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WWA 보고서 발표…“기록적인 재난 사례 더욱 빈번해질 것”

산불이 휩쓸고 간 산림이 폐허가 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산불이 휩쓸고 간 산림이 폐허가 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영남지역을 휩쓸었던 초대형 산불. 이러한 산불 발생 가능성이 기후변화로 인해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국적 기후연구 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이번 산불과 같은 재난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3℃ 상승한 현재 한국은 덥고 건조한 바람 등 산불에 취약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산불 발생 가능성이 기존보다 2배 높아졌고, 강도 역시 약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구 평균 기온이 2100년(예상)까지 2.6℃ 상승할 경우 기상 조건은 더욱 악화돼 산불 발생 가능성은 다시 두 배가량 높아지고, 강도는 추가로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추세가 주로 고온에 따른 나무의 건조 현상, 즉 가연성 증가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WWA 소속 연구원인 클레어 반스 박사는 “이번 산불은 한국의 기후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며 “과거보다 네 배 넓은 면적이 불탔고 이는 기후변화가 인명과 재산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연구에 참여한 양영민 전북대 교수는 이번 영남지역 산불 발생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 요인으로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를 지목했다.

양 교수는 “3월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로 인해 식생이 극도로 건조해졌고, 이는 산불 발생 위험을 크게 증가시켰다”며 “한국과 일본 전역에 걸쳐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이 이미 가뭄 상태였던 지역들의 화재 위험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준이 부산대 교수는 “주목할 점은 올해 3월의 산불 위험 기상 조건이 장기적인 추세를 훨씬 넘어서는 극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라며 “기후 요인뿐 아니라 실화, 식생 조건 등 복합적인 원인 분석을 통해 보다 정교한 산불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산불 예방을 위해 인구 밀집 지역 인근 산림에 ‘방화선’ 설치,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우선 대피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산불은 지난 3월 22일 실화로 시작돼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으며 이로 인해 32명이 사망하고, 주택·고찰 등 약 500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다. 피해 면적은 약 10만4000ha(헥타르)로, 이는 2000년 최악의 산불 시즌 당시 피해 면적(약 2만6000ha)의 약 4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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