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多 PPA 도입해 재생에너지 공급…“저렴하고 편리하다” 호평'
창원 그린에너지센터, 태양광.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생산
유럽서 재생에너지 사용 요청 늘면서 수출기업 RE100 이행 빨간불
고성 SK오션플랜트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 점유율 아시아 1위
韓.日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수요 포화, 157㎡ 야드 구축해 대응

지난 9일 김해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남 창원시 북면의 동전일반산업단지. SK에코플랜트가 청정에너지 보급을 위해 세운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서는 11월 늦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태양빛을 잔뜩 머금은 은빛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SK에코플랜트의 RE100 사업은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파는 것이 아니라 수출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솔루션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국내 최초 산업단지 에너지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며 중견기업들의 RE100 이행을 지원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RE100사업을 총괄하는 오승환 SK에코플랜트 분산에너지사업 담당임원은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SK D&D, SK, C&C 등 6개 사와 함께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를 구축하고 산단을 신재생에너지 활용 거점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는 현재 산단에 입주한 4개 기업에 2MW 용량의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공급하고 있다. 한전의 전기요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기를 제공해 중견기업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옥상에서 바라본 센터 부지에는 태양광과 연료전지, ESS, 전기차 충전소, 수전해기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빼곡이 들어 서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각 설비마다 전기가 조용하게 차오르는 현장의 모습은 '신재생에너지 농장'이라고 부를 만 하다.

◆수출기업에 현실로 다가온 RE100, 1대 多 PPA로 해결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글로벌 기업에서 1차 협력사인 현대정밀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자칫 수출계약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SK에코플랜트의 RE100 지원에 숨통이 트였다.”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서 만난 오정석 현대정밀 대표의 경험이 간증처럼 들렸다. 제조업과 수출업 중심인 국내 산업에 RE100과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 참여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는 생생한 증언이다.

현대정밀은 창원산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건설기계 부품 전문 수출기업이다. 수년전부터 기후위기 극복을 무역경제와 연결시키고 있는 유럽의 고객사들이 국내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압박하고 나섰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서 공급받은 전기로 현재 연간 150~200만kwh에 달하는 공장 전력사용양의 30%를 재생에너지로 보급하고 있으며 향후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한다는 것이 오 대표의 계획이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압박은 더울 커질 전망이지만 기업들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중소‧중견 규모의 기업들은 자가소비형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직접 구축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직접전력거래계약 PPA(Power Purchase Agreement)을 체결하는 것도 자체 전력 사용량이 적어 어려움이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N 방식의 PPA를 도입했다.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이행을 준비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형편에 맞도록 다수 기업에 필요만 만큼의 전력을 제공한다는 방안이다.

특히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 구축된 연료전지가 큰 역할을 했다. 신재생에너지는 비싸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SK에코플랜트는 연료전지로 신에너지 전기를 생산해 전력시장에 판매함으로서 태양광 재생에너지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를 운영하는 SK에코플랜트 자회사 창원에스지에너지 이철욱 대표는 “센터 유휴부지를 활용해 분산에너지인 1.8MW 규모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 판매 수익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전기료 부담을 낮춰주는 상생형 사업모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해상풍력의 자존심, SK오션플랜트 고성 공장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서 차로 다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남 고성 앞바다에는 조선소의 상징인 주황색 골리앗 크레인이 우뚝 서있었다. 경남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선소 중 하나인 줄 알았지만 ‘SK오션플랜트’라는 글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SK오션플랜트는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글로벌 해상풍력 밸류체인에서 입지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 2021년 11월 SK에코플랜트에 편입된 SK오션플랜트는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활발한 대만에서 하부구조물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실적이기도 한데, 이제 막 시장이 개화한 한국과 일본에서도 대형 수주가 예상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먼저 도착한 42만m² 규모 제 1야드에서는 해상풍력 타워를 받치는 하부구조물이 제조되고 있었다. 100M에 달하는 높이를 지닌 골리앗 크레인이지만 그 앞에선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들은 머리가 닿을 것만 같았다.

“SK오션플랜트의 주력 생산제품은 ‘재킷’이다. 고정식 해상풍력 중 수심 30m 이내의 얕은 곳에 곧게 설치되는 지지대 1개의 모노파일과 달리 재킷은 지지대가 3개 또는 4개로 모노파일과 비교해 안정성이 높다. 한 기의 높이는 최대 100m, 무게는 2000톤을 웃돈다.”
전명우 SK오션플랜트 풍력생산본부장은 줄지어 선 재킷 앞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선 커다란 대형 철판을 동그랗게 구부리는 ‘JCO 공정’이 한창이었다. 평평했던 철판이 알파벳 J자처럼 구부러졌다가, C자 모양까지 구부러지고, 결국 동그랗게 말려 끝과 끝을 용접하면 파이프 형태가 된다. 이를 후육강관이라고 부르는데 수백 개를 이어 붙이면 하나의 하부구조물이 된다.
전 본부장은 “용접 과정에서 미세한 공극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품질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재킷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부식 최소화가 필요한 만큼 초음파, 마그네틱 등 촘촘한 품질 검사 과정을 거쳐 통과한 강관만 재킷 제조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SK오션플랜트는 이러한 강관을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국산화했다. 두꺼운 철판을 구부려 만든 초대형 파이프로 최대 지름 10m, 철판 두께 최대 150mm에 이른다. 석유나 천연가스의 시추·저장·운반 시설이나 대형 건축물, 해양 플랜트 등에 주로 쓰이는 만큼 고온, 고압, 고중량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배를 만들던 기업들이 이 기술을 가지고 해상풍력 사업에 주로 진출하는 이유다.
특히 SK오션플랜트는 한 강관을 한 번의 용접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파이프의 일부인 여러 강관을 크레인으로 들어 2~3번의 용접이 이뤄지지만 SK오션플랜트는 이 과정을 한번에 끝낼 수 있는 재련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에 SK오션플랜트의 재킷 누적 수주물량만 193기에 달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조원 규모다.
51만m² 규모의 제2야드에서는 제1야드에서 생산한 강관을 조립해 배에 실어 수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 본부장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해상풍력 재킷은 100% 수출됐으며, 이번에 제작한 것도 대만으로 수출하는 물량”이라고 전했다.
또 “SK오션플랜트는 5.6GW 발주가 완료된 대만 해상풍력 시장에서 재킷 하부구조물 분야 44%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미 야드가 포화상태라 부품 단위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열릴 한국 시장 수요와 유럽, 미국 등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157만m² 규모의 제3야드를 건설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