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여 한전 협력업체 연쇄 도산 위기, 정치권이 정치력 발휘해야
전력산업 대위기 해법은 없나 긴급 좌담회

지난 25일 본지가 주최한 '전력산업 대위기 해법은 없나'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김수이 홍익대 상경학부 교수. (사진=정세영 기자)
지난 25일 본지가 주최한 '전력산업 대위기 해법은 없나'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김수이 홍익대 상경학부 교수. (사진=정세영 기자)

“한전을 비롯한 전력산업계는 말기 암 환자 수준이다. 지금이라도 정책 거버넌스를 모두 바꿔야 한다. 현재는 전력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로 봐야 한다.”

에너지분야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에너지요금을 통제하는 비정상적인 구조 탓에 한국 전력산업 전반이 붕괴 수준까지 왔으며, 현 위기는 에너지산업의 위기를 넘어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해결책도 못 내놓는 정치의 위기로 진단했다.

전기신문은 지난 25일 박종배 건국대 교수, 손양훈 인천대 교수, 조성봉 숭실대 교수, 조영탁 한밭대 교수, 김수이 홍익대 교수를 초청해 ‘전력산업 대위기 해법은 없나’라는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하나같이 수년째 시장체제에 맞게 전기요금 체제가 작동하지 않은 탓에 그 후폭풍이 전력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영탁 교수는 “2008년 한전이 2조8000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 위기를 맞을 당시 정부는 6680억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을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32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최근의 상황에도 아무런 대응이 없다”면서 “앞서 대응이 충분히 가능했지만 지난 정부는 물론 현 정부에서도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심각한 상황까지 온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요금을 결정하는 구조 아래에서 한전과 가스공사가 앞으로 얼마나 버티겠느냐”면서 “이들 공기업은 현재 말기 암환자 같다. 총선 지나고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한전을 포함한 전력산업 전반의 정책 거버넌스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양훈 교수 역시 “전기요금의 문제를 겪는 과정에서 한전의 부채비율이 459%까지 치솟았다. 상장사 평균 부채비율이 110%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수치는 말도 안 된다”면서 “이는 공기업이기 때문이라 가능한 것 같다. 말기 암환자가 인공호흡기 달고 카드값을 돌려 막기 하는 상황과 다를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정치권의 개입이 너무 강하며 현재 전력산업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재 당정협의를 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총선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 없어 보인다”며 “만약 전기요금을 계속 통제할 경우 총선 이후 더욱 경제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국민들에게 현재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정치적 재량을 발휘해야 하는 마지막 시기라고 전했다. 지금이 요금을 인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박종배 교수는 “125년 한전의 역사상 에너지 가격이 이렇게 오른 적이 없었다. 막대한 적자를 냈던 2008년에는 전력믹스가 원전과 석탄에 집중돼 있어 충격이 크지 않았다”면서 “이때와 비교해 우리나라 전력믹스가 가스 쪽으로 비중이 커졌고, 최근 석탄과 가스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의 적자가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전과 한전 자회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자구책에 더해 추가 방안이 선행되는 동시에 전기요금 정상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전력산업 역사상 처음 오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수이 교수는 “한전의 적자 가중으로 전기산업계는 생태계 붕괴에 직면해 있다. 기존 전력시설 유지를 위한 공사 발주가 급감했으며 공사대금 지급 지연 사례도 늘었다”면서 “6500여개 한전 협력업체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연쇄 도산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전은 차입 경영을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신산업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결국 에너지안보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요금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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