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가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태양광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30년까지 현재의 3배이상인 72GW로 늘어날 전망이다. 원자력과 함께 무탄소 전원인 태양광을 늘리겠다는 말인데, 태양광 발전기는 좋든 싫든 우리 일상에서 함께 해야 하는 풍경이 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및 공급망 강화전략”에 따르면 ZEB(제로에너지빌딩)과 연계하여 건물 태양광발전(BIPV)을 권장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관공서, 공공기관 건물에 태양광발전 설치를 의무화한 이후 건물 태양광을 종종 보게 된다. 민간에서도 비싸지는 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지붕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태양광을 지붕위에 설치해도 아무런 문제는 없는가? 태양광 발전설비는 안전한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태양광 발전은 안전하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하거나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문제가 다를 수도 있다. 태양광은 패널이 연결된 집합체인 모듈을 여러장 연결해서 직류로 연결해서 최종 단계에는 인버터를 이용해 직류를 교류로 바꾸어서 전력계통에 연결하게 된다. 그런데 각 모듈은 50~60V의 전압이 흐르기 때문에 사람이 접촉해도 특별히 해롭지는 않지만, 모듈 20~30개를 직렬로 연결되면 맨 마지막 전선 끝에는 1,000 ~ 1,500V의 고전압의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러한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은 접속함을 거쳐서 인버터를 통해 직류를 교류로 바꾼 다음 전봇대를 통해 송전하게 되면 일반 전력계통을 통해 전기가 공급된다.
평상시에는 특별하게 해롭지 않고 비교적 안전한 태양광 발전시설은 건물 화재나 지진과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불이 나서 한쪽에서는 태양광 패널이 타고 있더라도 다른쪽 태양광 발전기는 햇빛을 받아서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라면 전선의 맨 끝쪽에서는 1,000V이상의 고전압이 흐르는 상태가 계속 된다. 이때 불을 끄기 위해 화재현장에 접근하는 소방관이나 안전관리인들은 고전압에 노출되어 감전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태양광 발전의 위험으로부터 인명사고를 막기 위해 미국에서는 2014년부터 건물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 급속 차단 시스템(Rapid Shutdown System, RSD) 도입을 의무화하였다. RSD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태양광 패널의 전원을 신속하게 차단함으로써 소방관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시스템이다. NEC(National Electrical Code) 690.12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설계된 RSD는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화재 발생후 30초 이내에 태양광 시스템에서 외부로 흐르는 전압을 30V 미만으로 낮추고, 태양광 시스템 내부에서는 80V미만으로 낮추도록 한다. 이는 소방관들이 감전 위험 없이 소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나아가 화재 확산을 막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미국이 이러한 안전 규제를 도입한 이후,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 주요국가들은 건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급속 차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각 국가는 국가별 상황에 맞는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 ZEB(제로에너지빌딩)을 확대하고 있고, 그동안 공공건물에만 태양광발전 설치를 의무화한 것을 내년부터는 민간이 건설하는 일정 규모 이상(1,000㎡)의 건축물에도 태양광 설치가 의무화 되어 있다. 각종 건물에 태양광 설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건물 화재 발생과 같은 긴급사태 시 소방관을 비롯한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BIPV(건물일체형태양광)는 기존 지붕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 비해 건물과 일체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화재 발생 시 접근성이 더욱 어렵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인명 피해를 방지하고 안전한 태양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건물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 급속 차단 시스템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태양광 보급을 통한 에너지공급 확대, 탄소중립(Net-Zero) 실행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끼칠 수 있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러한 안전 설비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정부에서 태양광 안전 제도를 마련하면 값싸고 우수한 기술제품이 시장에 속속 출현하여 안전한 태양광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구축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미국과 같은 태양광 안전 제도를 마련하여 방향을 제시하면, 기업들은 태양광의 효율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기술 개발과 투자를 하게되고, 결과적으로 태양광발전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게 되어 우리 사회가 더 쾌적한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정용헌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