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기조에 침체 지속된 ‘잿빛’ 원자력계

원자력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끌시끌했다. 지난해 정부가 탈원전 및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전면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원전산업계는 ‘소용돌이’ 속에서 대혼란을 겪어 왔다. 특히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정부에 대해 찬성·반대로 정치적 이념이 개입되면서 원전산업계뿐만 아니라 정계·학계에서까지 팽팽한 접전이 계속됐다.

원자력계 고위급 인사들이 중도 사퇴하는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10월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중도 사퇴했다. 강 전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관련 사업에 참여해 ‘결격사유’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 이유로 이전에 원안위원 4명이 줄줄이 사퇴하기도 했다.

11월에는 장찬동, 김재영 교수 등 2명의 원안위원이 새로 임명됐다. 이후 12월 김혜정 원안위원은 사퇴 후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 엄재식 원안위 사무처장은 원안위원장이 됐다.

일각에서는 원자력계 인사를 놓고 원자력 비전문가, 탈핵 인사로 구성됐다며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11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재주 원장도 돌연 사퇴하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탈원전 정책 추진에 유리한 인사만 배치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 원전산업은 전면 중단됐다. 신고리 5, 6호기는 공론화를 통해 다시 건설에 들어갔지만 이외에는 모두 정지 상태다. 신고리 4호기는 운영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경북 울진군 신한울 3, 4호기도 건설 부지가 선정된 채로 1년이 넘도록 건설이 중단돼 있다. 천지 1, 2호기와 대진 1, 2호기도 건설 계획이 무산됐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고리 1호기, 신고리 5, 6호기, 신고리 4호기를 방문 시찰하며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당부했다.

정부는 국내 원전을 감축하는 대신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 4기가 건설 중에 있다. 11월에는 체코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원전 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였고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현지 건설사와 ‘체코 신규원전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맺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반면 한국전력이 추진하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권자 뉴젠 인수 협상은 도시바가 뉴젠 법인을 청산하면서 무산됐다.

11월 타이완에서는 ‘2025년까지 탈원전 폐지 국민투표’를 실시해 세계가 주목했다.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중단시킨다’고 규정한 전기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안건에 대해 투표한 결과 국민 통과 기준인 25%를 넘겼다. 하지만 이 투표는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라 2025년까지로 정한 목표 시점을 폐지하는 투표였던 것으로 일단락됐다.

2018년 한 해가 다 지났지만, 아직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사업은 아무런 진척이 없다. 원전 해체 산업이 하루빨리 육성돼야 한다는 주장만 난무하는 가운데 앞으로 늘어날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시설에 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아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가 유지되면서 2018년 ‘잿빛’ 원자력계는 전반적으로 혼란스럽고 침체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2019년에는 중단 중인 원전 건설·운영 재개와 수출 사업, 원전 해체 시장 육성 등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원자력계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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