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기업 “향후 5년 14.5兆 투자”…국내외 설비 투자 확대
광물公, 濠 물라벤 광산 지분 매각…파나마 광산 매각도 추진
석유公, 美 셰일 광구 매각 추진…加 하베스트 매각도 함께

7일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시삽식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토마스 트리카시 렘봉 인도네시아 투자청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
7일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시삽식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토마스 트리카시 렘봉 인도네시아 투자청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

석유화학 업계에 불어닥친 경영 한파에 대응하는 사(私)기업과 공(公)기업의 방식이 사뭇 다르다. 사기업의 키워드는 ‘정면 돌파’다. 반면 공기업은 ‘현상 유지’에 나서고 있다.

기초화학 시장 둔화로 3분기 실적 악화를 경험한 유화업계는 오히려 고강도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다. 힘들더라도 미래를 위해 비용을 지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면서 해외 투자 의지를 과시했다. 롯데그룹의 화학 사업은 신동빈호(號) ‘뉴롯데’의 핵심이다. 그룹 이미지를 기존의 식품·유통에서 화학으로 바꾸기 위한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인도네시아 유화단지는 투자 규모가 4조원에 달하는 초대규모 사업이다. 신 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되면서 주춤했던 이 사업은 지난 10월 그가 석방되면서 다시 활로를 찾게 됐다.

한화토탈은 지난 4일 충남 대산공장 설비 증설을 결정했다. 2020년 말 완공을 목표로 5300억원을 투자해 폴리프로필렌(PP) 40만t, 에틸렌 15만t, 프로필렌 4만t 규모의 설비를 추가로 짓는다. 지난해 한화토탈은 증설을 위해 9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불과 2년 동안 대산공장에 투입한 비용만 1조4300억원에 달한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집중투자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견뎌야 한다”며 “어려울수록 뿌리를 더 깊이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오는 2021년까지 여수산업단지 NCC(나프타분해시설) 및 고부가 폴리올레핀(PO) 증설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지난 3일 전라남도, 여수시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체결식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특히 협약식 날 성 장관이 참석한 투자간담회에서 유화업계는 앞으로 5년 동안 14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이 산업계는 사이클을 탄다”며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말대로 ‘좋았던 시절이 오히려 비정상’이고, 지금이 정상궤도라고 한다면 노력에 따라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

사기업들이 이처럼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불황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과 달리 공기업은 도전 대신 안정의 길을 택하는 모양새다. 보유하고 있는 해외 지분들을 매각해 자산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 지분 4%를 전량 매각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매각 대금은 8400만호주달러(약 680억원)다. 광물공사는 지난 2008년 지분 4%를 인수하면서 인수대금을 포함, 지난해 말까지 591억원을 투자했으나 회수액은 110억원에 그쳤다.

또 광물공사는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구리 광산 지분 10%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장량 세계10위권인 이 광산은 광물공사가 지난 2009년 지분을 인수, 지난해 말까지 5987억원을 투자했다.

광산 자체는 생산에 착수하지 않았다. 하지만 광물공사는 부산물인 금·은에 대한 예상 판매대금 일부를 미리 받아 약 2000억원을 회수했다.

한국석유공사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광구인 이글포드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글포드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셰일가스 광구로, 5억 배럴의 매장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석유공사는 지난 2011년 미국의 석유회사 아나다코로부터 이글포드 지분 23.67%를 1조7400억원에 인수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 개발의 핵심인 캐나다 하베스트 광구도 연중 꾸준히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잘 알겠지만 해외에 나갈 형편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간부급 이상은 상여금 및 보너스 등을 반납했다”며 “과거의 무리한 행보를 반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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