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의 중요성은 빙산이 주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지구라는 생명체의 온도조절장치 기능이다. 거대한 빙산은 빙하에서 떨어지면서 생긴다. 떨어진 빙산이 바다로 침하 하면서 해수의 온도와 염분을 조절한다. 빙하는 수만 년 축적된 눈이며 지금도 쌓이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에 탄소(메탄 포함)를 증가시키고 수만 년 동안 지구의 대기를 안정시킨 빙하를 위협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산소는 메탄과 결합하여 지구를 식히는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히 표현되는 화학적 결합에 지구는 격렬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탄소가 오존과 결합하면서 오존층이 뚫리면 지구는 태양의 방사능을 곧바로 맞게 된다. 온도의 상승이 적도의 온도를 높이고 극단적 기후변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바다의 온도상승은 빙하를 녹이고 심해에 흐르는 해류의 움직임을 격렬하게 만들고 있다.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대학 연구진들이 대서양 자오선의 역전 순환(대서양을 흐르는 빙하와 적도 간의 해류 순환)이 무너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KBS에서 빙하의 역할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대한 준비를 끝마쳤다. 산소를 내뿜어 탄소와 결합하여 안정적인 대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스스로 호흡하는 지구의 경이로움이 북극을 지구의 숨통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지구가 호흡곤란을 겪는 이유는 지구에 필요한 나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생명체가 너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각 개체가 생명체로 기능하면서 내뿜는 탄소의 양이 균형을 넘어섰고 초과한 공급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지구가 가지고 있는 산소의 원천이 줄어들고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온도조절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지구의 탄소 수요에 대한 과잉의 탄소공급이 발생했고 지구는 여기에 적응하고 있다. 임계점을 넘기 전에 인간의 적응이 요청된다. 기후적응이라는 표현이 지금의 현상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한다고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표현의 과격성이 인류에게 위로는 될지언정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지구의 기후적응은 인간의 삶을 돌아보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을 돌아보고 지구의 적응을 위한 노력을 수용해야 한다. 어쩌면 지구는 자신의 영역에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2억5천만 년 전 페름기의 대멸망(공룡의 소멸) 이후, 보다 영리한 종이 지구에 살 수 있도록 허락되었던 것과 같이 지금의 인류보다 친-지구적인 종이 지구와 함께 살게 될 수도 있다.

안영철 한국기후경제사회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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