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내 저장시설 용량 놓고 이견 못 좁혀…특별법안 자동폐기 수순 우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22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여야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여야는 당 지도부에 협상을 일임하기로 했다.
다음 달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까지 보름 남짓 남은 데다,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안이 사실상 자동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준위 특별법은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국내 임시 저장시설이 10년 내 수용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여야에 의해 각각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 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이 각각 제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제정안과 유사한 취지의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재로선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외부에 저장하거나 영구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수 없다. 때문에 핵폐기물 발생량 전체를 원전 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의 포화가 아무리 늦어도 2030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고리원자력본부의 포화 시점이 2028년으로 가장 일렀지만 조밀저장대 설치로 일단 3년가량 늦췄다. 올 3분기 기준 저장률이 78.7%에 달하는 한빛원자력본부가 2030년, 한울원자력본부는 2031년 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시저장시설 건설에 최소 7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없어 원전 가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미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운영하기 위해 영구 처분시설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야에서 각각 발의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안의 세부 내용에도 공통점이 상당하다.
정부와 한수원 등은 원전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산업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차례에 걸친 논의를 거듭했지만 의견을 일치시키지 못했다.
이견을 보인 쟁점 사항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이다.
김영식 의원과 이인선 의원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을 ‘계속운전을 포함한 운영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 또는 운영허가를 받은 기간 동안 연료로 사용되는 예측량’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반면 김성환 의원은 원전의 ‘설계 수명’ 기간 내 발생량으로 한정했다. 원전의 설계 수명 기간 동안 발생되는 사용후핵연료량 이상으로 저장시설 용량도 늘릴 수 없다는 것이 법안 간 차이점이다.
결국 현 정부의 ‘탈원전 폐기’와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사이에서 여야의 대립 속에 고준위 방폐물 영구 처분시설 마련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같은 소식 이후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이 무산되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5~7년 뒤 국내 가동 원전이 순차적으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민과 미래세대, 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원자력 산업을 위해 당 지도부에서 원만히 협상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