무사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한수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의 올해 의무공급량이 소픅 증가했지만, 신규 사업자 물량을 제외하면 사실상 지난해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RPS 제도의 역할이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27개 RPS 공급의무사를 대상으로 총 6381만9293MWh(8615만6047REC)의 의무공급량을 확정 및 공고했다. 전년도 6280만8128MWh(8541만9055REC) 대비 101만1165MWh(1.6%)가 증가한 수치고, 공급의무사도 두 곳 늘었다.

RPS 공급의무사는 전년도 발전량을 기준으로 산업부가 매년 공고하는 의무공급량에 맞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직접 추진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한다. 올해 의무발전비중은 전년(13.0%)보다 0.5%p 오른 13.5%다.

올해 산업부가 공고한 의무공급총량만 놓고 봤을 때는 숫자가 늘어났지만 깊게 들여다봤을 때는 전년 대비 줄어든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무발전비중이 0.5%p 늘었지만 신규 사업자 물량을 제외하고 살피면 오히려 총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RPS 공급의무사에는 여주에너지서비스와 삼척블루파워가 신규 진입, 각각 53만7994MWh, 1만4375MWh의 물량을 할당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강릉에코파워가 1·2호기 상업운전을 본격화하며 2022년 37만2511MWh보다 92만7562MWh 늘어난 130만73MWh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이렇게 늘어난 물량이 올해 늘어난 101만1165MWh보다 46만8766MWh 많은 147만9931MWh에 달한다. 이 신규로 늘어난 물량을 제외하고 전년도 운영된 발전설비만 따지면 오히려 47만MWh 정도 후퇴한 수치가 된다.

2024년 RPS 의무이행량.(제공=산업부)
2024년 RPS 의무이행량.(제공=산업부)

실제로 발전5사 가운데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의 의무공급량이 소폭 늘어났고,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세 곳은 모두 감소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올해 의무공급량은 1166만8604MWh로 전년도 1098만4553MWh에 비해 68만4051MWh(6.2%) 정도 늘었다.

민간발전 대표 3사 가운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42만8507MWh로 전년 대비 의무량이 늘었지만 SK E&S와 GS EPS는 각각 74만7002MWh, 105만9076MWh로 하락했다.

발전사별로 의무량이 줄어든 이유는 제각각이다. 전년대비 20만MWh 정도 줄어든 남동발전의 경우 지난해 발전소 중정비 탓에 오랜 기간 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됐다.

반면 재생에너지와 원전 확대로 석탄 및 LNG 발전소 가동이 줄어든 것을 의무이행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는 발전사도 적지 않다. 지난해 봄·가을철은 특히 재생에너지 과잉생산으로 인해 석탄·LNG 발전소가 사실상 계통을 유지할 최저 수준으로 가동되거나 계통제약에 걸려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곳들이 발생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에너지통계월보(2024.01)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서 10월까지 기력(석탄화력) 발전량은 15만7102MW로 전년 동기 16만4155MW 대비 4.3%가량 감소했다. 복합(LNG) 발전량 역시 같은 기간 13만986MW로 전년 13만2996MW보다 1.5% 줄어든 모습이다.

반면 원자력의 경우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총 14만8475MW로 전년 동기 14만6820MW보다 1.1% 발전량이 증가했고, 재생에너지도 4만2746MW로 전년 4만230MW보다 6.3% 늘었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발전비중 11.4%를 차지하며 주력전원으로 지위를 공고히 했다.

아직은 발전량의 변화가 다이내믹한 수치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앞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점차 늘어날 예정인 만큼 석탄과 LNG를 중심으로 한 공급의무사들의 가동률은 점점 떨어질 예정이다. 재생에너지의 증가가 역으로 RPS 시장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올해 이행량과 관련 재생에너지 진흥을 위한 RPS의 역할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가 최근 RPS 일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 역시 이 같은 배경이 자리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물량을 제외하고 나면 소폭이지만 의무이행량이 줄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계통제약 발전소들이 많았다는 걸 생각할 때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RPS가 어느 정도 자기 역할을 다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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