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연구원, 21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서 공공주도 해상풍력 연구포럼’ 개최
공공주도 방식 도입하면 개발사 난개발과 무리한 이익공유 해결 기대
국가기관 주도로 신뢰성·신속성 높여 해상 풍력 사업 ‘드라이브’
“시장 리스크 떠안는 개발사, 어민 이익공유 만큼 혜택 있어야” 주장도

국내 해상 풍력 사업 촉진안을 담은 풍촉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가 공공주도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해상 풍력 사업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전력연구원‧한국환경연구원‧해양환경공단‧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1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인천 공공주도 해상풍력 연구포럼’을 개최하고 인천시의 공공주도 방식 도입에 따른 해상풍력 입지 선정 결과를 소개했다.
공공주도 방식은 민간 사업자가 해상풍력 적합 입지 검토 및 타당성을 검토하고 발전사업허가를 받는 기존의 과정과 달리 정부가 입지발굴부터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입찰을 통해 민간개발사를 선정하는 방법이다.
정부 차원에서 국방부‧환경부‧산업부 등 각 부처 관계자들이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어민, 주민,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때문에 민간 주도 방식보다 신뢰도가 높고 사업 진행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해상풍력 사업에 오랜 경험이 있는 덴마크, 영국, 노르웨이 등 선진국들은 공공주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번에 인천시가 공공주도 방식을 통해 사업입지를 선정하는 선례를 만들면 해상풍력 운영사의 난개발과 주민들의 무리한 이익공유 요구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타 지자체들의 해상 풍력 사업에도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주도 방식, 신뢰성·신속성 장점
이날 포럼에선 지난 2020년부터 전력연구원이 해양환경공단, 해양수산개발원, 한국환경연구원과 함께 시행한 해상풍력 입지 선정 결과도 소개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5월 인천시와 협력관계를 맺고 6월부터 입지 발굴에 착수한 결과 1년 2개월만인 올해 8월 3곳의 사업지를 도출했다. 경제성, 환경성, 수용성을 모두 고려했으며 특히 사업지가 서해에 위치한 만큼 군사구역의 레이더 작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계통연계가 가능한 지역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전력연구원이 풍황계측 결과를 분석하고 ▲해양환경공단이 환경성과 어업현황을 조사했으며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해역특성에 따른 분석 및 지도화를 진행하고 ▲한국환경연구원은 주민수용성을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역할을 맡았다.
전인성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군과의 협력, 계통 마련 문제로 인해 해상풍력은 계획입지와 정부 역할 없이는 대규모 개발이 불가능하다”며 “‘경제성이 우수하면서 제약조건도 없는 해양공간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주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주도 해상풍력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공공주도 사업의 의의와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조 위원은 지자체, 발전사업자, 중앙정부, 시민ㆍ어민 등 이해관계자들이 투명한 정보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야한다고 말하면서도 특히 지자체가 사업자들이 준비할 수 있는 입찰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주도 방식은 정부가 입지발굴과 사업 타당성 검사를 포함한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공모하는 방식이라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공주도 방식이 도입되면 사업지를 선점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가 입찰에서 탈락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어 입찰제도에 기존 사업자에 제공될 혜택과 보상 마련 방안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해상풍력 사업이 공공주도 방식으로 전환되면 지자체는 입찰일정 및 입찰기준을 마련해 사업자에게 공지하고 사업자는 이에 맞춰 입찰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어민들의 인식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공유만큼 중요한 개발사 투자 리스크 보상

이날 행사에서는 유정규 해양환경공단 처장을 좌장으로 ▲박광근 인천광역시청 과장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유충열 수협중앙회 반장 ▲이정석 한국에너지공단 팀장 ▲이한구 인천광역시 시정혁신단 위원 ▲임효숙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 ▲최지영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을 패널로 한 종합 토론도 이어졌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공공주도 방식이 도입되고 사업자를 입찰하려면 한국 시장이 과연 매력적인 시장이 맞느냐는 의문을 먼저 가져야 한다. 지금 국내 상황은 사업이 지연되며 사업비는 늘어나는데 실질적인 프로젝트는 진행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본과 대만은 우리보다 해상풍력을 늦게 시작했지만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해 이제는 더 큰 시장이 됐다. 풍력은 예측이 어려운 자연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에 개발사 입장에서도 투자 리스크를 안고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공공주도 방식을 논의하면서 주민수용성과 이익공유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리스크를 안고 우리 시장에 들어오는 개발사에 어떻게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어 주고 혜택을 줄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인천광역시 시정혁신단 위원은 “우리나라는 유럽 선진국에 비해 해상풍력 사업을 뒤늦게 시작해 연구 자료가 충분한 상태였음에도 국내 사업들이 진척이 없어 답답했다. 인천시가 공공주도 방식을 채택한 것은 잘못 끼운 첫단추(민간주도 방식)를 다시 채우는 것이라고 본다. 안타까운 점은 기존에 민간 방식에서 사업지를 선점했던 개발사들이 공공주도 방식에서는 사업지 소유권을 주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풍황계측기를 꽂는다고 해서 풍력발전이 되는 것 아니기 때문에 그간 사업지에서 먼저 사업을 진행했더라도 개발사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석 에너지공단 팀장은 “해상풍력이 발달한 나라들은 30년전부터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정부주도의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했다. 공공주도, 계획입지 방식이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7년 신재생에너지법 도입을 통해 계획입지 도입을 추진했으나 다음 해 국회가 바뀌며 계류됐다. 이에 집적화단지라는 지자체 인허가 제도를 활용해 공공주도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집적화단지를 비롯한 어떤 방식이든 아직 사업자 선정방식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법제연구원에서 입찰 방식에 대한 용역을 수행 중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선례를 참고해 법안을 마련하고 제조사와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