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 정전 사태 원인으로 계통운영자 계산 실패 지목
과전압 발생 상황서 화력발전 가동 못해 전압변화 제어 실패
전문가들 “국내서도 변화하는 계통 운영 환경 재점검해야”

지난 4월 발생한 광역 정전으로 어두컴컴해진 스페인 시내 전경.[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발생한 광역 정전으로 어두컴컴해진 스페인 시내 전경.[사진=연합뉴스]

스페인 정부가 최근 발생한 정전 사태의 원인으로 계통운영자의 전력 용량 필요량 계산 실패를 지목했다. 지난 4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정전으로 양국의 국민들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약 두 달간에 걸친 조사의 결과가 나온 것.

최근 유럽송전시스템운영자네트워크(ENTSO-E)는 이번 정전에 대한 조사 끝에 일부 발전기 탈락 이후 과전압 현상이 관찰됐고, 이로 인해 타 발전원의 안전장치가 가동하며 대규모 탈락 사태가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정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국영 계통운영자인 레드일렉트리카(REE)가 과전압 상황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REE는 계산 결과 화력발전소의 추가 기동이 필요하지 않다고 추산했다. 그 결과 전압의 변화를 제대로 제어할 수 없었다는 것.

외신을 종합하면 사고 직전 스페인의 전력생산 비중을 살폈을 때 태양광 발전이 전체의 55%가량을 차지했고 이어 풍력과 원자력, 수력발전이 각각 10% 정도의 비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부 계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생에너지 시대의 화력발전의 필요성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전 사고가 나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은 국내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달성하는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계통 운영에 상당한 자신을 보였다. 그러나 반대로 문제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만큼의 화력발전을 확보하지 못해 광역 정전까지 문제가 확대됐다는 것.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화력발전의 역할이 더욱 강화된다는 얘기다.

계통운영 측면에서도 고심거리가 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계통에서는 전압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버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태양광 인버터에 계통연계 유지기능(LVRT)을 도입하는 등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난 ENTSO-E의 발표를 봤을 때는 오히려 전압이 높아져서 연쇄탈락이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

그동안 전력당국이 예상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계통 운전 조건을 준비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과거 대비 변동폭이 더욱 커진 전력계통 환경 속에서 보다 정교하게 시스템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국내 전력계통 전문가인 이병준 고려대학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과거와 달리 계통에서 잘 변하지 않던 숫자들의 변화폭이 커지고 있다. 꼼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예측 못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원 간의 특성을 고려한 조화가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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