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EV 판매량 전년比 68%↑·올해도 36%↑
성장률 여전히 '우상향'...업계는 ‘속도조절’로 대응
위기가 기회...화재·가격·충전 등에 집중할 때

최근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 현상이 전기차 판매의 끝자락인지 일시적 현상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속도조절에 들어간 현재를 기회로 삼아 가격과 충전 인프라, 화재 문제 등의 보급 허들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되고 있다.
◆ 전기차 판매량 전년 比 36.4%...‘주춤’ 맞지만 성장세는 지속
최근 나타나는 전기차 판매 둔화 현상을 두고 업계에서는 “판매 둔화이지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실제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802만대로, 2021년 477만대와 비교해 판매 증가율이 68.1%에 달했다. 2020년 대비 2021년 판매 증가율 11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추세도 비슷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4%가 증가했다. 2021~2022년 전기차 판매 성장률 56.9% 보다 기울기 정도는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우상향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지난 14일 로이터가 시장조사업체 로모션 자료를 인용 보도한 데 따르면, 전 세계의 10월 중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34% 증가했으며, 중국은 보조금 제도 종료에도 10월에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29% 증가하면서 월간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8~9월에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고 성장률이 예전만 못하면서 우려가 쏟아졌지만 일시적인 현상일뿐 성장세는 여전하다”며 “시장이 커지면서 모수가 커지니까 성장률이 낮아졌지만 탄소중립 추세와 미래 산업 동력 측면에서 결국 전기차 산업은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진행하고 있는 완성차 및 배터리 기업의 투자 취소와 연기도 속도조절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동안 투자 일변도로 증설 계획에 박차를 가했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는 고금리, 경기침체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흐름에 따라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미국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는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생산 계획을 폐기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함께 짓기로 했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사 설립 계획을 지난 11일 철회했다.

현대차는 타 기업들의 전략 수정과 반대로 전동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 13일 현대차는 2조원을 투입해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 30만대 규모로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도 내년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비용 절감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려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는 14년간 국내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켰던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1위, 2위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위기가 기회...화재·가격·충전 인프라 등 문제 해소할 때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관련 업계가 속도조절에 들어간 현시점에 전기차 보급에 장애가 됐던 그간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얼리어답터가 아닌 일반 소비자는 비싼 전기차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화재 등으로 구매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10월 ‘기아 EV데이’에서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얼리 어답터들이 구매하는 단계이며 일반 소비자층이 구매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 소비자층의 관점에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충전의 불편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가격과 충전 불편은 곧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서 전기차 화재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손영욱 한국자동차연구원 대경본부장은 지난 1일 EVS37 행사에서 “이미 배터리와 전기 구동 모터 등의 가격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저렴해지고 있다”며 “향후 3년 안에 내연기관차와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관련 협회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데 실제로 우리나라 충전 인프라는 수치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실제 전기차 이용자들은 충전 불편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를 타지 않은 사람들의 기우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전기차 화재 문제를 해소해 전기차 구매 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예방이 최선이다. 뾰족한 혁신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화재 예방 완속충전기를 통한 배터리 관리, 전기차 제조사의 배터리 안전 마진 확대, 소방청의 빠른 감지 및 방재 등을 중심으로 화재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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