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법, 고준위-중저준위 관리 ‘이원화’ 시사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 총리 소속으로 신설
사무처 구성 등이 관건…“범부처 조직” 목소리도
6개월 내 시행령 마련, 5년 뒤 중앙기관 전환 검토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에 방폐물이 보관된 드럼이 사일로로 운반되고 있다. [사진=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 방폐물 관리를 맡을 전담 행정조직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가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된다.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 선정부터 사무처 구성에 이르기까지 거버넌스 구축이 고준위 사업의 성공을 위한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27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내용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향후 방폐물 관리를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이원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고방위)를 둔다는 규정 때문이다. 고준위 사업은 새롭게 설립될 고방위가 맡고, 중저준위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계속 맡게 될 전망이다.

법안에 따르면 고방위는 사용후핵연료의 중간저장·영구처분,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각 원전의 부지내 저장시설 등의 건설·운영을 총괄하게 된다. 사실상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모든 업무를 맡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하는 셈이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과 중간저장시설·영구처분장 부지의 조사·선정 등도 고방위의 몫이 됐다. 법안 통과 전에는 산업부가 맡았던 역할이다.

관건은 고방위의 세부 구성이다. 전문가는 고준위 거버넌스를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느냐에 사업 성패가 달렸다고 말한다. 법안에 따르면 정무직인 위원장 1명을 포함한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7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와 사무처를 별도로 두게 된다. 필요하면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고방위의 실무를 맡을 사무처의 구성이 핵심”이라며 “산업부뿐 아니라 원안위, 과기정통부, 국토교통부 등에서 인력을 충분히 충원받아 처음부터 제대로 조직을 갖추고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방위가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방폐장 사업의 성격상 범부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방폐장 사업은 엄청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극심한 사회적인 갈등을 겪게 된다. 정부 부처 간 원활한 협조가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 박근혜(2015년)·문재인(2021년) 정부 때 두 차례 실시한 공론화 과정에서 ‘제3의 독립적 행정위원회’의 설립을 권고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다.

고방위는 당장 국무총리실 산하 일반행정위원회 형태로 출발하지만 5년 뒤 중앙행정기관으로 전환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다만 올해는 시행령 제정과 고방위의 출범 작업 등에 힘을 쏟게 될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등을 고방위가 수립하게 돼 있어서 당장 부지 조사에 나설 순 없는 상황”이라며 “고방위 사무처 구성 등 제반 사항에 관한 논의를 통해 6개월 내로 시행령을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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