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가 제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2차전지 업종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해 초부터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캐즘의 우려로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추가 하락폭이 커진 모습이다. 대다수의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공표한 IRA 법안이 등장하기 직전으로 회귀했다. 전기차 성장에 큰 영향을 준 바이든의 IRA 정책은 2022년 8월 법으로 제정됐고, 일부 조항은 2023년 1월부터 시행되어 왔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약 500조원을 투입하는 일환으로 시행됐으며, 테슬라와 GM 모델이 대표적으로 Tax Credit 자격을 갖추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하락과 이로 인한 판매 증가가 나타났다. 국내 배터리 셀 메이커들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으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국내 기업들의 AMPC 수취 예상 금액은 2023년 1조2940억원에서 2024년 1조7610억원, 2025년 3조448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2.0 시대는 한국 배터리 산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가져올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전 집권 시기와 유사하게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 중 하나인 배터리 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 첫 날 전기차 보조금을 폐기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전기차 산업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세금 공제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는 없으며 이를 위해 의회는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 이에 민주당의 지원 없이도 법안 수정을 위해 ‘조정(reconciliation)’ 입법 절차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RA 법안이 통과되고 공화당 지역구에 민주당 지역구 대비 월등히 높은 투자가 진행되거나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IRA 법안은 폐지보다는 축소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만, 트럼프 1기 예측이 불가능했던 정치적 행보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진행 상황은 불확실성에 따라 면밀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산 구매(Buy American)’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유지하려면 미국 내 생산 시설 확대와 현지화 노력이 필수적일 것이다. 이는 AMPC 축소와 함께 초기 투자비 증가와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에너지 안보와 탈중국 전략에 따라 한국 배터리 산업이 수혜를 받을 부분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동맹국들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배터리 기술과 생산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탈중국 정책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보호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품질로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으며, 특히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 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트럼프 2.0 시대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될 기업은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는 IRA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데,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에서 경쟁사 대비 격차를 벌려 놓았지만, GM, Ford와 같은 업체들은 생산원가 및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0 시대에서는 자율주행 산업이 규제 완화에 따라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하게 될 것이고, 테슬라의 FSD는 규제 완화에 따른 보급률 확대를 전망한다. 글로벌 자율주행 산업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배터리 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발전은 고성능 배터리의 필요성을 증가시킨다. 에너지 밀도 증가, 충전 시간 단축, 비용 효율성 개선 등의 배터리 혁신은 자율주행차의 주행 거리 연장과 운영 효율성 향상으로 연결된다. 자율주행차는 높은 전력 소비와 다양한 전자 장비의 탑재로 인해 전기 구동 방식이 유리하다. 궁극적으로 전기차는 1000km의 주행거리에 도달해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에너지 밀도의 상향과 함께 충전 속도 상향이 필요하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가 자율주행차의 성능, 안전성, 주행 거리, 충전 속도를 종합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기술력 문제와 높은 가격 문제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겠지만, 국내 배터리 산업으로서는 해당 기술력이 높은 상황에서 더욱 발전시켜 나가며 경쟁력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트럼프 2.0 시대에 배터리 산업은 다양한 산업에 성장이 확대될 수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페이스X의 요청에 따라 우주선에 탑재될 전력 공급용 맞춤형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이 배터리는 스페이스X가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우주왕복선 '스타십'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달과 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우주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수년 전부터 '2170'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를 스페이스X에 공급해왔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우주산업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것이다. 이러한 협력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를 넘어 우주산업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로봇,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은 반화석연료 및 친환경정책의 일환보다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로보틱스, 우주항공과 모두 연결되는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에서 중요성 높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 자체를 크게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현재 시점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한국이 가진 배터리 산업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