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태양광 업체 폐업 및 매각 논의. 내수시장 육성안 필요
한국형 FIT 제도 일몰 및 RPS 하향 조정으로 국내산 제품 수요 줄어
2년째 검찰·금감원 등 정부기관 조사…재생에너지 보급에 제동
국내 업체 기술력은 ‘톱’ 내수 시장 토대로 해외 진출해야
“광역시도는 기초지자체와 이격거리 조례 폐지 협의 서둘러야”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 촬영=안상민 기자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 촬영=안상민 기자

제조업 기반을 둔 미국, 중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태양광 보급량은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BNEF)는 올해 글로벌 태양광 신규 보급량을 년초 예상됐던 330GW에서 392GW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의 글로벌 추세를 고려하면 내년에는 500GW의 신규 태양광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달궈진 글로벌 태양광 보급 추세에도 국내 태양광 시장의 분위기는 얼음장이다. 지난 2020년 신규 보급량 4GW를 넘기며 드라이브가 걸린 것만 같았지만 이후 꼬꾸라져 올해 실적은 2.5GW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러·우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를 위해 선진국들은 에너지 빗장을 잠그고 있지만 국내에선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비중이 자꾸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태양광 보급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곳이 바로 한국태양광산업협회다. 정우식 상근부회장을 만나 국내 태양광 산업의 생생한 현장 분위기와 현재 상황을 뒤바꿀 해결책을 물었다.

▶국내 태양광 업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대로면 RE100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국내 태양광 산업 분위기를 설명해 주신다면.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초상집 분위기라고 봐야한다. 시장 자체가 반 토막이 났고 중소중견 제조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국산 태양광 모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9%에서 올해 3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말하면 지난해 30% 수준이던 중국산 점유율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예정이다. 다수 제조 기업들이 사업 철수와 매각을 고려중일 만큼 시장이 좋지 않다. 제조업은 제품 생산을 위해 원부자재를 구비해 놓고 인력을 고용해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현재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다 보니 신규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조업은 회복탄력성이 낮은 산업으로 한번 투자적기를 놓치고 공장을 멈추게 되면 선두그룹을 따라갈 수가 없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한번 경쟁력이 뒤처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시장 분위기를 바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국내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중국산 제품 유입이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중국산이 가격경쟁력 있다. 다만 최근 상황은 정부 정책이 원인이라고 본다. 지금이나 몇 년 전이나 중국산 제품은 늘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점유율 차이가 이렇게까지 벌어진 건 국내 신규 태양광 보급이 줄어들 게 만든 정책적 미스다.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형 FIT제도를 일몰시켰다, 이는 100kW 이하 소규모 발전소의 생산 전력을 정부가 20년간 의무적으로 구매해 주는 제도로 전체 신규 태양광 보급 물량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때 발전사업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이 나는 만큼 중국산보다 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제도가 일몰되면서 국산 제품 수요가 크게 줄었다. 전력 시장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결정하는 시장인 만큼 중국산 저가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또 RPS 제도도 실질적으로 미달되면서 탄소검증제가 유명무실화 됐다. 탄소검증제가 그나마 국산제품을 유도했었는데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어진 것이다. 태양광 보급을 돕던 제도들이 개악되면서 영향을 받았다.”

▶지난 2020년까지는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이 4GW를 넘는 등 분위기가 좋았는데 올해는 10월까지 2.3GW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바뀐 원인은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이격거리 규제로 태양광을 설치할 부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계통 부담도 영향이 있다. 또 윤석열 정부 들어 수립한 10차 전기본에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1.6%로 설정해 문재인 정부 때 계획된 2030 NDC(온실가스 감축목표) 대비 8.6%p 낮아졌다. 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노력이 수치로서 나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비율(RPS) 하향 조정. SMP상한제 시행, 보상대책 없는 출력제어 실시, 한국형 FIT 일몰, 태양광 예산 대폭 삭감 등 태양광에 대한 일관적인 부정적 정책들이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축소시키는 역할을 했다. 두 번째로 정부의 2년째 계속 되고 있는 태양광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국무조정실 조사, 금감원·국세청 조사, 요즘에는 조달청 조사까지 더해져 태양광 기업들의 사기와 의욕을 꺾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원전에 힘을 주면서 신재생에너지 소외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공존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원론적인 얘기지만 모든 에너지원은 경쟁을 하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경쟁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자연스럽게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과 정부가 인위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다르다고 본다. 지금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원전은 육성하고 재생에너지는 축소하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특히 태양광은 업계에서 봤을 때는 ‘태양광 죽이기’라는 토로까지 나온다. 협회의 입장은 정부가 원전을 육성하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본다. 에너지 포트폴리오는 다양할수록 전력 안정성에 기여하는 만큼 원전을 키우는 것은 정부 정책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태양광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지는 않아야 한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이 축소되면 제조업체의 경쟁력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태양광 기술력은 해외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어떤 측면에서 볼 건지에 따라 다른 분석이 가능하다. 현재 태양광 밸류체인별 연구자료가 많지 않지만 주관적인 판단에는 대다수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본다. 밸류체인별로 보면 업스트림 분야에서 OCI홀딩스와 한화솔루션의 기술력은 세계 TOP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미들스트림 분야의 수배전반, 모듈 부자재, 케이블, 그리드, 셀, 인버터 등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계통 관련 기술은 한전이나 LS가 세계1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운스트림의 전력 거래 발전 사업, EPC 등도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기에 충분한 실력이다. 사업유형별로 봤을 때 유틸리티 태양광은 현재 기술력으로는 선두 그룹이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태양광 시장을 이끌었던 유틸리티 태양광을 ‘태양광 1.0’이라고 할 때 BIPV, 수상 태양광, 영농형 태양광, 산단 태양광은 ‘태양광 2.0’이다. 태양광 1.0에서는 전력 생산지와 수용가가 멀어 전력 계통에 부담이 있었으나 태양광 2.0에서는 전력 생산지와 수용가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반영됐다. 수상 태양광의 경우 합천에 우리나라가 세계최초로 단지를 설치했다. 태양광 2.0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조금만 지원해주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 EPC, O&M, 금융, 정부 등 모두가 힘을 합쳐 글로벌 시장을 리드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태양광 이격거리 제한을 폐지하라고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이격거리 폐지 시 예상되는 효과와 실효성 있는 정책안에 대해 짚어주신다면.

“정부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정책을 내놓은 것이 이격거리 규제 개선방안이다. 국내 226개 기초지자체 중 129개 지자체가 주거지역, 도로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에 태양광설비를 설치할 수 없는 이격거리 규제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이격거리를 대폭 완화하는 안을 지자체에 권고한 만큼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부지 선정이 좀 더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에서는 자체 RE100을 시행하면서 도내 31개 시군 중 이격거리 조례가 있는 13개 시군과 협의해 이격거리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격거리 폐지의 좋은 사례라고 본다. 이겨거리 폐지와 완화 효과는 굉장히 크다. 한국능률협회의 2021년 연구보고서 ‘산업부 지자체 이겨걱리 규제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격거리를 주택 100m로 완화할 경우 태양광 235GW를 더 보급할 수 있다. 235GW면 적어도 연간 301TWh를 더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격거리를 완전 폐지하게 되면 전국에 태양광 503GW, 연간 발전량 642TWh를 더 보급할 수 있다고 한다. 10차 전기본에서 2030년 전력수요량을 637TWh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를 완전히 커버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이격거리를 폐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하지만 광역시도도 손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의 사례처럼 기초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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