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재생에너지 반대로 몸살…“마을발전기금은 기본”
주민·환경 수용성 사전 확보해 민원·난개발 우려 해소해야

정부가 현재 총 7%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대로 늘리겠다는 목표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발전시설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역 현장에서는 환경파괴, 소음이나 전자파 피해 등을 주장하는 주민과 갈등이 속출, 사업이 좌초되거나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가 법규나 규칙에도 없는 주민동의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사업자는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사업자가 군에 허가를 신청하면, 군은 면으로, 면에서는 이장에게 연락을 주는 구조다. 이장이 사업 추진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사업자와 주민들 사이에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이에 따라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마을발전기금과 소규모 태양광발전소 무료 설치 등은 기본 옵션이 된 지 오래다.

◆주민들의 반대 실태

태양광발전 업계에 따르면 전국이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남 완도군 신지면에는 4MW급 태양광발전소에 필요한 구조물이 5년째 현장에 방치돼 있다. A업체가 건넨 마을발전기금을 이장이 착복했고, 이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면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업체는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시에 500kW급 2기를 건설하는 B업체는 부지 매입 때부터 마을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마을발전기금 3000만원을 내고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 주민이 순천시에 무조건 반대한다는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재차 협의를 거쳐 발전기금 2000만원을 추가 부담키로 하고 10개월가량 지체된 공사를 최근 시작했다.

해남군 송지면에 10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추진했던 C업체는 3년여의 줄다리기 끝에 100여가구에 발전기금 2억원과 마을회관에 태양광발전소를 무료 설치해주는 조건으로 반대를 해결했다.

영암군 도포면에 800kW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추진하는 D업체 관계자는 일주일에 2~3회씩 현지를 찾고 있다. 현장 입구에 있는 가옥 1채의 소유주가 돈도 필요없다며 무조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의 독촉과 소유주의 막무가내식 반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강진군 작천면에 450kW 규모 태양광 시설을 추진 중인 E업체는 현장 진출입로를 주민들이 트랙터와 트럭으로 막는 바람에 112 신고를 하고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되풀이하고 있다. 경찰이 출동하면 잠시 주차중 이라며 트랙터와 트럭을 이동시켰다가 다시 막는 일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비 사용료와 인건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반대 사례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충북 괴산군 장연면에 202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해 56㎿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조성하겠다는 사업도 주민 간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

강원 양구군 동면 팔랑리에서도 대규모 태양광 시설 설치 움직임에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축구장 넓이의 두 배 이상인 1만6500여㎡에 태양광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공사가 시작되면서 반대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 같은 갈등에 따라 민원이 덜한 바다로 눈을 돌려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전남 신안군은 국내 해상풍력 최적지의 입지 조건을 갖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전기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피해, 농작물과 수산자원 어업에 대한 피해 등을 이유로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무조건 반대’에 나서면서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 방안은?

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민원과 반대움직임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농촌지역의 사회적 경제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태양광사업에 마을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태양광사업의 발전수익이 설치지역 외부로 빠져 나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선순환되는 구조로 이뤄져야 현재 제기되는 민원을 해소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지부진한 사업성과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태양광 발전문제를 연구 중인 한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사업이 농촌지역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면서 “태양광 발전시설 부지선정에서부터 사업시행까지 주민들 스스로가 참여하도록 하고, 십시일반으로 주민이 출자하도록 하는 협동조합형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같이 농촌이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또 하나의 주체(사업자)로 등장하면 주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고, 동업자로서 다른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반대와 요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은 환경적으로나 시대 흐름으로나 반대할 일은 아니지만 중요한 건 주민 수용성”이라며 “단기적으로 주민 발전기금을 지원할 수도 있고, 마을회관 등에 소규모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해주고 전기 판매 수익금을 마을로 돌아가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태양광 발전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주민들의 반대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을발전기금 기부에 대한 법제화를 제시한다. ‘터를 지키고 살아온’ 마을주민들의 권리를 인정해 100kW당 200만~300만원가량의 발전기금을 정하고 이를 벗어난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해선 엄정하게 처벌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많다. ‘헌법 위에 떼법’이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그 같은 규정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치단체가 주민동의서를 요구하면서 일체의 행정행위를 진행시키지 않는 것도 문제의 하나로 꼽는다. 환경성평가, 재해성평가, 개발행위 심의 등 태양광사업에 필요한 행정절차에 대략 6개월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들 행정절차를 ‘착공 전 주민동의서 제출’을 조건으로 진행하면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비용도 그만큼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주민이나 환경적 수용성을 사전에 확보하고 개발에 따른 이익을 지역 주민이나 지자체가 일부 공유하는 형태의 개발이 부분적으로라도 이뤄져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태양광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민원 발생과 난개발 등의 우려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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