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해바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조현식 해바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제공=해바람 법률사무소]
조현식 해바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제공=해바람 법률사무소]

최근 정부는 ‘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통해 지자체별로 상이한 태양광 발전설비 이격거리 규제를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연말까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일관된 법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타당하고 생각한다. 현재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는 통일성 없이 각 지자체별 조례를 통해 각기 다른 내용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의 파편화는 표준화된 사업 절차를 구축하는 것을 방해해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일한 사업 모델이라도 어느 지역에서는 가능하고 어느 지역에서는 불가능한 현상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더욱이 일부 지자체는 지나치게 과도한 이격거리 규정을 둠으로써, 사실상 신규 사업의 진입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불합리한 규제 환경은 국내 태양광 산업의 발전 속도를 늦추는 족쇄가 될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적의 달성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이를 개선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이격거리 규제는 본질적으로 발전시설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 그리고 인근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비록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고 해 법령에 따른 자치권의 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는 하나, 이 경우에도 제한이 불합리해 자치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격거리 규제 완화가 산업 논리만을 앞세운 채 지방자치단체의 핵심적인 자치권한을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는 경우라면, 이러한 법률 개정은 그 자체로 위헌에 해당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복리를 위하여 처리하는 자치사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처리 여부와 방법을 자기책임 아래 결정할 수 있는 사무로서 지방자치권의 최소한의 본질적 사항이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보장한다고 한다면 최소한 이 같은 자치사무의 자율성만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6헌라6 전원재판부 결정 등).

대법원 또한 태양광 설비에 대한 개발행위허가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지는 이러한 광범위한 재량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행위허가에 관한 세부기준을 조례로 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국민의 환경권과 쾌적한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환경상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분야의 조례 제정에는 보다 넓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8두40744 판결).

지방자치법 제13조 제2항은 지역개발사업이나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 등 지역개발과 자연환경보전 및 생활환경시설의 설치ㆍ관리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설비의 설치 및 관리는 주민들의 생활이나 환경,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사업이다. 정리하면, 이격거리 규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행사로 해석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국민의 환경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지는 재량은 일정 수준 이상 반드시 인정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에 대한 일관된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각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을 모두 배제한 채 동일한 기준만을 강제하는 '획일적 법제화'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뿐이다.

국가발전의 필요성과 자치분권 및 환경권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할 때, 해법은 어느 일방의 희생이 아닌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 만일 이러한 섬세한 접근 없이 일방적 법제화가 강행된다면, 그 기준 자체가 또 다른 위헌성 논란과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산업계의 예측 가능성 확보와 지방자치의 본질적 가치를 모두 담아내는 정부의 입법적 혜안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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