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에너지미래포럼 강연 손양훈 인천대 교수 발표
“내년쯤 한전채 발행한도 소진…전력산업 붕괴 우려”
전기요금 인상 시급…충격 완화, 에너지소비 변화

25일 사단법인 에너지미래포럼이 주최한 월례 조찬 강연에서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정세영 기자)
25일 사단법인 에너지미래포럼이 주최한 월례 조찬 강연에서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정세영 기자)

올해 들어 매일 발행되는 한전채 액수가 1000억원을 육박한 가운데 전력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넘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전기요금을 조속히 인상해 경제 부문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고, 에너지소비 행태를 바꿀 유인을 제공하자는 주장이다.

25일 사단법인 에너지미래포럼이 주최한 월례 조찬 강연에서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37조원을 기록한 한전채 발행액이 올들어 9조원을 넘겨 매일 발행하는 액수만 1000억원”이라며 “요금 수입만으로 턱없이 부족해 한전채 발행으로 연료, 공사, 기자재 대금 등을 지급해온 상황이 1년 반째 지속됐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미룰수록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한 한전의 자금조달 능력은 전력산업의 실존적인 위기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력산업은 한전의 연간 전기판매 수입과 비슷한 80조원 이상의 거래가 오가는 산업으로, 지금까지 한전채 발행을 통해 6500여개의 협력사들에 대한 대금 지급이 이뤄졌다”며 “현재 한전채 발행한도는 30조원가량의 여유만 있는 상황이라 올해 한전의 적자가 20조원을 상회하면 내년쯤 이 발행한도마저 모두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채 발행은 막히고, 전기요금 외에 마땅한 수입이 없는 한전이 대금 지급에 실패해 연료, 공사, 기자재 업체의 연쇄도산과 심각한 안전사고 등 전력산업 생태계의 붕괴가 염려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부진한 전력 인프라 투자 문제도 한층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손 교수는 “향후 송변전·배전 등 전력망 투자에 5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반도체 투자에 필요한 전력공급 능력 확충을 고려할 때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채권발행을 최대한 늦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전기요금 이슈는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올해만 약 9조6000억원 규모의 한전채가 발행돼 지난해보다 빠른 속도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국내 채권 수요를 잠식하고 금리상승 등 채권시장에 일대 혼란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경고가 높아지는 상황 속에 대규모 채권발행은 예상치 못한 충격이나 자금경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규모인 47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점을 들며 “비효율적인 전력소비로 인해 에너지 수입액이 급격히 증가(784억달러)하며 무역수지 적자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경우 장기적으로 물가안정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또 전기소비량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지만 에너지효율은 최하위 수준이 지속되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기요금의 가격신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비효율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는 현상이 만성화됐다. 결국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이때 가장 큰 장애가 낮은 요금”이라며 “방만한 에너지소비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지난 겨울에 겪은 난방비보다 더 심각한 냉방비 폭탄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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