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계통유연자원 서비스화 기술개발’ 사업 착수 보고회 개최
간헐성 큰 재생에너지 급전자원화 기대…신뢰성 높여 불안요소 해소
연구 단계는 끝나…민간 유치해 사업화하려면 보상·제도가 중요해

정부는 VPP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점차 증가하는 재생에너지의 불안요소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전남 영광에 위치한 육상풍력발전단지. (사진=양진영 기자)
정부는 VPP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점차 증가하는 재생에너지의 불안요소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전남 영광에 위치한 육상풍력발전단지. (사진=양진영 기자)

그동안 기술개발 단계에 머물렀던 통합발전소(VPP) 모델이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로 접어들 전망이다. 계통운영의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셈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삼성동 소재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VPP 운영시스템 구축 및 실증을 포함한 ‘계통유연자원 서비스화 기술개발’ 사업의 착수 보고회를 개최했다.

산업부는 이번 착수 보고회와 관련 한국형 VPP 모델의 본격적인 출연을 예고했다.

그동안 정부는 VPP 도입에 앞서 개념정립과 연구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착수 보고회 이후 VPP를 전력시장에 도입하기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연구가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분산자원 거래 활성화를 위한 행보가 시작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VPP 제도 도입을 위한 VPP-배전망 운영자(DSO)-계통 운영자(ISO) 간 협조·운영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이를 통해 VPP 통합플랫폼을 통한 계통유연자원 서비스화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 및 실증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이번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VPP와 분산자원 활성화를 위한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제는 연구 단계를 넘어서 민간의 투자를 유인함으로써 시장을 개발하고, 성숙시켜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재생에너지 중앙급전자원화 본격화될까=그동안 재생에너지의 약점으로 불렸던 것이 출력을 예측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매일 햇빛과 바람을 연료로 사용하다보니 사전에 발전량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재생에너지는 하루전시장에서 입찰하는 중앙급전자원화가 어려웠다. 이는 곧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큰 불안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오는 2036년 108.3GW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29.2GW 정도였던 신재생에너지는 약 15년 만에 4배 가까이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가 갖는 간헐성은 전력 수급의 변동성을 높이는 과제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그동안 원전과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대형 발전소 위주의 계통 운영 방식이 중소규모 발전소 위주로 전환하며 간헐성·기후의존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게 산업부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정부가 본격화할 계획인 VPP 모델은 앞서 언근합 재생에너지의 불안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산업부가 계획하는 한국형 VPP 사업은 섹터커플링(P2X) 기술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반응(DR), 전기차(V2G) 등 계통유연화 자원을 활용한 수십MW 규모의 통합발전소를 구성·운영해 시장참여를 지원하는 VPP 통합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별 사업자는 정확한 발전량을 예측하는 게 어렵지만 여러 개의 사업장을 한 데 모아 ESS 등으로 유연하게 발전량을 조정할 경우 기존 기저발전 수준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미 독일 넥스트크래프트워크 등과 같은 기업의 경우 세계 최대 규모의 VPP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8개국과 일본 등에 소재한 발전기 4000기의 전력 네트워크를 통합 운영하는 사업모델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 자원만 10GW(태양광 6GW) 이상이라는 게 산업부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ICT 기술을 활용해 소규모의 분산에너지를 급전 가능한 자원으로 통합, 전력시장에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수요절감·계통안정화·전력공급 등 다양한 역할 수행=정부는 분산자원이 전력도매시장뿐만 아니라 수요자원, 보조서비스시장 등에도 참여해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공급형·수요형·혼합형 등 다양한 모델을 개발키로 했다.

정부가 공개한 사업모델은 ▲수요형 ▲공급형 ▲혼합형 3가지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먼저 수요형 모델은 DR과 V2G 등 섹터커플링과 접목해 배전단위에서 전력수욜르 저감한다는 게 산업부 측의 설명이다.

산업부가 예로 든 DR과 V2G 모델의 공통점은 수요를 절감함으로써 전력피크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DR에 참여하는 자원들은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맞춰 전력피크가 높은 시간에 전기의 절대적인 사용량을 줄이는데 기여한다.

V2G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력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전기차 등을 충전하고, 피크시 방전함으로써 전력계통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전력수요가 낮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은 시간대에 전기차를 집중적으로 충전할 수 있게 해 계통에 유연성을 더하는 등 다양한 활용법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절대적인 수요를 줄여서 계통이 보다 여유롭게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한편 피크를 낮춤으로써 계통한계가격(SMP)을 결정하는 한계발전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된다. 즉 한전이 구매하는 전력도매가격 자체를 낮추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공급형은 석탄·LNG·원자력 등과 같이 전력을 생산해서 시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SS를 중심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묶어 하나의 가상 발전소로 구축한 뒤 하루전시장에서 기존 발전원과 경쟁할 수 있게 된다.

VPP를 통한 분산에너지의 확산은 지역의 전력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면서 대규모 송전망 투자절감을 유도하는 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통한 계통망 안정화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다는 게 산업부의 기대다.

마지막으로 산업부가 가장 진보된 VPP로 평가하고 있는 혼합형은 능동적 급전 및 수요 감축을 통한 배전망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하는 사업모델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앞서 설명한 수요형과 공급형을 융합해 고도의 계통운영 기술을 통해 급전·수요감축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게하는 모델로 예측할 수 있다.

산업부는 초기에는 태양광· 풍력 등 공급 자원 위주로 VPP 자원을 모집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DR, V2G와 등 다양한 유연성 자원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즉 VPP 초기에는 공급형 중심의 운영을, 나아가 수요형과 혼합형까지 사업구조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VPP 시장, 성공의 열쇠는 보상과 제도=정부가 의도한 그림이 계획대로 그려질지를 두고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업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핵심은 VPP와 분산자원에 대한 경제성 확보라는 게 주된 주장이다.

정부는 VPP 시장이 더 이상 연구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판단 아래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민간의 투자가 필수로 진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 한 전문가의 설명이다.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요인인 보상 설계에 보다 공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VPP의 법적 근거를 담고 있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안과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이를 통해 보다 확실한 제도 설계가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VPP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규모 자원들을 중심으로 한 작은 기업들의 모임이 아니라, 소수지만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켜 제대로 된 대규모 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성용 가천대학교 교수는 “큰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자의 형태를 정부가 빠르게 정리해주는 게 중요하고, 사업자가 커 나갈 수 있는 시장으로 꾸려야 한다”며 “단순히 기술을 실증하는 형태로만 가면 소규모 사업자가 난립하는 구도가 되는 만큼 정부가 방향을 명확히 세우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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