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충전구역을 두고 벌어지는 다툼, 내연차의 불법 주차, 전기차 화재에 대한 막연한 불안. 전기차가 늘면서 이런 갈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2025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1조5057억원, 충전 인프라 보조금 6187억원. 2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지만, 정작 갈등 해소를 위한 예산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전기차 보급에 힘쓰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장애인 주차구역이 상식으로 자리 잡는 데 20년이 걸렸다”며 “전기차 충전 문화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충전기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갈등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안전에 대한 불안도 데이터와는 거리가 멀다. 2023년 기준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 1.32건, 내연기관차 1.86건으로 전기차가 더 화재 건수가 적지만 체감은 정반대다. 객관적 데이터보다 막연한 불안이 앞선다.
재미있는 건, 에너지 산업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의 ‘소통 비용’을 당연하게 쓴다. 그게 산업을 살리는 길이니까.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에너지 산업과 전기차를 함께 맡게 된 지금, 이런 노하우를 전기차에도 적용할 때가 아닐까.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탄소중립 캠페인, 플라스틱 줄이기에는 적극적인 기후부가 정작 수송부문의 충전 갈등 해소에는 소극적이다. ‘사면 돈 준다’는 당근만 있을 뿐, ‘어떻게 함께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사용 문화를 제대로 만들면 K-컬처처럼 수출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과장처럼 들리지만, K-팝이 음악을 넘어 팬덤 문화와 디지털 플랫폼까지 수출했듯, 전기차도 충전 에티켓과 인프라 운영 노하우를 패키지로 내보낼 수 있다. 기술만큼 중요한 건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토양이다.
2조원 중 일부만이라도 인식 개선에 써보면 어떨까. ‘차지할 때만 차지하기’ 같은 쉬운 캠페인, 전기차 충전 에티켓 안내, 객관적 안전 데이터 공유. 규제보다 상식, 법보다 문화가 먼저다.
전기차 시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문제다. 이제 차가 아니라 ‘마음’을 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