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구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실시하며 에너지 수요관리에 힘썼다. 태양광 보급 지원사업, 에너지 자립마을 결성, 에코마일리지 제도 등이 시행됐다.(사진_서울시 제공)
서울시 강북구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실시하며 에너지 수요관리에 힘썼다. 태양광 보급 지원사업, 에너지 자립마을 결성, 에코마일리지 제도 등이 시행됐다.(사진_서울시 제공)

에너지 분권을 실현할 수 있는 적절한 때가 온 걸까. 시민단체와 지자체 안팎에서는 올해가 에너지 전환을 넘어 에너지 분권을 위한 적기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을 적극 장려하겠다는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같은 에너지정책에서 변화가 나타나서이기도 하다.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인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이 올해 수립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민ㆍ지역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관한 내용이 담길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에너지 분권의 달성은 가능할까.

◆ 정부의 강력한 의지 … 산업부 제외하고 여전히 ‘감 없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는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주제로 11개의 목표가 들어가 있다. 이중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 전략에는 ▲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 ▲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이,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에는 ▲ 전 지역이 고르게 잘사는 국가균형발전 ▲ 도시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뉴딜 추진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지자체에게 강력한 권한과 재정을 부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투영된 과제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중앙정부의 지방분권 강화는 에너지전환정책의 원활한 시행을 돕는데 있어 꼭 필요한 조건이다. 에너지전환과 에너지분권은 결국 지자체의 역할 확대와 중앙정부와의 협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실행하는 이들이 느끼는 중앙정부의 발걸음은 조금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국토부나 환경부 부처 관계자들의 이해 부족에 부딪힌다”며 “사실상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에너지 전환은 주무부처인 산업부나 국토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태양광ㆍ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분산전원 보급은 결국 국토개발과 연결돼서다. 하지만 지자체나 산업부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꾀하는 관련 부처에서는 국토부나 환경부와 의견 차이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직접 에너지전환을 필요로 하는 부처가 아닌 이상에야 ‘에너지전환’에 대한 함의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분산형 전원의 확대는 결국 ‘지자체’가 관리해야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전원의 확대와 이로 인한 에너지 분권화는 당장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신재생에너지 전원은 그 성격 자체가 ‘분산형ㆍ‘소규모’이므로 중앙집중식 관리와는 맞지 않는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전원들을 중앙정부가 일일이 통제하기보다 지자체가 직접 다루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 중 ‘지자체로의 권한이양’은 우선순위로 꼽힌다. 국가가 관리하던 에너지 생산을 지자체가 나서서 해야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법과 계획, 제도, 행정, 조직, 예산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에너지관련 정책이 국가주도로 이뤄져 지자체는 이에 반대할 권한과 책임이 없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충청남도, 안산시 등 몇몇 지자체는 꾸준히 에너지정책 사업을 펼쳤다.  

서울시는 대표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직접 실현해온 지자체로 꼽힌다. 2012년부터 6년간 '원전하나 줄이기' 사업을 실행하면서 사실상 중앙정부보다 더 진보한 에너지정책을 실현해왔다. 김연지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과장은 “서울시는 에너지정책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직접 개선해나가며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과 같은 정책을 펼쳤다”며 “지자체에게 권한이 더 주어진다면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사업들이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보다 시민의 생활과 밀착해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정책을 실현하기에 적절하다. 김연지 과장은 “지자체는 중앙정부보다 주민들의 민원과 요구를 더 빨리 들을 수 있고 정책의 효과도 더 먼저 피부로 느낀다”며 “각 도시의 특성에 맞는 에너지정책을 지자체가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여형범 충남 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달 9일 열린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에너지분권’ 포럼에서 “지자체 별로 처해있는 에너지 이슈와 과제가 다르므로 해결방안도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분권과 분산형에너지 시스템의 발달 두 축이 모두 더딘 상황에서는 지방분권이 먼저 이뤄질 수도, 분산형에너지시스템 발달이 먼저 선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기반의 에너지 생산과 에너지소비는 지자체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개선돼 나가야 하며 이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와 법, 예산, 조직문제 등이 선결과제로 남는다.

◆ 3차 에기본에서는 국민 참여 얼마나 고려될까

모든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듯 에너지전환 역시 법이나 예산 등 하나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올해 수립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의 수립에서 국민 중심의 에너지전환 과제가 얼마나 담길지를 주시하고 있다.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3차 에기본과 같은 계획에서 에너지 전환과 분권에 대한 명시가 확실히 이뤄져야 나머지 제도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은 에너지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이다. 2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되며 정부는 올해 내 3차 에기본(2019~2040)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수립과정에는 지난 2차 때와 달리 국민 중심의 에너지 전환 과제를 위해 워킹그룹분과 내 ‘갈등관리ㆍ소통분과’를 신설했다.

3차 에기본 워킹그룹내 갈등관리ㆍ소통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영진 갈등해결센터 원장은 현재 논의 과정에 대해 “지금은 (논의에 들어간 지) 아주 초기적인 상황으로, 6월부터 각 주제를 더 깊게 논의하고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분권은 에너지 전환과 연결되는 핵심 요소이고, 에너지 민주주의 역시 대주제 항목으로 (워킹그룹 안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하고 현황에 대한 리뷰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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