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구리 물량 바닥 보여
철광석 수급도 심상치 않아
업체들, 자재 가격 감당 못해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세계적인 구리 수급난이 가시화되면서 전기공사업계의 ‘자재 쇼크’가 또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드리우고 있다. 전기공사업계의 핵심 자재인 구리는 전선류 전반에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기업 경영에 직격탄이 된다.

구리뿐 아니라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전반이 수급난 기미를 보이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와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16일 기준 전 세계 거래용 구리 재고는 40만t 수준으로 전 세계의 평균 소비량의 일주일이 안되는 수준이다. 일주일 이내로 구리가 동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의 금속류 거래소인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재고량은 지난 11일 기준 7만6325t으로 지난해 8월의 3분의 1수준이다. 현재는 수량이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급이 막히면 가격은 올라간다. LME의 구리 거래 가격은 t당 1만40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올랐다. 이미 지난해에도 구리 가격 상승이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싸진 셈이다.

구리 가격 상승은 전기공사업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민수 공사 물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취약하다. 자재 구매 없이 시공만 하는 관급 공사와 달리 자재를 직접 계약해서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재가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현장마다 차이는 있으나 아파트 등의 건축 공사에서는 50~60%가량을 차지하기도 한다.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급등한 자재 가격을 공사비에 반영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건설공사는 계약과 공정 사이에 길게는 몇 년가량의 기간이 있다. 계약 당시의 자재 가격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책정하는데 이후 가격이 변하더라도 원청사인 종합건설사는 이를 반영해주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수익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공사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민수 공사를 수주하기도 한다. 회사 매출액 유지, 실적 확보 등의 이유 때문이다.

한 전기공사업면허 등록업체 대표는 “민수 공사에서 생긴 적자를 관급 공사에서 메꾸는 판”이라며 “건설 하도급은 굉장히 열악하다. 민수 공사는 거의 최저가 입찰이지 않나. 여기에 자재값이 갑자기 오르면 사실상 적자”라고 토로했다.   

구리만 문제는 아니다. 또 다른 주요 자재인 철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의 국제 시장 동향도 심상치 않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제 철광석 가격은  t당 149달러를 돌파했다. 2달 전인 11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t당 90달러 선에서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2달 사이 60% 이상 급등한 셈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가 겹치면서 공급이 막힌 결과다.

또다른 전기공사업체 대표는 “철 관련 자재는 제조사에서 작년보다 30~40%가량 가격 인상 조정을 요청하고 있다. 서로 고통 분담을 하더라도 인상분의 절반가량은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일각에서는 난연성 케이블 소재 수급이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또다른 업체 대표는 “최근 소방법이 강화되면서 케이블 등에 난연성 소재를 써야 하는데 주 수입처인 중국에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일단 다른 현장 물량을 돌리는 식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결국 가격이 오르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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