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협회,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
韓 배터리 산업의 대응 방안 마련 필요성 강조
정부 및 국회 차원서 전방위적 지원 나서야

구자민 커빙턴 앤 벌링 변호사가 '트럼프 2기 정부의 IRA 관련 정책 및 최신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정재원 기자]
구자민 커빙턴 앤 벌링 변호사가 '트럼프 2기 정부의 IRA 관련 정책 및 최신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정재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출범에 맞춰 한국 배터리 산업계의 적극적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국내 법률 전문가들과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면 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주요 조항 변경으로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됨에 따라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머리를 맞댔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17일 법무법인 율촌과 글로벌 로펌인 미국 커빙턴 앤 벌링과 함께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먼저 ‘트럼프 2기 정부의 IRA 관련 정책 및 최신 동향’을 주제로 강연한 구자민 커빙턴 앤 벌링 변호사는 IRA 폐지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IRA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대규모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IRA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이를 재정 적자 해결 및 자금 확보 방안으로 삼고 있다.

구 변호사는 “IRA가 미국 내 1000억달러 이상의 투자와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냈고, 공화당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가 이로 인한 혜택을 받았다”며 “석유, 농업 회사들도 세액 공제로 혜택을 받고 있어 반대할 가능성이 크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IRA의 세부 조항, 특히 개인에 적용되는 전기차 세액 공제 조항 등은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외국 적대 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의 정의가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FEOC 정의 변경은 의회가 아닌 행정부에 권한이 있고, 현재 FEOC는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 에너지부(DOE)가 새로운 기준으로 변경할 경우 더 많은 기업이 FEOC 대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중국에 공급망이 있는 국내 기업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Joint Venture, JV)로 설립한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며 “한-중 기업의 협력 프로젝트도 FOEC로 간주된다면 세액공제혜택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항이 변경된다면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가 낮아지고 기업은 타격을 입는다. 이에 대해 구 변호사는 “중국 회사와 맺는 모든 계약에 ‘법률 변경 조항’을 포함해 트럼프 정부의 조항 변경에 대응하는 예외 규정을 만들고, 미국 정부·의회와 계속 접촉해 국내 기업에 유리하도록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미국산 제품 사용 비율을 늘리고, 미국 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현지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보편 관세 등 통상 정책 변화에 따른 글로벌 통상이슈 및 대응 방안을 설명한 안정혜 율촌 변호사는 과거 트럼프 1기 당시 ‘세탁기 세이프가드 사태’를 예로 들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연간 120만 대의 외산 세탁기 수입 물량에 대해 관세를 추가로 매기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바 있다. 안 변호사는 “당시 삼성과 LG에게는 큰 위기였지만,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등 대응으로 오히려 현지 점유율 1~2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배터리 산업도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중국 견제를 활용하며 반작용을 최소화한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덧붙여 “미 상·하원이 현재 공화당이 다수이고 중간 선거 직전까지 이슈몰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2년 차 안에 빠르게 주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어 최용환 율촌 변호사는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의 발언을 인용해, “스콧 베센트 지명자가 미국 내 핵심 소재 생산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AMPC 유지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OECD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변경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 우리 기업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준모 율촌 외국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여러 시나리오를 세워야 한다”면서 “현행 FEOC 규정의 임계점을 25%에서 20%로 낮추는 안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배터리 광물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어느 정도 강도의 FEOC 규정을 적용할지는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배터리산업협회]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배터리산업협회]

마지막으로 배터리 산업계는 전반적인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을 강조했다.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트럼프 2기 출범을 계기로 투자 확대와 기술 초격차 확보 등 협상 카드가 많아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 차원의 예산, 세제, 금융 지원과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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