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짧은 보증기간과 높은 가격이 걸림돌

서울시 전기택시기사 최응남씨가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서울시 전기택시기사 최응남씨가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가솔린 차량의 엔진 격인 전기차용 배터리가 전기택시 보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짧은 배터리 보증기간과 비싼 가격이 택시 운전자들의 선택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처음 도입된 전기택시는 정부의 친환경차량 보급정책에 따라 올해 9월 기준 전국에만 329대가 보급됐다.

특히 서울시는 오는 2025년까지 총 4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고, 당장 내년에만 3900대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도로에서 전기택시를 접하기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전기택시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당초 올해까지 총 100대(개인택시 40대, 법인택시 3곳x20대)의 전기택시를 보급할 계획이었지만 법인당 최소 신청 대수를 10대로 낮추고서야 겨우 목표 대수를 채웠다.

◆ 턱없이 짧은 배터리 보증기간

전기택시에 대해 택시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배터리다.

현재 서울시에 운행 중인 전기택시는 르노삼성 SM3 Z.E와 현대자동차 코나로, 두 차종 모두 LG화학의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주행거리를 결정해 전기택시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현재 전기택시의 배터리 보증기간은 턱없이 짧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전기택시를 운행 중인 대한상운은 “업체 입장에서 전기택시를 적극 도입하기 곤란한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라며 “법인택시의 경우 한 해 평균 10만km를 운행하는데, 배터리 A/S 조건은 (르노삼성 SM3 Z.E의 경우) 16만km 밑으로 탔을 때”라고 했다. 법인의 경우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배터리 보증기간이 끝나는 셈이다.

르노삼성의 경우 전기택시 배터리 보증은 8년 안에 16만km 이하로 탔을 때 적용된다. 현대는 10년, 20만km로 알려졌다.

◆ “배터리, 차 값보다 더 비싸”

"배터리가 업그레이드될수록 주행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전기택시기사들은 배터리 교체를 간절히 바라죠."

제주시 전기택시기사조합(사조합) 회장 이정길씨는 “기존 전기택시는 하루에 3시간가량을 충전하는 데 사용한다”며 “근무시간이 부족해 15시간씩 운행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했다.

특히 겨울의 경우 배터리 특성상 추위에 약하고 히터 등으로 전력소비도 높아지기 때문에 충전 후 운행시간이 2시간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기택시기사들의 설명이다.

또 이정길씨는 “최근에 나온 배터리의 경우 주행거리가 길어져 하루 한 번으로도 주행이 가능해졌다고 들었다”며 “기존의 전기택시기사 대부분이 배터리 교체를 희망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배터리 교체비용이 차를 새로 사는 것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서울시 전기택시 1기라고 밝힌 택시기사 최응남씨는 “배터리 가격이 차 값보다 더 든다”고 했다. 현재 서울에서 전기택시를 운행하면 차량구매비로 2400만원(국비1200만원 서울시1200만원)이 지급된다.

르노 삼성의 전기차 SM3 Z.E를 택시로 구매할 경우 지원금을 보태면 자기 부담은 약 900만원 수준. 전기차 배터리만을 구매할 경우 현대 아이코닉 기준 1500만원가량이 든다.

이런 상황이라 업그레이드된 배터리로 교체하기 위해 새 전기택시를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씨는 “원래는 배터리를 교체하려고 했는데 배터리 가격이 차 구매비용보다 비싸 차를 새로 뽑게 됐다”고 했다. 최 씨는 지난 9월 새 택시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기택시의 배터리가 보급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전기차업체와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배터리 보증기간은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것”이라며 “보증기간을 늘리거나 배터리 가격을 내릴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역시 “정해진 것은 없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점차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나 차와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 기존의 문제는 차츰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현재 운행 중인 전기택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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