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실물 기반 P2P 거래 플랫폼 런칭, 3년 만에 시장 안착
시세에 근접한 가격으로 매매, ‘상장마켓’과 ‘트아마켓’ 등 이원화 특징
최저수수료 유지, 완벽한 검수와 에스크로, 특수물류 통해 안전한 거래환경
국가 단위 실물자산 디지털화 정책에 활용 기대, 韓 온체인 귀금속 허브에 일조
![국내 최초 실물 기반 P2P 거래 플랫폼 '트레이드 아크'를 런칭한 정도현 세이퍼스 대표.[사진=윤정일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653_570806_65.jpg)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10일 기준 국내 금 한 돈의 시세는 73만7775원이다.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10월에 비해서는 소폭 하락했으나 2년 전인 2023년 11월과 비교해서는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에 ‘금을 팔아 목돈을 만져보자’는 시민들의 심리가 꿈틀대고 있지만 막상 금을 팔기 위해 동네 귀금속 상점을 가보면 살 때와 팔 때의 시세차이가 상당하다는 사실에 주춤하게 된다. 제조와 유통비용, 부가세와 수수료, 매입마진 등으로 인한 스프레드(매매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데, 문제는 그 차이가 7~8%에 달한다는 점이다. 세이퍼스(대표 정도현)가 지난 2022년 5월 국내 최초의 실물 금·은 개인 간 거래 플랫폼 ‘트레이드 아크(TRADE ARK)’를 런칭한 이유다. 트레이드 아크는 금과 은 등 귀금속 현물을 온라인상에서 개인들끼리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개발된 P2P 실물 자산 거래 플랫폼이다. 정 대표로부터 이 같은 플랫폼을 만든 배경과 함께 향후 비즈니스 모델과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개인 간에 금과 은을 실물 거래할 때 발생하는 장벽이 생각보다 높다. 우선 살 때와 팔 때의 가격 차이, 즉 스프레드가 너무 커서 살 때도, 팔 때도 항상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또 매수자와 매도자 간 서로 매칭돼서 거래하기도 불편한 게 사실이다. 가품 거래의 위험도 있고, 직거래로 인한 범죄 위험이나 택배거래에 따른 리스크 노출 등도 불안 요인이다. 금과 은을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이 같은 걱정을 하시는 많은 분들의 사연을 접하게 됐고, 개인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실물 금과 은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렇지 않다. 대학에서는 법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다. 내 첫 직장은 대기업 해외영업부였다. 그곳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글로벌 소싱업무를 하다가 퇴사했고, 본래에 관심이 있던 투자와 자산관리에 대해 공부하다가 2011년 가격 고점을 찍은 뒤 2015년 주춤하던 금과 은에 집중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금과 은에 대한 전문 정보가 많지 않아 해외의 정보를 번역해서 보던 수준이다. 그래서 해외 정보를 수집하고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공유하기 위해 블로거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해외의 조폐청 등에서 발행한 골드코인, 실버코인을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유통하면 시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해 연간 8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그런 것처럼 경쟁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시장에서 단가경쟁이 벌어지면서 사업성이 악화됐다. 그때 쯤에 유튜브가 생겼고, 어떤 유튜버가 내가 블로그에 포스팅한 콘텐츠를 토대로 영상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만 해도 금과 은에 대한 전문 유튜버가 거의 없던 시절인 만큼 내가 직접 유튜브를 활용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금·은 수입 유통을 접고 전문 유튜버로 전환해 활동하다가 금·은 거래 과정에서의 심각한 병폐를 해결해보고자 트레이드 아크를 런칭하게 된 것이다.”

“트레이드 아크는 ‘상장마켓’과 ‘트아마켓’ 등 이원화된 구조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상장마켓’은 브랜드와 중량 단위로 구분된 실물 금·은 제품들을 플랫폼에 올려 거래할 수 있다. ‘트아마켓’은 실물 귀금속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해 거래하는 혁신적 공간으로, 사용자가 보유한 금이나 은을 예치하면 그 순중량에 상응하는 디지털 자산 ‘트아골드’ 또는 ‘트아실버’가 발행되며, 이를 회원 간에 서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나중에 거래한 디지털 자산은 언제든지 실물 금·은으로 다시 인출(출금)할 수 있다. 트아마켓은 디지털과 실물이 연계된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인 셈이다. 결국 트레이드 아크는 하나의 플랫폼 안에 상장마켓의 실물거래와 트아마켓의 디지털자산 거래를 결합한 것으로, 전통적인 실물거래의 신뢰성과 최신 디지털거래의 편의성을 모두 갖춘 서비스로 보면 된다.”
