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14일 역사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지난해 3월 국회 산업위, 5월 법사위를 거쳐 5월 25일 본회의를 통과한지 1년여 만이다.

분산에너지법은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장거리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낮은 수용성으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등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바로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제정됐다.

국회 통과 당시 에너지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재생에너지 업계와 다양한 분산자원을 갖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환영 입장을, 비재생에너지 업계에선 ‘실효성이 없는 또 다른 규제’ 정도로 치부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산의 불가피성, 늘어나고 있는 전력수요,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적절한 믹스, 석탄발전량의 단계적 감축, 송전망 건설 시 야기되는 인근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력시장 제도개선은 불가피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분산에너지의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위한 관련법 제정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렇게 기대와 걱정을 한 몸에 받으면서 오늘(14일) 시행에 들어가는 분산에너지법은 그러나 첫 발자국부터 똑 뿌러지게 정리된 맛이 없다.

분산에너지법은 크게 ▲전력계통영향 평가제도 도입 ▲전력 직접거래가 가능한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지정 ▲소규모 분산자원들을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와 같이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통합발전소(VPP) 도입 ▲일정 규모 이상 신규 택지·도시개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도 도입 ▲배전사업자에 대해 안정적인 배전망 관리 역할 부여 ▲지역별 전기요금제도 시행의 근거 조항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에서 전력계통영향 평가제도는 제도의 적정성 여부와 함께 평가를 대행하는 대행자의 자격기준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도 당초 6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연말에는 지정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또한 늦어져 내년 상반기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 역시 산업부가 지난 5월 22일에서야 2026년부터 전국 권역을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나눠 도매가격(SMP)을 차등화한다는 지역별 요금제 로드맵을 공개했지만 분산에너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어디에도 전기료 산정기준안에 대한 내용이 없어 일선 지자체의 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 모두가 분산에너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한전, 전력시장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련 제도를 설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공단의 움직임이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국회 통과 이후 1년여의 준비기간이 있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준비 상황은 아쉽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는 분산에너지법이 여러 우려를 해소하고, 입법 취지를 살려 분산에너지의 보급확산과 국내 전력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력당국의 속도감 있는 정책집행과 세심한 준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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