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인증제 도입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불분명’
스마트 충전기 4만여 개 구축했지만 연동 차량 ‘전무’
소방시설 강화 효과 있어…“기존 충전기 교체 시급”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주민 23명이 병원에 실려간 이 사고는 전기차 업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정부는 한 달 뒤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실질적 성과는 불분명하다. 배터리 인증제 도입과 소방시설 강화 등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고, 핵심 과제인 스마트 충전기는 연동할 전기차가 없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화재 후폭풍은 즉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화재 직후 9·10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3.3%, 7.8% 급감했다. 연간으로는 전년 대비 8.9% 감소한 14만344대에 그쳤다. 미국(+7.3%), 영국(+21.4%) 등이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배터리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배터리 인증제를 통해 안전성을 사전 검증하고, 정보 공개 범위를 셀 제조사·형태·주요 원료까지 확대했다. 올해 2월부터는 배터리 이력관리제가 시행돼 정기검사 항목도 늘렸다.

하지만 현대차·기아 등이 추진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능 강화는 정부 개입 없이 완성차 업체 자율에 맡겨져 실제 성과를 확인할 방도가 없다는 지적이다.

4만여 개가 구축 중인 스마트 충전기는 연동 차량이 없어 유명무실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1만여 개가 준공됐지만 실시간 통신할 수 있는 전기차는 단 한 대도 없다. 환경부는 “2026년 1월까지 차량 통신 프로토콜을 업데이트한다는 확약서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실제 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소방 분야만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전국 소방관서에 이동식 수조(297대→397대), 방사장치(1835개→2116개) 등 진압 장비를 대폭 늘렸고,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지난 1년간 전기차 화재는 간헐적으로 발생했지만 청라 같은 대형 참사는 재발하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종합 대책이 발표됐지만 일선에서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여전히 협소하다”며 “기존 지하주차장 완속충전기 교체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불꽃·연기 감지 센서와 AI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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