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충전 시스템과 충전 비즈 모델로 계속 발전
로봇충전기, 2년간 서울서 실증 교통약자 안전성 제고
무선충전, 효율↑ 공간 제약↓ 자율주행과 ‘찰떡궁합’
고객이 직접 운영으로 운전자 맞춤형+전력분배로 수익↑

서울 강서구 신방화역 환승주차장에 설치된 무인 로봇충전기. (촬영=오철 기자)

전기차 산업이 빠르게 커지면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공용 충전기의 경우 처음에는 완속 7kW, 급속 50~100kW 등을 중심으로 보급이 늘어나더니 지금은 11kW 완속, 30kW 중속, 200kW 급속, 350kW 초급속 등 다양한 출력 용량의 모델들이 잇달아 개발됐다. 충전기의 진화는 단순히 출력이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키오스크 충전기, 과금형 콘센트 등 다른 형태의 충전기는 물론 전력분배형 충전기처럼 특정 기능이 강화된 충전기로 발전했으며 내년에는 화재 예방형 충전기, ESS를 활용한 이동형 충전기 등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전기차 충전기 모델이 계속 나타나는 가운데 차별화된 기술로 향후 충전 시장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할 미래형 충전기를 찾아봤다.

◆ 모던텍-서울시, 신방화역서 무인 로봇충전기 실증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전기차를 충전기가 설치된 주차면에 주차하고 충전기 화면이든 앱에서든 결제를 진행한다. 그리고 차량 충전구 뚜껑을 열고 잠금장치가 풀린 충전기의 충전건(gun)을 직접 꼽으면 된다. 보통 이렇게 하면 충전이 시작된다.

하지만 서울 강서구에 설치된 무인 로봇충전소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필요 없다. 로봇 충전기는 사용자가 전용 앱을 통해 회원가입을 할 때 차량 번호와 결제 카드를 등록해 놓으면 일반 충전기로 해야 했던 과정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사용자가 하차 후 충전기에서 힘들게 충전건을 들고 꽂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모던텍과 서울시가 신방화역 환승주차장에 설치한 무인 로봇충전기. (제공=모던텍)
모던텍과 서울시가 신방화역 환승주차장에 설치한 무인 로봇충전기. (제공=모던텍)

지난해 12월 모던텍과 서울시가 함께 실증을 준비하고 있는 무인 로봇충전소를 찾았다. 로봇충전소는 신방화역 환승주차장 정문을 통과하면 나타나는 정면 주차면 3개로 구성돼 있었다. 캐노피부터 범상치 않은 모습을 한 충전소에 가까이 다가가니 다른 충전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비가 보였다. 바로 ‘로봇팔’이었다.

로봇팔이 충전하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전기차를 주차하면 카메라가 번호판을 인식하고 전용 앱에 등록된 차량인지 인증을 한다. 인증 후 앱에서 결제하면 로봇팔은 그때부터 움직인다. 로봇팔이 레일을 타고 해당 충전 구역으로 이동해 전기차 충전 덮개를 열고 충전건을 잡아 차량 충전구 커넥터에 결합해 충전(30kW)을 시작한다. 충전이 끝나면 충전건을 회수하고 원위치로 복귀한다.

이런 기능이 가능한 이유는 로봇팔에 적용된 3D 비전 카메라와 2D 카메라를 통해 전기차 충전구를 찾을 수 있도록 AI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아이오닉5와 EV6만 로봇충전이 가능하지만 모던텍은 다른 전기차도 사용할 수 있게 차종을 늘려갈 계획이다.

또한 모던텍은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제 카메라 2대, 안전사고 모니터링 2대 등 총 4대로 충전 모든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로봇팔이 움직이는 공간으로 사람이나 반려견이 들어오면 즉시 동작을 멈추고 안내 방송, 전광판을 통해 위험을 경고한다. 또 관제센터에 알려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김동오 모던텍 상무는 “물론 일반 급속충전기도 안전하지만 대전류와 대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이 위험성에 관해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며 “로봇충전기는 장애인, 임산부, 노인 등 교통약자들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신방화역 무인 로봇충전소는 올해 초에 운영이 시작된다. 실증 기간은 2년이다. 충전 요금은 일반 충전 요금과 같거나 조금 더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 대형 물류센터에 구축된 전기차 무선충전 시스템. 각 주차면 앞쪽에 무선충전 패드가 매몰 설치돼 있다. /제공=와이파워원
청주시 대형 물류센터에 구축된 전기차 무선충전 시스템. 각 주차면 앞쪽에 무선충전 패드가 매몰 설치돼 있다. /제공=와이파워원

◆‘편의성 끝판왕’ 무선충전기...전자파 우려도 적어

전기차 무선충전은 ‘편의성의 끝판왕’이다. 주차 후 결제를 하는 동시에 충전을 즉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되면 그 편리함은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2시간을 달려 전기차 무선충전 시스템이 구축된 청주의 대형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상하차 장소에 설치된 무선충전소에는 충전패드에 전력을 공급하는 인버터만 보였다. 무선패드가 바닥 공사를 통해 매몰 설치된 터라 거추장스러운 충전 케이블은 보이지 않았다.

