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분야의 핵심의제는 탄소중립이다. 지난 10일부터 3일간 광주 김대중컨베션센터에서 열린 2021 빅스포에서 주요 컨퍼런스 발표내용은 물론 기업들의 전시제품 역시 탄소중립과 연계한 제품들이었다.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선보이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올바른 탄소중립의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웜스허스트(Neil Wilmshurst) 미국 전력연구원(EPRI) 수석 부사장은 “지금의 에너지 산업은 1960년대 우주 탐험 전쟁과 같은 상황”라며 “탄소중립 성공을 위해 문제를 기회로 보는 것이 필요하며 일생의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투자의 기회를 포용해 앞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얘기로 들렸다. 또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기술과 시장을 이끌 충분한 잠재력도 외부의 시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탄소중립을 말하면 원전을 놓고 한가한 싸움이 주다.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출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는 원전의 경직성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결국 양립할 수 없다며 원전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탄소중립이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전의 역할은 분명히 필요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빅스포 기조 연설에서 “프랑스에 이어 재생에너지 국가인 영국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전을 늘리기로 했고 중국은 앞으로 15년간 150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한다”며 “원전을 축소하려던 나라들이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은 원전 없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대도심 주변에 있는 원전의 위험성을 고려하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비용 등을 감안해 원전을 축소하겠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이제는 정책의 고려 대상이 탄소중립으로 축이 이동한 만큼, 정치적 색깔을 떠나 원전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논의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정치가 아닌 에너지, 환경, 에너지안보의 측면에서 새롭게 들여다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

2017년 탈원전을 선언했을 당시와 지금은 국제환경이 크게 변해있고, 탄소중립의 정치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다. ‘탄소중립 2050은 또 하나의 거대한 역사적 도전이고,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란 것을 명심하고 소모적 논쟁을 넘어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술의 진보와 에너지의 경제성, 국민들의 수용성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진영 논리에 갖혀 상대방의 발목 잡기에만 골몰한다면 탄소중립이 가져다준 기회를 놓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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