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전력망을 확충하기 위해 여야 모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정부로 부터 발목이 잡히는 것 같아 국가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열린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김성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전력기간망확충특별법’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정부 부처의 반대로 논의 자체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망은 이제 단순히 한전의 업무 영역을 벗어나 첨단산업과 미래 에너지산업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키가 됐다. 최근 여당 산업위 간사인 김성원 의원실에서 발의한 법안은 전력망사업 건설의 운영 주체를 범 정부 기관으로 포괄함으로써 주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전력망 건설과정에서 발목을 잡았던 지자체 및 정부 부처간 칸막이를 걷어낼 수 있게 했으며, 민원해결에 있어서도 범 정부 차원의 대응이 가능해졌다.
특별법의 가장 큰 특징은 의사결정 권한을 국무총리가 공동 위원장을 맡는‘국가기간 전력망확충위원회’에 부여 했는데, 중요 결정권이 중앙 정부급으로 격상되면서 실행력과 주민 수용성을 대폭 강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추진을 담보한 것이다. 이럴 경우 각종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 각 중앙부처 장관과 시도지사 등 20~30명이 참여해 부처 간 의견조율, 지역주민 간 갈등 조정이 한층 원활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수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업은 대부분 대규모 전기 공급이 필요한 산업이며, 특히 국내에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선행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주요 국내 전력망 사업 11건이 지연되면서 서해안과 동해안에서는 생산된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으며,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전남 장성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등 대규모 산업단지의 가동이 지연되는 등 전력공급 지연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송전망 구축 지연은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유럽, 일본 등도 전력망 구축의 어려움을 겪자 발 빠르게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해 가고 있다. 독일은 2019년에 전력망 구축 촉진법을 만들어 정부 승인 절차 간소화와 공사 지연에 따른 불이익 등을 없애고 있다. 이미 2009년에 에너지케이블구축법을 통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급한 송전망 건설 계획을 법으로 규정하고 우선시함으로써 프로젝트에 대한 인허가 절차 등 행정적인 절차를 최소화 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전력망 투자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전력산업은 물론 첨단산업까지 육성하고 있다.
전력망의 적기 완성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기존의 전력망 공급 정책으로는 한계에 직면한 만큼 특별법 제정에 부처 이기주의를 걷어내고 범 정부적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