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속 원전 역할 재정립 요구
해체·방폐·SMR까지 지역 산업 연계 가능성 부각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면서 원자력산업을 해체·방사성폐기물 관리·SMR(소형모듈원자로)까지 포괄하는 전주기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존의 ‘건설–운영’ 중심 구조로는 변화하는 전력수요와 기후 대응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부산대학교 산업전환공동훈련센터는 19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제2회 사업설명회 & 기업교류회’를 개최하고 산업전환 교육 방향과 기업 협력 모델을 소개했다.
![한희탁 부산대 산업전환공동훈련센터 팀장이 산업전환 공동훈련센터의 교육 체계와 향후 운영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윤재현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995_571239_3023.jpg)
◆ “전략적 전원으로 이동”...원전 역할 재정립 필요성 제기
이날 특강 ‘에너지 전환시대의 원자력산업 재편과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진행한 윤형준 한국전력기술 부처장(전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은 정부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과 관련해 “이번 조정은 단순한 조직 재배치가 아니라 에너지 정책 철학의 이동”이라고 말했다.
윤형준 박사는 기후위기와 에너지안보 불확실성, 데이터센터·AI 기반 전력수요 증가를 주요 요인으로 들며 “원자력은 기존의 기저전원이 아니라 전략적 전원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30년까지 최대 3.2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하며 “전원 포트폴리오 전반의 재정비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EU 택소노미가 원자력을 ‘조건부 지속가능 활동’으로 분류한 점을 언급하며 “국제적으로도 원전 역할이 재평가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 SMR·해체·방폐...전주기 확장과 기술적 요구 제시
윤 박사는 SMR의 활용성을 강조했다.
“SMR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전원이며, 부하추종이 가능해 전력계통 유연성 확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일본·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이 주도하는 영역으로, 후진국은 기술·규제 역량 부족으로 접근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체산업과 관련해서는 “해체는 지역 기업과 연계해 수행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기계·용접·계측·로봇 등 지역 기반 산업의 참여 가능성을 제시하며 직접 확인한 고리1호기 내부 방사선량은 오랜 운전 연한에도 규제기준에 만족하도록 방사선관리가 잘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윤 박사는 글로벌 해체시장 규모가 2050년까지 500조원 이상, 방사성폐기물 관리 시장은 2032년 6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전 전주기 산업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서는 ▲공정한 공급망 ▲전문인력·기술 확보 ▲투명한 규제 기반 ▲지역 인프라 활용 ▲의사결정 거버넌스 등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공급망 구조에서는 지역 기업의 참여 확대를, 인력 분야에서는 산학연 기반 교육·R&D 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인프라 활용 측면에서는 해체 부지를 SMR 실증·ESS·데이터센터 거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신고리 7·8호기, SMR 입지 적합”...전주기 산업 성공 조건은 ‘신뢰’
현장 질의응답에서는 고리원자력 본부 내 신고리 7·8호기 부지에 SMR 건설 가능성이 언급됐다.
윤 부처장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미 SMR이 반영돼 있는 만큼 도입은 추진될 것”이라며 “입지 여건도 충분히 적합하다”고 답했다.
윤 박사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전주기 산업은 기술적 타당성과 사회적 신뢰가 함께 가야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절차적 공정성, 정보 공개, 독립 검증, 이익 공유가 핵심 요소라고도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부산대 산업전환공동훈련센터가 마련한 첫 원자력 분야 프로그램으로, 현장에서도 의미있게 받아들여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자력을 전공한 데다 현장 경험까지 갖춘 전문가에게 직접 묻고 들으니 그동안 흐릿했던 부분이 확실히 정리됐다”며 “센터가 처음 마련한 원자력 세션으로서는 매우 알찬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부산대 산업전환공동훈련센터 제2회 사업설명회 및 기업교류회’ 참석자들이 19일 행사 종료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윤재현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995_571238_213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