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MW급 복합 열병합으로 전력 공급 계획 '명확'
‘지산지소’ 에너지 시스템 실증...송전망 편익도 뚜렷
17개사·300MW 수요 포트폴리오, 장기 PPA로 안정 수익
연 3505억 매출·온실가스 44만t 감축...지역경제·환경효과 동시 달성

전력 신산업의 마중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가 세 달간의 순연 끝에 내달 중 최종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첫 제도 도입에 따라 정책 효과와 시장 파급력 모두를 시험대에 올릴 이번 사업은 지역 분산전원의 경제성·현실성·환경성·제도적 적합성을 동시에 검증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달 에너지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거리 송전 위주의 중앙집중형 전력 구조를 보완하고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소비가 가능한 ‘지산지소형’ 분산에너지 실증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5월 실무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후보지는 ▲울산(LNG·LPG 열병합+PPA) ▲제주(전기차 V2G 실증) ▲부산(500MWh급 ESS 팜+데이터센터) ▲경기 의왕(ESS 직접거래형 EV충전) ▲경북 포항(암모니아 수소엔진 무탄소 전원) ▲충남 서산(석화단지 전력 직거래) ▲전남 해남(RE100 데이터센터+구역전기사업) 등 7곳이다.

실증 목적에 따라 제주·부산·의왕·포항은 ‘신산업 활성화형’, 울산·서산·해남은 ‘수요 유치형’으로 구분된다. 당초 상반기 내 지정이 목표였지만 정부 조직개편과 위원회 인사 지연으로 6월 일정을 넘겼다. 그 사이 업계에서는 전력시장 구조 개편과 지역 맞춤형 요금체계, 재생에너지·유연성 자원 결합 등 후속 조치의 병행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전기신문은 [분산특구 벤치마크 7] 기획 연재를 통해 각 지자체의 사업모델을 심층 분석하는 순서를 마련했다. 단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제도 부합성과 경제 효과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각 모델의 장단을 짚고 전국 확산 가능성을 가늠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별로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첫 회는 울산을 시작으로 매회 한 곳씩, 전력 혁신 실험장의 속살을 살펴본다.

울산광역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모델이 적용되는 울산 미포국가산단 내 사업 환경. [제공=울산광역시]
울산광역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모델이 적용되는 울산 미포국가산단 내 사업 환경. [제공=울산광역시]

울산광역시는 LNG·LPG 복합 열병합발전(300MW)을 축으로 산업단지·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전력수요를 수요지 인근에서 직접 공급하는 ‘전력수요 유치형’ 특구 모델을 제시했다. 지역단위에서 생산·소비가 이뤄지는 ‘지산지소’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 송전선로 추가 건설 부담을 덜자는 취지로, 전력도매시장을 경유하지 않는 협의계약(PPA) 기반 직접거래를 사업 골격에 명시했다.

운영 설계는 간결하다. LNG·LPG 연료 기반으로 안정적·경제적 전력을 공급해 전력다소비 시설을 유치하고, PPA로 수요기업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다. 공급조건은 협의계약으로 정하며, 사업개시일은 수요자와 개별 협의 후 순차 공급한다는 로드맵을 사업서에 적시했다.

구체적인 전력수요 유치 계획도 밝혔다. 총 17개사·300MW(기존 8개사, 신규 9개사)를 목표로, 데이터센터 100MW와 석유화학 8개사 150MW가 포트폴리오의 핵심이다. 신규 타깃에는 터미널·소재·추가 데이터센터를 포함했다.

투자·매출 전망도 수치화했다. 2022년 체결한 계약을 바탕으로 민간에서 6200억원을 투입해 플랜트를 구축하고, 운영 단계에서 연 3505억원 매출을 낸다는 계획이다. 연간 전력은 2242GWh, 스팀은 142만1000t 판매를 가정했고, 전기 단가는 한전 산업용 요금·SMP를, 스팀은 각 수요처 직전 1년 평균단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특기할 점은 kWh 단위의 분산편익을 구체적으로 산출한 점이다. 분산특구 취지에 알맞게 24.23원/kWh(송전 회피 11.85원+배전 회피 9.10원+손실 회피 3.28원)의 송배전 편익을 제시했다. 이는 장거리 송전망 증설을 대체·지연시키는 망투자 회피 가치를 금액화한 수치라는 점에서의 의미가 있다.