“트레이드 아크는 국내 처음으로 실물 귀금속을 온라인 P2P로 거래하는 구조를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기존에도 귀금속 거래는 활발히 이뤄졌지만 대부분 오프라인 귀금속 상점이나 일부 중고장터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 높은 스프레드, 위조품 위험, 거래불편 등의 문제가 상존했다. 때문에 트레이드 아크는 실물 금은을 정량화된 자산으로 검증·상장한 뒤 개인 간에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전통 귀금속 거래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시세에 근접한 가격에 금과 은을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금·은 저축자들이 대거 플랫폼에 유입돼 높은 거래 완결률을 보이고 있다. 거래 완결률이 높다는 것은 플랫폼을 통한 매매 주문이 대부분 정상적으로 체결돼 결재가 완료됐다는 의미다. 엄격한 회원가입과 인증절차, 안전결제 시스템 덕분에 거래 취소나 미결제 사례가 극히 드문데, 이는 신뢰 기반의 귀금속 커뮤니티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평균 결제 및 정산 속도가 전통 거래 대비 크게 향상된 것도 트레이드 아크만의 장점이다. 상장마켓의 경우 검수 완료 이후 상품이 플랫폼에 보관된 상태에서 판매되므로 구매자가 결제를 마치면 당일 또는 익일 내에 판매대금 정산과 실물 인도가 진행된다. 트아마켓의 경우 디지털 거래라 더 빠른데, 거래 체결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소유권이 이전되고 결제가 완료된다. 트레이드 아크는 높은 거래 신뢰성과 빠른 정산, 합리적 수수료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트레이드 아크의 또 다른 독창성은 신뢰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자체 검수센터를 운영해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모든 금과 은 제품에 대해 전문 검수 절차를 거친다. 육안검사를 시작으로 중량 측정, 자성 검사, 전도도 검사, 엑스레이 비파괴검사 등을 통해 진위와 품질을 판정하고, 검수 합격품에 한해서만 거래를 허용한다. 또 배송 및 전달 단계에서도 발렉스(Valex)와 같은 특수 물류 전문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귀중품 전용 배송망을 구축했다. 발렉스를 통한 문전 픽업과 배송서비스로 거래 전 과정의 안전성을 높였으며, 운송 보험 역시 완벽하게 해놨다. 이 같은 검수와 에스크로, 특수물류 결합구조를 통해 안전한 거래환경과 거래의 완결성을 높였다고 자부한다.”
“트아마켓의 디지털 자산 거래 구조는 블록체인 기반 자산토큰화와 유사한 개념을 플랫폼에 구현한 것이다. 비록 트아골드와 트아실버가 공개 퍼블릭 블록체인에 발행된 코인은 아니지만 플랫폼 내부 원장에 등록된 토큰으로써, 각 토큰이 실물 자산과 1대 1로 대응 가치를 지닌다. 우리는 이 원장 시스템을 통해 모든 거래와 보유량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관리하며, 동일한 실물에 대해 중복 발행이 불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결과적으로 블록체인의 핵심 속성인 신뢰성과 거래 효율을 귀금속 거래에 도입한 셈이다.”
“상장마켓은 거래수수료로 1.7%를 받고 있다. 이는 시중 최저가다. 때문에 플랫폼 내에서 거래액은 많지만 우리 매출은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금·은 가격의 지속적인 우상향 추세로 인해 거래액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1.5배 정도 성장했다. 반면 트아마켓은 거래수수료가 무료로, 의도된 적자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거래액과 시장지배력을 키우게 되면 일정 시간 이후에 한국거래소(KRX) 수준인 0.4%를 부과할 예정이지만 최저수수료 정책을 유지하려고 한다. 우리보다 큰 기업에서 만든 유사한 플랫폼이 있는데, 우리는 그 플랫폼을 뛰어넘는 게 목표다.”
“최근 금·은 가격이 많이 상승해 우리 플랫폼에도 신규 가입자가 많아졌고, 여러 혜택을 봤다. 하지만 나는 투기, 투자적 관점에서 금과 은을 사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실 금과 은은 돈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우리가 돈이라고 부르는 화폐는 국가의 신용에 의존한 종이에 불과하다. 금값이 오르는 현상은 금 본연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그것을 교환할 수 있는 지폐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1973년 온스당 35달러였던 금 가격이 50여년 만에 4000달러까지 상승한 것은 달러 지폐의 가치가 반 세기 동안 1000배 이상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화폐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미래 금과 은의 가격 변동 추세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차곡차곡 저축을 한다는 마음으로, 여윳돈을 갖고 실물 금을 모으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투기·투자 목적이나 숫자에 함몰돼 ‘몇 배를 더 벌어야지’라는 생각으로 금을 매수하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유 때문에 구독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까봐 내가 가지고 있는 유튜브 채널에도 요즘에는 콘텐츠를 올리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전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트레이트 아크 플랫폼이 온체인 귀금속 거래 인프라를 선도하고, 국가 단위의 실물자산 디지털화 정책에도 활용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세이퍼스]](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653_570801_3246.jpg)
“앞으로도 플랫폼 중심의 귀금속 생태계를 더욱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지금까지는 플랫폼을 통해 개인이 보유한 귀금속 거래에 중점을 뒀는데, 앞으로는 회사 차원의 귀금속 수입과 유통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예를 들면 해외 정제소로부터 원자재 금과 은을 직접 수입해 세이퍼스의 자체 브랜드 금괴, 은괴로 가공하는 식이다. 이는 거래 중개자를 넘어 초기 공급자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으로, 가격경쟁력 향상과 유통 안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사용자들에게 더 다양한 상품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물량을 제공할 생각이다. 독자적인 유통 역량이 강화되면 국내 귀금속 시장 전반의 투명성 제고와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장기적으로 온체인(On-chain) 귀금속 거래 인프라의 선도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온체인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서 직접 일어나고, 그 결과가 블록체인 원장에 그대로 기록되는 활동을 말한다. 이렇게 기록된 내용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어 거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트아마켓 모델이 유사한 개념이다. 향후 세이퍼스는 필요 시 실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거나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해 거래 신뢰성과 확장성을 한층 높여 나갈 것이다. 또한 정부나 금융기관과 협업해 공공성이 담보된 온체인 귀금속 거래시스템 구축도 생각하고 있는데, 이게 현실화되면 트레이드 아크 플랫폼이 국가 단위의 실물자산 디지털화 정책에 활용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국이 온체인 귀금속 시장의 허브가 되는데 일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