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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흥망사’ 강원 폐광지, 리버풀과 닮은 꼴…성공기 벤치마킹도 현재진행형
리버풀 FC의 엠블럼, YOU'LL NEVER WALK ALONE 로고가 선명하다.
#1 적어도 2019년 리버풀은 축구로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유럽의 최강 반열에 복귀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한 끗 차이로 맨체스터 시티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역대 2위 팀 가운데 최다 승점(97점)을 기록하며 세계 축구 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참으로 오랜만에 수확한 호성적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은 2005년 이후 14년 만이다. 1992년 출범한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아직 우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전의 잉글리시 풋볼리그 1부리그에서는 18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으며 약 90년 동안 영국을 상징하는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최강의 이미지를 구축한 리버풀도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헤이젤 참사와 힐스버러 참사를 연이어 겪으면서 폭력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리그 최강의 이미지는 어느덧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등으로 옮겨졌다. 과거의 영광은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하지만 리버풀은 “You'll Never Walk Alone.”(“그대는 결코 혼자 걷지 않으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 말은 리버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응원가다. 아무리 어려울 때라도 결코 외롭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 응원가는 난관에 부닥친 상황도 다 함께 극복하겠다는 팀의 정신으로 감동을 전하는 메시지다.

비단 축구에서뿐만 아니라 리버풀이라는 도시의 역사는 흥망성쇠의 연속이다. 이 역사의 흐름에는 석탄이 함께 한다. 산업혁명 이후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핵심 요소인 석탄을 운송하는 항구도시로 자리매김하면서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성장했다.

이미 19세기 세계 물동량의 절반은 리버풀을 거쳤다. 수도인 런던보다 부유한 도시로 거듭나면서 ‘대영제국은 리버풀 덕에 가능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었다. 에너지의 대세는 석탄에서 석유로 옮겨졌다. 공업 도시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잇던 철도는 맨체스터가 직접 바다로부터 운하를 판 이후로부터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리버풀의 항구 기능은 쇠퇴했다.

1931년 84만 명에 이르던 인구는 2007년 절반 수준인 44만 명까지 떨어졌다. 2016년 48만4600명까지 소폭 증가했으나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한 마가렛 대처 총리는 석탄 산업을 구조조정했고 이에 반발하는 노동조합을 탄압했다. 이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리버풀은 현재도 대처 총리를 저주할 정도다.

이 같은 과정을 겪으며 리버풀은 어느덧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영제국의 황금기를 구가하던 도시는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급전직하했다.
사북석탄역사체험관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는 '나는 산업전사 광부였다' 문구

#2 강원도 태백시·삼척시·정선군·영월군 등은 이제 광업도시가 아니다. ‘폐광도시’라는 이름이 더욱 익숙한 곳이다.

정선군 소재 강원랜드 아래에는 사북석탄역사체험관이 있다. 카지노, 호텔, 리조트 등 각종 ‘럭셔리’ 시설을 갖춘 휘황찬란한 풍경 아래 다소 을씨년한 모습의 이 체험관은 ‘나는 산업전사 광부였다’라는 글귀와 함께 ‘웃픈’ 표정을 짓는 광부의 그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산업전사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광부들은 목숨을 걸고 가족과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은 광업도시에서 생산하는 석탄을 동반했다.

‘지나가는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업도시는 높은 경제력을 구가했다. 물론 당신의 만 원이 지금의 만 원과는 다르다. 현시점으로 대입하면 지나가는 개가 10만원짜리 수표를 물고 다니는 곳인 셈이다. 개가 그런 돈을 물었으니 사람은 더욱 의기양양할 수 있는 도시였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정부의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에 의해 광산이 줄줄이 폐업했다. 도시는 단숨에 쇠퇴하고 말았다. 지역의 전성기를 상징하던 KBS 태백라디오방송국은 강릉KBS와 통합됐다. 태백의 상징이 강릉에 먹힌 셈이다.

1981년 11만4095명을 기록한 태백시 인구는 1990년 8만4559명으로 줄었다. 정부의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불과 5년 후인 1995년 인구는 반토막이 나 5만9374명으로 줄었다. 올해 1월 현재 태백시 인구는 4만4687명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리버풀 도시 전경

#3 바닥없이 추락하던 리버풀은 과감한 도시재생 개혁을 단행했다. 개혁의 상징은 ‘비틀즈’다. 도시의 관문인 공항 이름부터 바꿨다. ‘존 레논 국제공항’이다.

세계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비틀즈를 추억할 수 있는 장소에 초점을 두고 비틀즈 스토리를 만들었다. 거리, 조형물에 비틀즈가 스며들게 했다. 비틀즈와 관계한 장소를 지나는 버스투어 상품을 내놓고 기념품을 판매하는 샵을 곳곳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리버풀은 석탄 항구도시의 상징에서 축구와 비틀즈의 상징으로 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도시의 재정이 부유해지면서 꾸준한 도시재생을 시도할 수 있었다. 알버트 부둣가는 도시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테이트 리버풀은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현대적인 갤러리로 바꾼 장소다.

이를 통해 2008년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철암탄광역사촌 전경

#4 폐광지도 이제 도시재생 후보로 올랐다. 더 이상은 석탄으로 먹거리를 창출할 원동력이 없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과 미래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모델의 도시로 부활하겠다는 신호탄을 쐈다.

태백시는 ‘에코 잡 시티(ECO JOB CITY) 태백’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독일의 촐페라인이 폐광촌에서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처럼 태백시에도 테마형으로 관광 마을이 들어설 예정이다.

광산테마파크와 함께 스마트팜(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지능화된 농장)을 조성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정선군은 전국 최고의 우수사례로 거듭났다. 정선군 도시재생지원센터(센터장 이용규)는 지난 17일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도시재생 심포지엄’에서 대상인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마을 호텔을 꿈꾸는 18번가의 기적’을 통해 도시재생협치시스템(거버넌스) 구축 부문에서 전국 모범사례로 인정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삼척시(시장 김양호)는 ‘2019년 삼척시 (도계권역) 도시재생대학’을 13일 개강했다. 도시재생대학은 폐광지인 도계읍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기초과정 및 선진지 견학 등으로 구성된 기본과정, 삼척시 도시재생지역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침체한 분위기 개선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진행하는 ‘삼척시 대표 음식발굴 컨설팅’ 과정 등 2개의 과정을 개설해 운영한다.

변수도 있다. 도시재생을 담당하는 주체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이다. 광해관리공단은 현재 한국광물자원공사와의 통합 여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광물자원공사와 통합할 경우 양 기관이 공멸할 수 있어 폐광지역 주민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작성 : 2019년 06월 20일(목) 13:39
게시 : 2019년 06월 20일(목) 17:53


박정배 기자 pjb@electimes.com        박정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도시재생 | 리버풀 | 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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