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상 칠리뮤직코리아 대표
이준상 칠리뮤직코리아 대표

야구장은 수많은 음악이 소화되는 현장이다. 지난주에 성료된 LA다저스와 SD파드리스 간의 서울시리즈에 즈음해, 그간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해왔던 미국 메이저리그 스타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함께 그들의 등장송(Walk Up Song)에 담겨있는 개성과 메시지 등이 또한 화제가 됐다.  

오타니 쇼헤이의 골수팬들이라면 그가 기존 등장송이었던 Ghost Machines의 ‘Can’t Get Enough’에서 다저스 이적 후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24K Magic’으로 교체한 사실을 이번에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록음악 위주의 선곡을 하던 2000년대까지의 스타플레이어들에 비해 최근에는 힙합이나 라틴음악의 사용이 빈번하다. 그 가운데서도 Travis Scott, Bad Bunny등의 음악들은 프레디 프리먼, 미겔 로하스 같은 선수들에 이르기까지 피부색을 막론하고 자주 선곡된다. 다저스 팀 내에서 연차가 오래된 편에 해당하는 맥스 먼시는 컨트리스타 모건 월렌의 ‘’Thinkin’ Bout Me’를, 크리스 테일러는 두아 리파(Dua Lipa)의 ‘Levitating’이나 블랙 아이드 피스의 ‘Pump It’같은 대중적인 곡을 선곡하기도 한다. 참고로 이번 투어에 동참하지 못한 클레이튼 커쇼의 등장송이 펀(fun.)의 ‘We are Young’이라는 사실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유명하다. 

라틴계 스타플레이어들이 많은 파드리스의 경우 라틴음악의 등장송이 주를 이루는데, 미국국적의 스타플레이어 매니 마차도는 리아나(Rihanna)의 ‘Pour It Up’같은 팝음악을 선곡한다. 상대팀에게 장타를 퍼붓거나 팬들로부터 수많은 사랑을 쏟아달라는 중의적 메시지로 판단된다. 투수 다르빗슈는 Soulja Boy의 ‘Crank That’을, 김하성은 국내곡인 블락비의 ‘HER’를 선곡한다. ‘어썸 킴(Awesome Kim)’이라는 애칭만큼이나 등장송마저도 ‘Awesome’하다.  

미국 메이저리그 방식의 진행으로 개최된 이번 서울시리즈의 현장에서는 등장송을 비롯한 여러 음악에서부터 미국적인 문화의 단면을 제공하였다. 미국에서는 야구를 ‘국가적인 여가(National Pastime)’라고 명명하는 만큼, 미국 야구문화에는 이른바 ‘클래식(Classic)’이라고 하는 정서가 깊이 내재돼 있다. 미 프로야구에는 대형이벤트마다 ‘클래식(Classic)’이라는 단어를 자주 붙인다. 올스타전은 ‘Midsummer Classic’, 국가대항전 이벤트를 ‘World Baseball Classic’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길지 않은 미국역사의 미비함을 야구를 통해 ‘클래식’이라는 정서로써 보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7이닝교체를 맞아 전 구장 내에서 너나할 것 없이 불려지는 ‘Take Me Out to the Ballgame’이라는 노래의 대합창 문화는 그 클래식(Classic)한 정서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이 곡은 뮤지컬작곡가집단 틴팬앨리(Tin Pan Alley)출신의 앨버트 본 틸져(Albert von Tilzer)와 작사가 잭 노워스(Jack Norwarth)에 의해 1908년에 만들어진 폴카 스타일의 곡인데,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 두사람은 그 당시까지 야구를 한 경기도 본 바가 없는 요즘 말로 ‘야알못’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클라이언트의 주문에만 충실했던 전문가들에 의해 미국여가문화를 상징하는 명곡이 탄생한 셈이다.  

  이번 서울시리즈에서는 이 노래가 울려퍼지던 그라운드 정비시간에 국내관중 대부분이 어쩔 줄 몰라 머쓱해했다. 뭐 어떠냐. 굳이 미국의 ‘Take Me Out to the Ballgame’이 아니어도 한국에는 ‘노래방 539번’의 노래 ‘아파트’라는 우리만의 응원클래식이 있지 않은가. 우린 그저 우리 방식의 야구응원문화가 있음을 간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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