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화재 예방 충전기에 보조금 800억원 집행 예정
카메라·센서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 마련 및 인증방안 미흡
시장 초기 방치됐던 충전기처럼 혈세낭비되는 거 아니냐 지적
환경부, "세부기준 마련, 보조금 제품평가위 통해 산정 예정"

서울의 한 아파트 완속충전기에서 전기차들이 충전하고 있다. (제공=서울시)
서울의 한 아파트 완속충전기에서 전기차들이 충전하고 있다. (제공=서울시)

내년도 전기차 화재 예방 완속충전기 보조금 예산에 800억원이 편성된 가운데 아직 세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시장이 자칫하면 ‘보조금 타 먹기’ 재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무 부처의 빠른 기준 마련과 실효성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전기차 충전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화재 대응·방지 기능 장착, 배터리 상태 정보 제공 기능이 있는 완속충전기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지침을 개정 중이다. 여기에는 화재 대응·방지기능 충전기의 정의, 해당 기능 충전기에 대한 심의 등이 담겨있다.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전기차 충전 중에 전기차 배터리 셀 또는 모듈별 전압, 전류, 온도 데이터를 정해진 주기별로 수집해 데이터 관리 서버로 전송하는 기능 및 과충전 방지 기능을 가진 충전시설 ▲전기차의 SOC를 수신해 값이 100%인 경우 충전을 정지하는 기능을 가진 충전시설 ▲전기차 열폭주 및 열전이 이벤트 로그를 수집해 데이터 관리 서버 또는 소방청에 전송하는 기능을 가진 충전시설 ▲일정 범위 이내 전기차 화재에 대한 화재 감지 기능을 가진 충전시설 등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까지는 세심하게 정의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카메라와 센서 기능은 부품마다 천차만별이고 데이터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실효성 없는 기능이 추가된 충전기가 보조금을 타게 되면 세금이 낭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충전 업계 전문가는 "충전 시장 초기, 정부에서 세심하게 보조금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다수 사업자가 충전 수요와 상관없이 설치가 가능한 곳이면 아무 곳에나 설치하고 충전 보조금을 받아 갔다. 외딴곳에 관리도 안 된 채 방치돼 있는 충전기들이 그런 것"이라며 "그때 그렇게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봤다. 이번에도 기준이 세밀하지 못하면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드웨어 원가만 반영하려 하는 획일적인 평가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화재 예방 충전기 보조금의 취지는 화재에 빠르게 대응하거나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방식이든 하드웨어 부품 추가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환경부는 하드웨어 원가만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책정하려고 하고 있어 소프트웨어 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정량적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화재 예방 완속충전기 보조금은 ‘제품평가위원회’의 심의와 부품 원가를 반영해 산정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 방지라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기능을 기존 완속충전기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적용했는데 환경부는 추가된 하드웨어 부품 원가만 제출하라고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적용 방식이 효과적이면 통신비를 지원해 줄 수 있도록 총비용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비용을 낮추고 효과를 높이는 혁신 기술을 개발하면 뭐 하나. 기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데”라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달 사업자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 갑작스런 얘기는 아니다"라며 "현재 세부 기준을 마련 중이고 보조금은 제품평가위원회를 통해 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 화재 예방 완속충전기 출시에 따른 충전 통신규약(OCPP) 인증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KC 승인 및 계량형식 승인과 달리 OCPP는 하위 파생 모델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제조사에서 다양한 화재 대응·방지 충전기 모델을 개발할 때마다 인증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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