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조달에서 입찰참가자의 권리는 절차적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특성 때문에 본안 판결만으로는 실효적 구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낙찰예정자 지위가 문제 되는 사안에서는 계약이 일단 체결되고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 속에서 법원은 낙찰예정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는 취지의 가처분결정을 통해 신청인의 법적 지위를 보전해 왔다.
한편, 위 가처분결정은 본안에서 신청인이 구하는 실질적 결과를 일부 미리 실현시키는 만족적 가처분이다. 만족적 가처분은 본안판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권리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므로, 본안판결 전에 신청인이 종국적 만족을 얻는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낙찰예정자 지위 확인과 결합해 내려지는 계약체결금지 가처분은 발주기관이 특정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효력을 가진다.
발주기관은 가처분결정에 따라 계약체결을 강행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절차적 위법성은 물론 손해배상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계약체결금지는 잠정 조치가 아니라 입찰의 공정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가처분결정이 비록 신청인과 발주기관을 대상으로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동일 입찰에 참여한 경쟁업체의 법적 지위와 사업기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는 민사소송법상 보조참가 규정을 근거로 가처분절차, 가처분이의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
A공사가 발주한 전문회사 공사와 관련, 법원이 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낙찰예정자 지위를 임시로 정하고 계약체결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했으나, 이후 보조참가인이 제기한 가처분이의에서 상황이 역전됐으며, 서울고등법원은 2025. 11.경 보조참가인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줬다. 보조참가인은 협회 공시자료의 절대성과 발주기관의 형식적 평가의무를 중심으로 가처분의 부당성을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최초 가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신청인이 즉시항고를 제기했으나,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동일한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가처분결정에 대한 가처분이의가 인용되는 사례는 실무에서 극히 드문 편이다. 가처분은 그 잠정성에도 불구하고 일단 인용되면 그 판단이 상당 부분 존중되는 경향이 있어,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사실관계와 법리가 매우 높은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는 최초 인용된 낙찰예정자 지위 및 계약체결금지 가처분이 이의 단계에서 취소됐고, 고등법원에서도 같은 결론이 유지됐다. 이러한 결과는 보조참가인 측에서 제시한 쟁점 구성과 사실·법률적 해석 과정이 여러 판단 요소를 정교하게 연결하며 법원의 심증 형성에 일정한 무게를 더한 것으로 보인다. 협회 공시자료의 구조적 특성, 발주기관 평가권한의 형식적 범위, 공정경쟁 원칙의 적용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체계적으로 분석·제시되면서 법원이 기존 결정을 재검토하게 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통상적인 주장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점에서, 보조참가인 측의 대응이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읽힌다.
이번 사례는 입찰분쟁에서 가처분결정이 가지는 의미와 그 효력이 얼마나 중대한지, 그리고 경쟁업체가 보조참가인으로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실무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히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절차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의 정밀한 분석과 일관된 주장이 필수적임을 확인시켜 준다. 입찰경쟁의 공정성 확보는 제도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향후 유사 분쟁에서도 체계적 대응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주원 김민승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