환경성의 경우 매해 온실가스 약 44만tCO₂eq, 대기오염물질 9795t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연료전환(유연탄·정제유·우드칩→LNG)의 배출계수·발열량·연료사용량을 반영한 계산이다. 또 건설과 운영인력 약 3100명을 신규 고용하고, 수혜기업도 20곳 이상으로 확대하는 사회적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울산 특구의 사업자는 올해 하반기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발전소를 준공할 계획이다. 이어 분산특구 지정 시엔 하반기 수요 데이터센터가 설비 착공에 들어가고 2027년 하반기 준공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전력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설비가 준공되는 2027년 이후 전력공급이 개시된다. 석유화학 수요기업의 경우 기 체결된 계약을 바탕으로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전력 공급이 시작된다.

울산 모델을 정리하면 근거리 PPA+산업·앵커 수요를 묶어 망 혼잡·손실을 줄이고, 열·전력 동시 판매로 현금흐름을 안정화하며, 지방산업 경쟁력을 높이도록 설계된 것이다. 

울산광역시의 분산특구 도입 기대효과 중 일부. [제공=울산광역시]
울산광역시의 분산특구 도입 기대효과 중 일부. [제공=울산광역시]

◆‘기저·산업형’ 강점 뚜렷...전력·열 공급과 고용효과 겨냥

울산특구 모델은 높은 고정매출 기반과 망투자 회피 편익이란 점에서 뚜렷한 경제성을 강점으로 안고 있다. 연 3505억원의 매출이라는 가시적 현금흐름에 더해, 발전단가 외 영역에서 사회적 비용 절감 분을 더한 송배전 편익은 추가적으로 수익성을 키울 여지가 있다.

데이터센터·석유화학 중심의 장기 PPA도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을 높여 수익률 측면에서 방어력이 있다. 다만 LNG·LPG 연료 조달가격의 변동성은 지켜볼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사업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수요·부지·일정이 구체화된 점도 특징이다. 17개사·300MW의 수요처 포트폴리오와 단계별 일정표를 공개해 실행력을 담보했다. 특히, 수요기업별 협의 후 순차 공급 시 상업운전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EPC(설계·조달·시공) 기간과 계통연계 인허가는 병목이 될 수 있어, 특구 지정에 따른 패스트트랙과 보호계전·품질시험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울산 모델은 열병합 발전을 통해 공정열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석화단지의 가동률과 제품 품질 안정에 기여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 전력 공급을 넘어 제조공정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제시된 지역 파급효과 역시 산단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항만과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 특성상 근거리 전력 공급은 전력 자립도와 원가 안정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다만 데이터센터 직접고용 규모는 제한적이어서, 장기적으로 전력·열 기반 부가가치 사업 확충이 과제로 남아있다.

◆기저부하 대응으로 ‘계통 안정성’ 확보...특별법 취지와도 ‘정합’

300MW 전량을 LNG/LPG 열병합 발전으로 설계한 점은 기저부하·전력품질 측면에서 강점이다. 수요지 인근 배치로 송전손실·혼잡 완화 효과가 크고, 주파수·전압 품질을 안정적으로 맞추기 쉽다. 다소간 에너지원 다변성은 낮기 때문에 향후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ESS·DR·VPP 연계와 재생에너지 혼합, 탄소포집(CCS)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울산 모델은 분산에너지특구 제도가 의도한 ‘수요지 인근 분산전원 배치’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PPA 직접거래 실증, 망투자 회피 편익, 산단 중심 수요관리 등은 정부의 송전망 투자 부담 완화 기조와 맞물린다.

타 지역이 유연성과 재생에너지 변동성 등에 착안한 점과 비교하면, 울산은 기저·산업공정형으로 전국 단위 분산에너지 역할 분담의 닻이 될 수 있다.

◆‘산업·기저형’의 표준 후보, 탈탄소 로드맵은 관건

울산형 모델은 근거리 열병합발전과 앵커 수요,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결합해 경제성·실행력·지역 기여도를 모두 갖춘 산업도시형 분산전원 모델로 요약된다. 설계안에 포함된 매출 규모, 편익, 온실가스 감축량 등의 수치는 해당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숙의도 필요해 보인다. 연료비 변동성을 최소화할 장기계약·가격 헷지 등과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수요반응(DR),VPP 결합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은 장기 과제 중 하나다. 또 하나는 탈탄소 이행 경로다. 탄소포집저장(CCS) 도입, 열회수, 고효율 설비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중장기적인 탈 화석연료 구조 전략이 요구된다.

울산형 특구는 전국 산업도시가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타 특구 후보의 유연성 및 무탄소 솔루션과 결합해 국가 차원의 분산전원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는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울산광역시의 지역경제 및 전력수급 활성화 모델. [제공=울산광역시]
울산광역시의 지역경제 및 전력수급 활성화 모델. [제공=울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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