청주 대형 물류센터에 구축된 전기차 무선충전 시스템은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발주한 과제를 와이파워원과 대형 물류기업이 함께 진행하는 실증사업이다. 와이파워원은 주차면 5곳에 각각 50kW 충전이 가능하도록 무선충전 시스템울 설치했다. 출력을 50kW로 맞춘 이유는 전기 1톤 화물트럭이 50kW까지 수용하지 못해서다. 대전 버스에 구축한 무선충전기는 150kW까지 출력을 내고 있다.

와이파워원의 무선충전 시스템은 도로 밑이나 위에 설치된 급전(무선충전)패드에서 자기 공진을 이용해 전기차에 달린 집전(Receiver)패드에 무선으로 전력을 전달하고 정유기를 거쳐 배터리에 충전하는 방식이다.  유선 충전보다 위험성과 불편성, 공간 제약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다만 전기차에 간단한 개조가 필요하다. 

전기 1톤트럭 하부에 설치된 집전패드. (촬영=오철 기자)

아울러 효율도 상당하다. 와이파워원에 따르면 50kW로 무선충전을 쏠 경우 92.5%의 높은 효율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50kW급 충전기에서 최대 48kW로 충전을 한다고 치면 약 44kW로 충전이 가능한 셈이다.

서원철 와이파워원 팀장은 “유선 충전기는 케이블이 길어야 7m 정도지만 무선충전은 바닥 시공을 통해 더 먼 거리에서 충전할 수 있다”며 “택배 박스를 들고 앞뒤로 왔다 갔다 이동할 때도 선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 팀장은 무선 충전에 대한 전자파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선충전은 전파를 받아 전기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자파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KC 인증 기준에는 문제가 없다”며 “국제 기준상 270mG(밀리가우스)보다 낮아야 하는데 와이파워원은 220mG 수준”이라고 말했다.

◆'운전자 맞춤형 충전 서비스 제공'...새로운 비즈모델 ‘만땅충전소’

전기차 충전기의 진화는 운영 서비스 모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충전 서비스 사업을 충전사업자(CPO)만 했다면 이제는 부지 소유자, 아파트 입대위 등 기존 소비자도 CPO의 도움을 받아 충전 사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주로 부지 소유자가 CPO의 충전기와 플랫폼을 사용하고 CPO가 수수료를 받아 가는 형태가 많다.

 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만땅전기차충전소. (촬영=오철 기자)
 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만땅전기차충전소. (촬영=오철 기자)

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만땅전기차충전소도 주차장 소유자가 주차면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충전소를 만들었다. 12개 주차면에서 주차 요금만 받기보다 마케팅을 통해 전기차를 유도할 수 있다면 충전 사업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 본 것이다.

이 충전소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발주한 과제를 통해 구축한 충전소로, 사업명은 에너지수요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 과제명은 운전자 맞춤형 스마트 충전 서비스 및 고효율 충전시스템 개발 및 실증이다. 클린일렉스 컨소시엄이 맡아 2022년 4월부터 올해 말까지 실증을 진행한다.

인계동 만땅전기차충전소는 12개 주차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350kW 2채널 초급속 충전기 2기, 200kW 4채널 급속충전기 2기, 맨 안쪽에 100kW 2채널 일체형 급속충전기를 구축했다.

350kW 초급속 충전기는 2대를 동시에 충전하면 200kW씩, 한 대만 충전하면 350kW 충전이 가능하다. 200kW 급속충전기도 4대를 동시에 충전하면 각각 50kW씩, 한 대만 충전하면 200kW 용량으로 충전할 수 있다. 수배전반은 1200kW를 버티지만 안전과 비용을 위해 800kW까지만 사용하도록 설정했다.

김세현 클린일렉스 팀장은 “전력 분배를 통해 전기 기본료를 낮췄으며 안전마진을 넉넉히 잡아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회원(플레이스 회원)과 일반회원으로 구분해 고객 유도에 힘썼다. 수원개인택시운송사업자 등 충전량이 많은 전기택시 기사들에게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전략을 펼친 것. 충전 구독 서비스로 생각하면 된다.

김용석 기사가 전기택시에 충전을 하고 있다. (촬영=오철 기자)
수원개인택시운송사업자 김용석 씨가 전기택시에 충전을 하고 있다. (촬영=오철 기자)

수원에서 개인 전기택시를 운영하는 김용석 씨는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충전 시간을 줄이는 게 매출과 이어지기 때문에 빠른 충전을 선호한다”며 “만땅충전소는 12대를 동시에, 또 초급속(350kW)으로 충전할 수 있어 자주오고 있다. 플레이스 회원에 가입하면 211.2원/1kWh에 모든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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