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으로 미래먹거리 창출 국내 넘어 대만시장 진출 쾌거

50일 넘는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지던 지난 8월 11일. 그날도 서울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2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순천역. 택시를 타고 20분쯤 가다 보니 엄청난 규모의 율촌산단이 눈에 들어왔다.

율촌제1산업단지에는 해상풍력 분야 하부구조물과 설치전용선 분야 국내 선두 기업인 현대스틸산업 율촌공장이 위치해 있다.

현대스틸산업은 1400억원 투자를 통해 지난 2007년 이곳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율촌공장을 건립했다.

해상풍력 자켓구조물 분야 선두 제작·설치·유지보수 원스톱 서비스

국내 최초로 초대형(1만3000t)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전용선 개발

33만㎡(10만평) 규모의 율촌공장은 당초 해상교량, 해상구조물 및 조선용 블록 등 대규모 철구조물 제작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공장 전체가 해상풍력 자켓 제작을 위한 부품과 자재들로 가득차 있었다.

국내에 있는 웬만한 교량과 각종 스포츠 경기장, 대형 건축물 등에는 현대스틸산업이 만든 철구조물이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이나 현대제철에 비해 일반 국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한 뒤 그 첫 일정으로 서남해 해상풍력 현장을 찾으면서 현대스틸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현대스틸산업이 제작한 해상풍력 유지보수선을 타고, 해상풍력 전용설치선 위에서 “그린에너지 중 특히 해상풍력을 핵심 육성할 계획”이라며 “우리 현대스틸산업의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대스틸산업을 치켜 세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지난해 6월 덴마크 대표 국영 에너지 기업인 오스테드(Ørsted)와 대만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현대스틸산업은 대만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인 ‘창화(Greater Changhua) 1 프로젝트’와 ‘2a 프로젝트’ 시행에 필요한 자켓형 기초 구조물 35기를 공급하게 됐다. 설치용량으로는 280MW에 달한다.

현대스틸산업은 해상풍력 분야와 석유, 가스 관련 프로젝트에서 유사 철골 구조물 공급 등 해당 프로젝트의 시행 자격 요건을 충족해 이번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거뒀다.

해상풍력 건설비용은 1MW당 55억원 정도 되는데, 이중 해상구조물 시공(하부자켓 제작·설치, 상부구조물 설치)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인 20억원에 달한다. 풍력발전기의 핵심부품인 터빈과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만큼 해상풍력에서 철구조물이 중요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풍력 터빈과 하부기초 자켓의 기술적 차이는 크다. 풍력터빈은 표준화된 제품으로 제품을 개발·설계한 후 제품인증을 받으면 해상풍력단지가 변경되더라도 추가적인 설계변경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

반면 해상풍력 하부기초(자켓)는 설치되는 해상풍력단지가 변경되면 해양환경조건(수심, 지반상태, 파고, 바람, 조류 등)과 상부 터빈 기종이 변경됨에 따라 설계 및 제작 방법을 변경해야 해서 기술력 및 제작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게 특징이다.

김오수 율촌공장장, 본사 영업1팀의 박광식 차장과 함께 공장 전체를 둘러봤다. 처음 둘러본 곳은 하부구조물 제작 현장이었다. 해상풍력 자켓은 바다 수면 밑에 설치한 말뚝과 연결되는 하부구조물과 풍력발전기 타워와 연결되는 상부구조물로 구분된다.

국내에 설치된 해상풍력 상부구조물은 전량 현대스틸산업에서 직접 제작한 설치전용선으로 현장에 설치됐고, 하부 자켓 또한 현대스틸산업에서 제작·납품과 유지보수까지 담당한다. 하지만 이번에 대만으로 보내지는 해상풍력 자켓은 제작납품까지만 맡고 설치는 유럽 시공사에서 맡게 된다.

내년 3월까지 납기를 맞춰야 해서 현장에서는 바쁘게 용접과 조립작업이 한창이었다. 용접은 직접 사람이 하지만, 워낙 구조물이 무겁다 보니 조립하는 과정은 모두 크레인과 직접 개발한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특허까지 출원한 이 특수장비는 거대한 구조물을 회전시키면서 조립을 완성하는 과정을 선보였다.

바다와 맞닿은 부두 근처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승선했던 해상풍력 유지보수선이 위용을 자랑하듯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현대스틸산업의 해상풍력 비즈니스 영역은 해상풍력이 가능한 바람과 기상여건을 가졌는지를 테스트하는 해상풍황계측기(기상탑) 제작·설치부터 해상풍력발전기 해상자켓 제작·설치, 해상변전소 제작·설치까지 다양하다.

해상풍황계측기는 충남 태안, 전남 완도 금일도 및 황제도 남쪽 해상 등에 설치돼 있다.

아시아 최초의 해상변전소인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해상변전소도 현대스틸산업이 제작·설치까지 직접 수행했다.

60MW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하부구조물, 30MW 제주 탐라해상풍력 하부구조물도 현대스틸산업이 납품했다.

현대스틸산업이 해상풍력 분야에서 선두기업으로 우뚝설 수 있었던 데는 정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역할도 한몫했다.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로 5500t급 전용설치선 (잭업 바지, Jack-up Barge)와 일체형 자켓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또 지금도 해상풍력 유지보수선과 1만3000t급 해상풍력 전용설치선 기술개발도 진행 중에 있다.

인터뷰 / 김오수 현대스틸산업 율촌공장 공장장

김오수 현대스틸산업 율촌공장 공장장
김오수 현대스틸산업 율촌공장 공장장

“작업장 안전 최우선…품질 관련 인력 확보에 주력”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큽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해상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었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거든요. 이제 국내에 남아 있는 풍력 관련 기업들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번에는 반드시 해상풍력이 미래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오수 현대스틸산업 율촌공장 공장장은 “1년에 1GW 정도 설치 물량이 있어야 국내 풍력산업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상풍력의 경우 건설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유지보수 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희 현대스틸산업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해상기상탑 설치부터 하부·상부구조물 제작·설치, 해상풍력 전용설치선(잭업 바지)과 유지보수선 제작까지 가능합니다. 사업영역도 다양한데다 가격경쟁력도 장점이죠.”

김 공장장은 “덴마크 대표 국영 에너지 기업인 오스테드(Ørsted)와 대만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게 된 것도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적기에 고품질 제품을 납품함으로써 신뢰를 쌓아가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율촌공장에서는 350여 명에 달하는 인력이 일하고 있습니다. 오스테드가 글로벌 기업이다보니 안전과 품질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어 저희도 작업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품질 관련 인력을 많이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죠.”

김 공장장에 따르면 대만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수주로 회사 매출에서 해상풍력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로 높아졌다. 율촌공장도 과거에는 주로 교량과 항만, 원자력·화력발전소 등의 하부구조물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거의 공장 전체가 해상풍력 관련 제품과 관련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탐라해상풍력 등 국내 해상풍력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수출까지 하다 보니 공장에 활력이 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력이 계속되려면 역시 계속 발주가 나와야 하죠. 다시 한 번 정부가 그린뉴딜의 핵심으로 해상풍력을 육성하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