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성공 열쇠는 전력망의 적기 건설이다. 전력망 적기 건설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분수령에 서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열쇠가 됐다. 마침 정부는 지난 1일 총리 주재로 열린 전력망위원회를 열고 주요 99개 사업에 대해 속도감 있는 추진을 약속했다.
'에너지고속도로'의 성패를 좌우할 국가기간 전력망이 '패스트 트랙' 에 오른 것이다. 전력망 건설의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 뿐 아니라 범 부처는 물론 지자체가 나서서, 인허가의 빠른 해결과 사업자인 한전의 행정력 강화 등 일이 우선 추진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번에 선정된 대상 사업은 송전선로 70개, 변전소 28개 등 총 99건이다. 사업의 면면을 보면 반도체산업, 바이오 산업 등 국가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적기 전력공급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무탄소 전원 공급의 핵심 사업들이다.
마침 1일 삼성과 SK그룹이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올드먼 회장과 회동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를 선언했다. 내용을 보면 월 최대 웨이퍼 90만장 규모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파트너로 나선 것이다. 스타게이트는 지난 1월 오픈AI와 미국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가 4년간 5000억 달러(약 703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데이터 건설 프로젝트다. 국내 두기업의 반도체 기술까지 결합 되면서 이 사업은 전 세계 AI 산업의 판도를 흔들 프로젝트가 됐으며, 여기에 국내 기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이 전력망이다.
정부가 우선 추진하겠다는 사업 물량을 보면 전체 선로 연장은 3855.2km,변전소 옹량도 4만2000MVA다. 이처럼 대규모 물량의 전기공사가 쏟아진 적도 없다. 표준공사단가 기준으로 산정한 총 건설비는 교류(AC) 노선 약 15조원과 HVDC 노선 역시 동서해안을 합해 총 3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얼마나 다급하고 중요하면 국무총리가 책임을 지고 정부 전부처, 지자체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는 지 알수 있다. 2027년 8월 준공 목표인 신정읍~신장성 345kV사업을 시작으로 길게는 2038년까지 순차적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전기공사업계가 대규모 사업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정부는 현재 540여명에 불과한 송전 시공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현재 시범중인 해외 송전 전기원의 비자 시범사업을 평가하고 내년부터 정식제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본격 시공 시기인 2029년부터 2034년까지 최대 900여명까지 증원한다는 구상이다.
전력산업의 대변환기 속에서 전기산업계는 철저한 준비와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난 체질개선을 통해 국가 주요 인프라 구축에 동참해 성장의 길로 접어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