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등 재생에너지 확대 국가서 가스발전 역할 점점 커져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백업전원 중요성 ↑…한국도 참고해야

재생에너지 강국이었던 스페인, 독일 등에서 계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가스발전소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재생에너지 강국이었던 스페인, 독일 등에서 계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가스발전소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스페인이 최근 대규모 정전을 겪은 이후 가스 발전 비중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던 국가가 왜 화석연료 기반의 전원 비중을 키우는 것일까. 재생에너지가 중심 전원이 되는 시대 속에 계통 안정을 위한 에너지믹스의 중요성을 최근 정전 사고를 통해 깨달은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스페인의 전력망이 붕괴하면서 인접한 포르투갈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스페인 정부가 아직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유럽과 국내 전력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과잉 공급에 따른 관성 부족이 급작스런 주파수 급변에 대응하지 못하며 발생한 사태로 풀이하고 있다.

계통운영자인 Red Electrica에 따르면 스페인 정전 사태 이후 가스복합발전소(CCGT)의 출력은 사고 전과 비교할 때 37% 가량 증가했다. 스페인 내 발전비중에서 CCGT의 점유율도 12%에서 18%로 늘었다.

이처럼 스페인이 에너지믹스를 조정하는 배경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계통에 미치는 악영향을 정전 사고를 통해 배웠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관성을 제공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 특성상 갑작스런 문제에 순발력있게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는 스페인 내에서도 그동안 지적돼 왔다.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원으로 성장하는 시대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믹스의 중요성은 다른 국가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럽연합(EU) 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감당가능한 에너지행동계획(Affordable Energy Action Plan)’에서는 수급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LNG 수요를 집계하고 해외 인프라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활한 가스 시장을 운영하기 위한 TF도 올해 4분기까지 조직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스시장 안정성을 높이고 수급을 보다 원활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독일도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2030년까지 20GW 규모의 가스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해외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 역시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가 낮 시간대의 전력공급을 주도하는 탓이다. 지난 4월 12일의 육지 출력제어가 발동될 정도로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 과잉 공급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스발전 등 유연성 발전원의 확보를 통해 계통이 감당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높여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전력산업계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가 청정 발전원이지만,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한국은 안정적 전력공급도 놓아서는 안되는 과제”라며 “무조건 재생에너지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니라 우리 계통이 수용가능한 한계를 명확히 보고, 다양한 에너지믹스로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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